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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스마트폰 신는 신인류…발칙한 상상, 현실로

  • 2019.05.17(금) 15:01

[창간6주년 특별기획]
조형진 솔티드벤처 대표 인터뷰
반도체 설계하다 신발 들고 창업
"스마트슈즈로 가치있는 기업 목표"

"혁신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도전이자 기회를 포착하는 힘입니다."

조형진(34·사진) 솔티드벤처 대표의 말이다. 조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근무하다 2015년 동료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차려 독립한 창업자다. 삼성에선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공정설계 업무를 했다. 요새 주목받고 있는 시스템반도체가 그의 활동무대였다.

그는 삼성의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인 C-랩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가다듬었다. 2014년 우수과제로 선정됐고, 이듬해 본격적인 사업의 길로 들어섰다. 삼성은 독립하는 그의 회사에 투자했다. 조 대표는 "든든했다"고 했다.

#파부침주(破釜沈舟)

평범한 대기업 직장인을 창업의 길로 이끈 건 신발이다. 누구나 신고 다니지만 3D 산업이라며 외면을 받던 신발에서 그는 새로운 시장을 봤다.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코람빌딩에 위치한 솔티드벤처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그는 "가치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기업이 아니라 소금처럼 꼭 있어야 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느껴졌다.

"힘든 건 사실입니다. 주말에도 사업 고민과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삼성에 있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겠죠. 창업한 사람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정했고 도전했으니 가치있는 기업을 만들 겁니다."

'창업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 나이로 서른 다섯. 이미 솥을 깨뜨렸고 배를 가라앉혔다. 이제 싸움에서 이기는 일이 남았다. 창업 4년 남짓한 시기, 그를 믿고 따르는 직원이 13명으로 불어났다. 조 대표는 "사람이 전부"라고 했다.

#스마트폰 신는 신인류 등장

솔티드벤처는 '스마트 슈즈(Smart Shoes)'를 만든다. 말 그대로 '똑똑한 신발'이 주력 상품이다. 신발 바닥에 압력센서, 가속도센서, 블루투스 모듈, 배터리 등을 심어놨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발에 가해지는 압력과 무게중심을 체크해 사용자에게 올바른 운동습관을 알려준다. 신발 밑창에 스마트폰을 깐 것과 비슷하다.

'자세가 생명'인 골프에 접목해 첫 제품을 만들었고 전국 피트니스센터 300곳에도 스마트슈즈를 공급했다. 연내 1000개 센터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조 대표는 "사격, 양궁, 스케이팅 선수들도 우리 신발을 보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솔티드벤처의 신발을 신으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자신의 운동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앱이 하루 몇보를 걸었고, 이동경로와 속도 등을 알려주는 기능이 전부라면 솔티드벤처 앱은 사용자 발의 어느 부위가 땅에 먼저 닿는지, 오른발과 왼발 중 어느쪽에 더 무게 중심이 실리는지 등을 알려준다. 재활 치료용으로도 적합하다.

"걸을 땐 뒤꿈치부터 닿는 게 정상이지만 달릴 땐 앞꿈치부터 닿아야 합니다. 그동안은 값비싼 장비를 특정 공간에 설치해야 분석할 수 있던 정보인데 저희는 신발만 신으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으니 경쟁력이 있는 거죠."

#깔창에 담긴 의미

그렇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우선 선수나 전문가 중심의 협소한 시장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조 대표는 "앞으로는 B2B 중심의 사업을 B2C로 확대해 스마트 슈즈의 저변을 넓힐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 일환으로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와 협력해 17일 '디지털 밸런스 트레이닝 슈즈'라는 이름의 스마트 슈즈를 선보였다. 이 신발 겉에는 데상트 로고가 붙는다. 솔티드벤처의 브랜드만 고수했던 기존과 다른 행보다. 대신 신발 바닥에 솔티드벤처 로고를 새겼다.

오는 9월에는 깔창만 따로 만들어 팔 계획이다. 굳이 신발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깔창만 끼우면 어느 신발이든 스마트 슈즈로 만들 수 있다. 조 대표는 "스마트 슈즈의 대중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가격도 10만원 미만으로 책정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이 깔창에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해 혁신성을 더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 공룡이 오더라도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대형 스포츠 브랜드부터 글로벌 IT기업들까지 이른바 공룡들의 진입 가능성은 없는 걸까. 조 대표는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 슈즈와 관련한 IT 기술은 우리가 제일 잘 안다"면서 "초기부터 시장을 만들어 왔기에 소비자들에게 혁신을 줄 수 있는 여러 솔루션을 갖춘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했다.

스마트 깔창 출시도 공룡들이 진입하기 전 서둘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스마트 깔창이 대중화하면 여기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등 다른 분야로 사업확대도 가능해진다.

조 대표는 "스마트 슈즈도 결국은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스포츠, 피트니스, 헬스케어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와 서비스를 보유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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