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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K3 GT, 그리고 바나나맛 우유

  • 2018.11.25(일) 15:38

2천만원대 현실타협형 스포츠카
뜻밖 성능, 준수한 내·외관, 실용적 구성

누구는 "속도를 시속 200km까지 올려봤는데 밟는 맛이 괜찮았다"고, 누구는 "세단에 워낙 익숙해서 그런지 내릴 때 보니 엉덩이가 얼얼한 느낌이더라"고, 다른 한 기자는 "탈 때 성능은 괜찮은데 '하차감'이 아쉽다"고 했다. 기아자동차 한 젊은 직원은 "그래도 주변에 사겠다는 사람들 꽤 있다"고 힘줘 말했다.

 

'GT',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의 약자다. 이탈리아말로 먼 여행이란 뜻, 자동차업계에서는 '장거리를 달리기 좋은 고성능 차량'을 말한다. 그런 'GT'가 실속 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기아자동차 준중형 세단 'K3'에 붙었다. 어울릴까 싶은 묘한 조합이다. 그래서였을까? 기아차가 지난달 출시한 'K3 GT'를 처음 시승한 기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 앞옆쪽에서 본 K3 GT/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그냥 K3와는 확실히 다르다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 문발동에서 남양주 진접읍까지 왕복 150km 구간에서 'K3 GT 가솔린 1.6 터보 5도어' 모델을 시승했다. 자유로~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국도 47호선을 주로 달리는 구간이다. 갈 때는 차를 몰았고, 올 때 동승석에 앉았다.

 

출발 전 살펴본 외관에서는 모델명에 'GT', '터보'가 붙는 스포츠카의 감성이 선명하게 묻어 있었다. K3를 솜씨 있게 튜닝(개조)한 느낌이랄까? 이용민 기아차 구매마케팅실장(이사)은 " 야성미와 미래 지향적 느낌을 함께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냥 K3와는 다른 차란 걸 알 수 있게 한 부분들이 도드라졌다. 가장 큰 특징은 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방열 통풍구). 어두운 무광택 금속성 색상(다크 크롬)에 이중 사출로 틈의 안쪽에 붉은색이 빗겨 보이게 했고 'GT'라는 표장도 한쪽에 박았다.

 

▲ K3 GT 전면부/사진=기아차 제공

 

옆에서 보면 전용 휠 중심에도 붉은색 포인트로 힘을 준 게 눈에 띈다. 뒤쪽은 고광택 검은색 리어 스포일러와 디퓨저(와류 방지를 위한 상하부 공력장치)가 달렸고, 독특한 금속성 머플러(배기구)를 양쪽으로 배치했다. 패스트백(자동차 뒤쪽 지붕에서 끝까지 경사가 완만한 모양)이지만 적당히 볼륨감도 있어 보였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GT라고 하지만 정지해 있을 때는 조용했다. 자갈이 깔린 주차장을 천천히 빠져나갈 때도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커서인지 엔진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저속에서는 그저 얌전한 준중형 세단과 다를 게 없었다.

 

▲ K3 GT정면에서 본 모습/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뒤에서 본 K3 GT/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도로 위에서 더 선명해지는 'GT'

 

파주 출판단지를 빠져나온 뒤 자유로에 올라 속도를 올리니 슬슬 엔진소리가 올라왔다. 그런데 달랐다. '부릉부릉' 같은 판에 박힌 차 소리 의성어는 어울리지 않는, 한 개그맨처럼 굳이 글자로 풀어 표현하자면 '그그고고고고옹고고고오옹' 정도가 될까?

 

변속기 레버를 운전석 쪽으로 당겨 주행방식(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S)'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더 깊이 밟자 소리는 더 높아졌다. 엔진 분당 회전수(rpm) 3000 위쪽에서의 소리는 '고공고공고고공~'으로 쓰면 적당할까 싶다. 이렇게까지 적는 건 그만큼 엔진소리가 인상적이어서다.

 

하지만 실내에서 들리는 이 엔진소리는 실제로 엔진이 내는 기계음이 아니다. 주행음을 더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ESG)'가 내는 소리가 어우러진 것이다. 드라이브 모드별로 다른 주행음을 내 변속 타이밍과 가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란다. 이 소리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7대 3 정도로 갈렸다.

 

▲ 시승 주행중인 K3 GT/사진=기아차 제공

 

'GT라 힘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하는 느낌은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강하게 왔다. K3 GT는 1.6터보(감마 1.6 T-GDI)엔진으로 최고출력 204마력(PS), 최대토크(회전력) 27.0kgf·m의 성능을 낸다.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을 올린 그냥 K3는 최고출력이 123마력, 최대토크 15.7kgf·m다.

 

기아차 관계자는 "K3 GT에 달린 엔진은 급가속 때 순간적으로 토크량을 높여 가속력을 끌어 올리는 오버부스트를 지원한다"며 "여기에 7단 DCT를 물려 가속 응답성을 높이면서도 연료 효율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 안락함은 K3에 양보할게요

 

스포츠카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렇겠지만 승차감은 타는 내내 적응되지 않았다. 함께 탄 기자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를 운전자 엉덩이에 그대로 전해주는 차"라고 했다. 'GT가 왜 장거리 주행용 차란 거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운전할 때보다 동승석에서 더 그랬다.

   

기아차는 성능 측면에서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튜닝 스프링을 적용해 승차감과 선회 안정성을 확보하고, 전륜 브레이크 크기를 키워 동력 성능에 걸맞은 제동 성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스티어링 기어비도 높여 조향 응답성도 높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성능을 키울 수록 안락함은 포기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 시승 주행중인 K3 GT/사진=기아차 제공

 

차체는 일반 K3보다 조금 낮나 싶었는데 실제 확인하니 그냥 K3와 5mm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실내 좌석(시트포지션)을 더 낮게 배치했나 하는 느낌이다. 실내에 드라이브 모드에 연동해 붉은색(스포츠), 흰색(컴포트) 등으로 색상이 바뀌는 조명이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주행 중 뜻밖에 첨단운전보조(ADAS) 기능을 체험했다. 정체 구간에서 서행하던 앞차가 멈춰서기에 뒤에 붙여 차를 세우려 했는데, 이 차에 달린 전방충돌방지 보조(FCA) 기능이 내 오른발보다 더 먼저, 더 강하게 반응했다. '드드드드득' ABS(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가 작동하며 급제동이 걸렸는데 꽤 놀랐다. 이 기능이 없었으면 사고를 냈을까? 너무 민감한가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무사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 '바나나맛 우유' 같은 현실 타협능력 

  

시승을 마칠 즈음 동승 기자는 "마치 '바나나맛 우유' 같지 않냐"고 했다. 역동적인 느낌을 더하기 위해 전자음으로 만든 엔진소리를 대표적인 예로 들으면서 한 말이다.

  

진짜 바나나는 아니지만 그 맛을 꽤 그럴싸하게 살렸다는 얘기로 들었다. K3 GT가 고가의 고성능 수입 브랜드 차처럼 다른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스포츠카는 아니어도, 운전 재미를 자기만족으로 삼는 이들이 현실적으로 쉽게 접근 가능한 차겠다 싶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바나나가 귀했던 시절, 목욕탕서 나와 빨대를 꽂았던 바나나맛 우유는 대히트 상품이었다. 지금은 싼 바나나가 지천이지만 바나나맛 우유는 여전히 스테디셀러 상품이다. K3 GT는 어떨까. 풀옵션인 시승차 가격은 2700만원이 채 안 된다. 내·외관 장식을 덜어낸 기본형(베이직) 모델은 1900만원대부터 있다.

 

▲ 동승석 쪽에서 본 K3 GT 실내/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K3 GT 운전석/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시승 뒤 '운전하는 재미를 가진 차'란 회사의 판촉 표현은 납득할 만하다 느꼈다. 운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맛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차가 아닐까 공감했다. 쿠페형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 공간도 넉넉했다. 확실히 현실 타협능력이 있는 실속형 스포츠 카였다.

 

연비도 GT치고 괜찮았다. 시승한 차(18인치 4계절타이어 기준) 공인연비는 ℓ당 도심 10.8km, 고속도로 13.6km 등 복합 11.9km였다. 실제 시승 결과 갈 때는 ℓ당 14.3km, 올 때는 12.4km가 찍혔다. 스포츠 모드 등 다양한 주행시험을 했지만 비교적 갈 때 얌전하게 운전했고, 올때는 고속 주행도 더 많아서였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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