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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수술]②인도·동남아 '변방에서 중심으로'

  • 2019.03.25(월) 16:34

인도 생산능력 '작년 65만대→올 하반기 105만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 반조립 생산기지 확대

현대·기아차가 연 900만대 넘게 쌓은 글로벌 생산체제에 칼을 댔다. 당장 판매 부진만 문제가 아니다. 자율주행·공유차 등 전에 없던 패러다임을 타고 격변 중인 완성차 시장에서 기존 생산체제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노후 공장을 닫는 것은 전주일 뿐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주도로 속도를 붙여가는 현대·기아차 생산체제 효율화의 배경과 개편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세계 1·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부진은 현대·기아차에 뼈아픈 현실이다. 더군다나 이 주력시장에서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열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이를 대체할 시장을 찾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손실 확대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 시장으로는 인도·동남아 지역이 부각된다. 특히 인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공들이는 모습에서 작년 중국 회복에 매진하던 때를 연상케 한다는 후문이다. 동남아 시장을 일본 브랜드로부터 쟁탈하기 위한 생산·판매 재편 움직임도 전과는 속도감이 다르다.

◇ '13억 인도' 현대·기아차 '3대 생산거점'

현대차의 인도 생산거점인 타밀나두주(州) 첸나이 공장(1·2공장) 생산능력은 공식적으로 연산 65만대다. 하지만 작년 인도 내수로만 55만대를 팔았고, 아프리카·중동 등 해외수출까지 합치면 71만대를 판매했다. 가동률로 환산하면 109%다. 연 165만대 생산능력을 가진 중국  베이징(北京)현대가 작년 79만대 남짓한 판매고를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중국 자동차 시장이 작년 4% 넘게 역성장한 것과 반대로 인도 자동차 시장은 5% 넘게 성장했다. 13억 인구를 가진 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35대다. 성장 잠재력도 큰 신흥시장이란 의미다. 2017년 이후 세계 4위(405만대) 자동차 시장이 된 인도는 내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 정설이다.

현대차는 1998년 인도에 진출했다. 인도법인은 태생부터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었다. 연구개발(R&D)부터 차체·도장은 물론 완성차 성능시험까지 모든 과정이 '현지 완결적' 형태로 계획·투자했다. 앞서 진출해 있던 미국 GM과 일본 스즈키 등에 비해 후발주자였음에도 '쌍트로'라는 국민차를 탄생시키며 현재 내수 2위까지 오른 배경이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 직원들이 차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중국과 달리 찍어내는 족족 팔리다보니 설비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시작한 2공장 증설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가동을 시작하면 올해 하반기 현대차 인도 생산능력은 연 75만대로 늘어난다.

기아자동차도 이런 인도 시장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연 30만대를 뽑아낼 수 있는 공장이 안드라프라데시주(州) 아난타푸르 216만㎡ 부지에 지어지고 있다. 기아차는 협력사들과 함께 총 20억달러(약 2조234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시범 가동중이며 오는 9월부터 현지 전락형 소형 스포츠유티리티차(SUV, 프로젝트명 SP2i)가 여기서 생산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의 인도 생산능력은 연산 105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인도가 한국(338만대)과 중국(270만대)에 이은 3번째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71만)과 멕시코(40만대)를 합친 것과 맞먹으며, 유럽 생산량(66만대)은 쉽게 넘어서는 규모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의 한 축이 인도로 옮겨지는 셈이다.

◇ '일본車 아성' 동남아서도 생산 확대

동남아 시장도 현대차의 부진 탈출구로 꼽힌다. '한류'와 함께 한국 차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이 받쳐주지 않는 지역이다. 중국에서 생산 재고를 동남아 수출로 돌리려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올 초 시범적으로 중국 충칭(重慶) 공장에서 생산한 소형 세단 '루이나(瑞納, 국내명 베르나) 600대를 필리핀에 수출한 것 외에 별 성과는 없다.

업계에서는 중국서 남는 물량을 동남아로 돌리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짙다. 중국은 중국이고 동남아는 그 나름대로 새로운 '생산-판매' 틀을 갖추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현대차 내부에도 형성돼 있다.

사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동남아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2017년 기준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일본 브랜드 점유율이 79%에 이른다. 반면 한국 브랜드는 4.3%에 그쳤다. 그만큼 토요타 등 오래전 진출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꽉 쥐고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현대·기아차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현대차와 베트남 탄콩그룹 관계자들이 MOU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이다./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지난 1월 베트남 탄콩(Thanh Cong)그룹과 판매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탄콩그룹은 2009년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현대차를 반조립(CKD)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현지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아예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규모도 10만대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베트남 생산합작법인은 올해 1월부터 기존 2교대 근무를 3교대 근무로 전환해 생산능력을 6만대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 2공장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10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도 자카르타 근교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생산은 투자비용과 초기 위험 부담을 줄이는 반조립 방식이 유력하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6600만명에 자동차 보급률도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낮다. 또 이미 상용차 합작법인이 진출해 있어 기반을 잡기 수월하다는 게 장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 거는 기대는 싱가포르 '그랩', 인도 '올라', '레브' 등 차량호출 및 공유 서비스 업체에 투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생산설비 투자를 함께 하는 것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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