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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영화 세 얼간이, 뒷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2018.11.30(금) 12:36

진서경 미디어 마그나 대표 인터뷰
'세 얼간이' 소개…인도영화 이미지 바꿔
이탈리아 영화 '안개속 소녀' 새로운 도전

 

"영화 배급에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포인트는 신념입니다."

한국 영화 시장에 인도 영화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7월 열린 부천영화제에서 영화 '세 얼간이'가 상영되기 전까진 그랬다.

당시 상영된 영화 세 얼간이에 한국 관객들이 유난히 열띤 호응을 보내는 모습에 주목했던 사람이 있다. 시네마 드 마농을 운영하던 진서경 대표는 이 현상을 주시하고, 이듬해인 2011년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세 얼간이를 한국에 수입해오기로 결심했다.

진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세 얼간이의 개봉 전 평점은 무려 9.7로 2011년 기준 역대 최고 관객 평점 기록을 달성했고, 포털 사이트엔 2만개가 넘는 영화 관람평이 달렸다. 단순히 영화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 보다 흥행과 동시에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에 시사점을 던졌다는 면에서 더 큰 호평을 받은 영화다.

영화사 시네마 드 마농을 거쳐 2018년인 지금 영화사 미디어 마그나를 운영하고 있는 진서경 대표가 당시 치열한 경매 경쟁을 뚫고 세 얼간이 배급을 따낼 수 있었던 노하우는 '과감한 딜 전략'과 '개인적 신념'에 있다.

진 대표는 "단순히 돈을 많이 제시한다고 해서 영화 경매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그건 영화계의 특성이다. 돈이 오가긴 하지만 동시에 예술 작품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영화를 수입해가는 사람의 이력과 평판 그리고 식견까지 모두 고려한다"고 경매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영화를 포장해서 관객들에게 소개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과 홍보 마케팅 전략을 철저하게 수립해 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동시에 인맥 싸움과 과감한 딜 제시는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수입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불투명한 시장에서 막대한 자본이 오가는 만큼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배급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외로움'이라는 답을 줬다.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영화 경매에 성공했다고 그게 끝이 아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어마어마한 부담감, 두려움 그리고 공포감이 밀려온다"며 "돌아와서 영화의 손익분기점, 실패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플랜을 짜는 일을 오롯이 혼자 책임지고 부담해야 한다. 그때 가장 외로워진다"고 심리적 고충에 대해 밝혔다.

또한 "그래서 영화계에서 일할 때 신념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 상황도, 관객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을 건 나 자신뿐"이라며 "그래서 영화를 수입할 땐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왜 이 영화여야 하는지, 왜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고 했다. 

진 대표는 다음 달 6일 도나토 카리시 감독의 스릴러 장르 영화인 '안개속 소녀'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세 얼간이에서 확신을 가졌듯, 이번 영화도 한국 사회에 시사할 수 있는 주제를 가졌다는 점이 이 영화를 수입해온 결정적 이유였다.

그는 "안개 속 소녀는 그저 단순한 살인 사건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살인 사건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반응, 미디어의 역할, 사회 구조 등 다양한 시선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 투영돼 있는 영화"라며 "영화를 보는 관객과 우리 사회가 다양한 시선에서 사건을 접근해 바라볼 수 있는 영화고, 관객도 이런 의도와 함께 영화를 감상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기대와 동시에 진 대표는 획일화된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그는 "이번 영화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마이너 장르로 분류되는 이탈리아 영화다. 한국은 흥행이 보장된 영화, 남들이 많이 보는 영화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며 "영화를 배급하는 입장에서 정말 좋은 영화들이 많은데 관객 스스로 그 선택권을 제한하는 듯해 그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더 좋은 '인생 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영화 관계자로서 더욱 고군분투하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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