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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삼성전자의 '전략적 인내'

  • 2018.12.03(월) 17:44

모바일 두뇌 '엑시노스' 신제품, 예상과 달리 8나노 제작
7나노 공백 속 TSMC 보폭 넓혀…삼성, EUV로 반전 도모



"다음을 생각하세요. #다음 엑시노스(Thnink next. #TheNextExynos)."

 

삼성전자 엑시노스 트위터에서 지난 9일 내보낸 이 트위터는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7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줬기 때문입니다. 엑시노스는 삼성이 만드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름입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명령해석, 연산, 제어 등의 기능을 맡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두뇌역할을 하는 반도체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10월 중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18'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7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트위터가 언급한 제품이 7나노 기반 엑시노스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9820'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제품은 8나노 제품이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타이밍상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출시를 목전에 둔 제품을 시험 양산 공정으로 만들 순 없기 때문이죠. 이 관계자는 "엑시노스 9820은 1년 전부터 당시 가장 미세공정인 8나노로 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 엑시노스9820 제품 외관. /사진=삼성전자 제공

'7나노면 어떻고 8나노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반도체에서 회로 선폭은 기술의 총 집산이라 불립니다. 반도체는 둥그런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 뒤 여러 조각으로 잘라내 만드는데요. 선폭이 좁아지면 웨이퍼 하나당 만들 수 있는 제품 개수가 늘어납니다. 더군다나 전자의 이동거리가 짧아져 제품 속도는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더 높아지죠. 이 때문에 기술력이 중요한 반도체 업계에선 회로를 미세하게 만드는데 사활을 겁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극자외선노광장비(EUV)를 지난해말 화성캠퍼스 S11라인에 들여놨고 내년말 준공을 목표로 이 공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전용 EUV 라인을 짓고 있습니다.

EUV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의 '돌파구'로 불립니다. 반도체는 회로를 좁게 만들면 만들수록 공정이 많아지면서 비용이 오르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를 해결한 게 EUV입니다. 기존에 쓰던 불화아르곤(ArF) 방식과 비교해 공정을 줄여 원가를 낮추고 회로를 새기는 빛을 덜 분산시켜 더 미세한 선폭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TSMC는 불화아르곤(ArF) 방식으로 7나노를 구현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이를 뒤집을 카드로 EUV를 선택, 공정을 더 단순하게 만들면서도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입니다. EUV는 하나당 가격이 1500억원이나 하는 값비싼 장비입니다.

삼성전자는 EUV 도입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간 7나노를 구현하는 공정이 너무나 큰 액수가 들고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10나노에 주력했습니다. 이번 엑시노스 신제품에 적용된 8나노는 기존 10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해 상대적으로 구현하기가 쉽습니다.

이에 비해 TSMC는 10나노보다 7나노에 더 집중했습니다. TSMC는 지난해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하고 올해부터 양산 능력을 갖췄습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선 2020년에야 제품 양산이 가능한 만큼 TSMC에 비해 1년여 가량 시기가 뒤쳐진 셈이죠. 엑시노스 신제품이 7나노가 아닌 8나노로 제작되는 것도 삼성전자가 뒤늦게 7나노 공정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지난 10월 17일 (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최한 '삼성 테크 데이 2018'에서 미주 지역총괄 최주선 부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7나노 공백기 동안 삼성전자는 TSMC에 밀렸습니다. 지난해 TSMC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AP 공급사인 퀄컴의 7나노 스냅드래곤 제작 물량을 선점했습니다. 애플과 화웨이의 신형 핸드폰에 들어갈 7나노 AP 물량도 모조리 TSMC에게 뺏겼죠.

반도체 고점론 속 비메모리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아쉬울 수 밖에 없을텐데요. 현재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부문 세계 점유율 1위를 장기간 기록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에선 선두를 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TSMC에 밀리는 걸 감수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노리는 '전략적 인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돌파구는 EUV가 될 것이구요. EUV로 본격적인 7나노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하면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사이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삼성전자의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에서)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엑시노스 내부 물량이 매출로 잡히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 세계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파운드리 업계 2위, 3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와 UMC가 공정 개발에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EUV 기반 7나노 양산에 들어가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도 마침내 날개를 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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