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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좀 놀라셨나요?" 정의선이 불러온 새바람

  • 2019.02.15(금) 13:51

"여러분 반갑습니다. 갑자기 제가 나와서 조금 놀라셨나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새로 과장, 책임연구원이 된 현대기아차 직원들 앞에 영상으로 등장했습니다. 지난 1월 중하순 제주에서 5차례로 나눠 진행된 '현대기아차 신임과장 및 책임연구원 세미나'에서였습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빠듯해 이렇게라도 얘기하게 됐습니다. (차안에) 카메라가 정말 많네요. 긴장되지만 최대한 솔직하고 편안하게 해보겠습니다."

정의선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임 과장 연수에 보낸 영상메시지 화면/영상=현대차 제공

정 수석부회장은 셀프카메라 형식의 영상메시지를 통해 수소전지차 '넥쏘' 자율주행차를 타고 직접 소개하는 한편, 그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잠시만요. 급한 메일이 하나 왔네요. 이렇게 운전중에도 핸드폰을 볼 수 있으니까 매우 편합니다." 그는 운전대(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내려놓은 상태로 직접 자율주행을 선보이면서 "곡선주행도 매끄럽다. 연구소 안에 과속방지턱도 많은데 알아서 속도를 줄인다"는 등 넥쏘의 자율주행을 소개했습니다. "잘 만들었네요. 이거 누가 만들었지?"라는 농담 섞은 자찬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주행을 마친 정 수석부회장은 "넥쏘가 우리 회사의 미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는 단순히 차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완성차 사업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는 미래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시너지를 만들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저도 작년에 승진해 여러분과 같은 1년차"라며 "신임 과장, 책임연구원 여러분은 전문성과 유연함을 가졌으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주시리라 믿는다"는 당부의 말도 했습니다.

특히 이례적으로 "작년말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했는데 저로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심경도 털어놔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임직원분들이 회사에 대해 걱정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위기 또한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런 새로운 소통 시도는 교육과정 참석자들 사이에 매우 신선하다는 반향을 불러왔답니다. 현대차 아중동지원팀 김보라 과장은 "시도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고, 또 최고 경영층의 변화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고 전했습니다.

소탈하고 솔직한 방식으로 직원들과 소통한 이 영상 메시지는 지난 11일 다시 사내 방송을 통해 전 직원에게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뭔가 달라졌다"는 말은 요즘 현대기아차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작년 말 입사해 연수를 마치고 지난달 현업에 갓 배치된 현대기아차 신입사원들은 이 회사 '마지막' 공채기수가 됐는데요.

이는 현대기아차가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본사에서 관리하는 '정기 공개채용'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는 해마다 상·하반기 두번에 걸쳐 고정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각 사업부문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직무 중심의 '상시 공개채용'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필요한 때 확보할 수 있고, 지원자는 직무와 상관없는 '스펙 쌓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거랍니다.

이 회사 임원들에게도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은 남의 얘기가 아니랍니다. 올초에는 그룹 계열사 임원들에게 '연월차 휴가를 적극적으로 쓰라'는 지침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고정적인 여름휴가 외에도 연차 휴가를 마음껏 쓰고, 또 길게 쉬라는 내용이었답니다.

이런 변화는 모두 정의선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나타나는 것들입니다. 최고 경영진의 세대 교체와 함께 작지 않은 기업문화 변화의 기류까지 보이고 있는 게 요즘 현대기아차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역대급으로 우울한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서도 쉽지않은 상황을 짊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가 일으키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새바람이 어떤 경영 성과로 이어질지도 지켜볼만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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