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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더 뉴 말리부 "차는 좋은데…"

  • 2018.11.30(금) 14:51

서킷 트랙(자동차 등의 경주용 원형 도로)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26일 한국지엠(GM) 쉐보레가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공개한 중형 세단 '더 뉴 말리부'를 타고서다. 새로 선보인 더 뉴 말리부는 2016년 출시한 9세대 말리부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 더 뉴 말리부 동승석 쪽 측면/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원래 서킷을 달리려면 따로 면허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스피디움에서는 별도 면허 없이도 전문가 선도차량의 가이드를 받아 마치 사파리처럼 트랙을 주행할 수 있다. 이날은 선도차 '카마로'를 4대의 더 뉴 말리부가 뒤따르는 서킷 사파리 시승이 이뤄졌다.

 

두 종류의 말리부로 트랙으로 돌았다. 쉐보레는 이번에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2개의 동력계통을 더했다. 1.6ℓ 디젤 엔진과 1.35ℓ 직분사 가솔린 'E-터보' 엔진이다. 이 두 차를 각각 두명이 번갈아 주행했다.

   

▲ 스피디움 서킷 트랙에 올라선 더 뉴 말리부/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솔직히 긴장했다. 운전면허 딴지 20년 됐지만 차의 급가속과 제동,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코너링 등 코스를 도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저 사고 내지 말고 앞차에나 잘 붙여 쫓아가자고 생각했다. 주최 측은 말리부로 트랙을 돌며 '퍼포먼스 중형 세단'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차 성능을 제대로 느끼기엔 스스로 운전 실력 자체가 형편없다는 걸 절감했다.

 

트랙이 생소해서라는 핑계를 댈 수 없는 건 함께 탄 기자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동차 출입 7년차라는 동승 기자는 여기가 트랙이고, 내가 몸을 싣고 있는 차가 경주용차 못지 않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더 뉴 말리부가 성깔 있는 차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코너를 돌며 속도를 높이면서도 밀리지 않는 안정감, 오르막에서도 강하게 밀어부치는 힘, 민첩한 제동과 과감한 가속력이 그랬다. 1.6ℓ 디젤 모델은 우악스러운 힘이 돋보였고, 1.35ℓ E-터보 모델도 부치지 않는 힘을 보여줬다. 내가 몰았을 때랑은 완전히 다른 차였다. 차를 제대로 몰았던 동승 기자는 "꽤 괜찮은데요"라고 했다.

 

▲ 더 뉴 말리부 운전석 계기판/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1.35ℓ E-터보 모델은 제네럴모터스(GM)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 말리부에 달아 선보인 것이다. 447cc의 실린더 3개를 묶은 3기통 엔진에 룩 체인 방식을 적용한 CVT(무단변속기)를 조합했다.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을 많이 쓰고 연비를 ℓ당 14.2km(공인 복합기준)로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그러면서 최고 출력 156마력, 최대토크(회전력)이 24.1kg.m 정도로 일반 2.0ℓ급 성능을 낸단다. 이날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새롭게 선보이는 최신 고효율 라이트사이징 터보 엔진은 배기량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업계의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이 엔진을 소개했다.


한국GM은 이 모델이 기존 1.5ℓ 에코텍 터보 엔진을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속성능을 비교하는 테스트 주행도 했다. 두 차를 동시에 출발시켜 100여m를 달린 시간을 확인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주최측 의도대로였다.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모든 시승자가 E-터보 모델로 더 빠른 기록을 냈다. 대부분 0.6초 안팎 랩타임이 빨랐다.

 

▲ 더 뉴 말리부 1.35ℓ E-터보 모델과 기존 말리부 1.5ℓ 에코텍 모델로 측정한 100m가속 테스트 주행 결과표./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인제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2.0ℓ 직분사 가솔린 모델을 실제 도로로 시승 주행했다. 한가한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보다 80% 가량 높은 속도까지 올려봤는데 안정감 있었다. 가속감이 묵직하면서도 힘에 부치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10여년 전 몰았던 '매그너스'가 이랬지 싶었다. '역시 옛 대우차와 GM 유전자는 맞닿아 있었구나' 싶었다.

   

막히는 구간에서는 '어댑티드 스마트 크루즈' 기능이 쏠쏠했다. 속도를 설정해 두면 앞차와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면서 달렸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나 교외 간선도로에서 꽤 요긴하겠다 싶었다.

 

▲ 더 뉴 말리부 전면부 전조등/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다만 스마트 크루즈를 설정했을 때 정차 후 재출발도 가능하다는 '스톱 앤 고' 기능은 가끔 작동하기도, 작동하지 않기도 해 헛갈렸다. 차로 이탈을 방지하는 기능도 양쪽 차선을 거의 밟을 정도에 다가서야 안쪽으로 잡아주는 정도여서 조금 더 차로 중심을 잡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말리부는 외관도 괜찮다. 중형 세단치고 날렵하게 뽑은 전면부는 날카로운 전조등과 주간주행등이 맵시 있다. 쉐보레 특징인 '듀얼 포트 크롬 그릴'도 밋밋하지 않은 느낌을 더한다. 내부도 성능 위주로 깔끔하다. 8인치의 큼지막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시인성이 좋다. 다만 교통정보가 실시간 반영되지 않는 내비게이션은 아쉬웠다.
   

▲ 더 뉴 말리부 내비게이션과 T맵 화면 비교./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한나절 경험한 말리부는 꽤 흡족스러웠다. 가격은 ▲E-터보 2345만~3210만원 ▲2.0 터보 3022만∼3279만원 ▲ 1.6 디젤 2936만∼3195만원인데 가성비도 적당하다 느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많이 들은 반응은 "차는 좋은데…"라는 말이었다. 말리부의 가장 큰 핸디캡은 차가 아니라 앞으로 어찌 될 지 모르는 한국GM이라는 걸 염두에 둔 말줄임표다.

 

기자 역시 돌아와 차 어떻더냐는 아내에게 "차는 괜찮더라"고 답했다. 그 뒤 따라온 아내의 말 역시 "그래서 한국GM은 요즘 어떤 건데?"라는 물음이었다. 이날 인제 스피티움 입구에서도 한국GM 노동조합이 연구개발(R&D)법인 분리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국GM의 미래에 대한 물음표를 떼는 것, 이게 말리부에겐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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