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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절묘한 지주회사 규제 해법…‘우회탈출’

  • 2018.10.22(월) 16:27

손자회사 판토스, 부산물류센터 지분 51% 중국법인에 매각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동 없이 해외법인 통해 규제 빠져나가

LG가 LG상사를 지주회사의 ‘한 지붕’ 아래로 들이면서 발생한 지주회사 규제의 해법으로 ‘우회탈출’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실질적 지배구조는 전혀 안바뀐 채 문제가 된 증손회사를 해외법인에 옮기는 방식으로 절묘하게 빠져나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 계열 물류업체 판토스는 최근 자회사 판토스부산신항물류센터를 매각했다. 대상 지분은 판토스가 보유 중인 51%(56만1000주) 전량이다. 매각금액은 55억원(주당 9844원)이다. 인수자는 판토스의 중국 해외법인 ‘판토스로지스틱스차이나’(Pantos Logistics China).

이번 딜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아예 매각해야한다는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판토스의 모회사 LG상사가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된 것은 지난해 11월. 원래 LG상사는 LG 구씨 오너 일가가 직접 소유한 계열사였다. 하지만 당시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한 일가 36명이 LG상사 지분 957만주(24.7%)를 지주회사인 ㈜LG에 넘기면서 ㈜LG의 자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판토스도 자동적으로 ㈜LG의 손자회사가 됐다. ㈜LG→LG상사→판토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개편된 것.

하지만 이를 계기로 판토스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위반 요소를 해소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자회사(㈜LG의 증손회사) 부산신항만물류센터의 보유지분이 5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재벌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아래로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증손회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 지분을 100% 보유하면 가능하다. 위반 사항은 2년의 유예기간 안에 해소해야 한다.

따라서 판토스는 내년 11월까지 부산신항만물류센터 지분 51%를 내다팔든지, 아니면 아예 나머지 지분 49%를 사들여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든지 해야 했다. 결국 이번 딜을 통해 1년만에 위반 사항을 해소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부산신항만물류센터 인수주체가 다름아닌 판토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해외계열사 ‘판토스로지스틱스차이나’라는 것. 즉, ㈜LG→LG상사→판토스→판토스로지스틱스차이나→부산신항물류센터로 지배구조가 바뀌었을 뿐 부산신항물류센터가 판토스의 실질적 지배 아래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국내회사만 규제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어 해외계열사를 통한 우회지배는 문제삼지 않는 걸 노린 셈이다. 과도한 계열 확장을 막으려는 지주회사 제도의 입법 취지와는 거리감이 있다.

부산신항물류센터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 신항 북측배후부지에 소재한 회사다. 판토스 외에 판토스의 중국, 홍콩, 일본 계열사가 각각 29%, 10%, 10%의 지분을 확보해 2008년 외국인투자회사로 등록했다.

판토스 측은 당초에는 회사가 해외계열사 소유의 부산신항물류센터 지분 49%을 모두 인수하려 했으나 이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의 자격을 잃게 돼 불가피하게 해외 계열사에 지분을 넘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판토스의 지분 매각은 규제 해소 방안이 되레 해외계열사를 이용해 피라미드식으로 계열사를 늘리는 선례가 될 소지가 있다. 게다가 최근 LG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와중이다.

LG는 최근 계열사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분할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판토스에 대한 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19.9%도 정리하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판토스의 지분 매각이 현행법을 피해가는 ‘꼼수’로 인식될 경우 구 회장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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