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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 또한 지나갈까

  • 2019.09.06(금) 13:26

[4대그룹 체크포인트]②SK그룹
캐시카우 반도체, 정유, 통신 '주춤'
대규모 투자 예고…'버텨야 산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주요 그룹의 재무안정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등으로 향후 주력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즈니스워치가 신평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4대그룹이 처해있는 경영환경속 핵심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4차 산업혁명 시대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역의 역량과 SK하이닉스의 기술이 만나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 충북 청주 M15 반도체공장 준공식에서 언급한 축사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산업뿐만 아니라 SK그룹의 역사도 새로 써나가고 있다. 2011년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래 SK그룹은 나날이 성장했다. SK그룹은 자산총액이 2007년 60조원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한 다음해인 2012년 136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218조원으로 4대 그룹 가운데 상위 세번째에 이름을 올리는데 하이닉스가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랬던 SK하이닉스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서버업체들이 메모리 구입을 꺼리자 실적이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 이전인 3년 전으로 역주행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떠받드는 SK하이닉스가 위축되니 그룹 재무상황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중이다.

◇ 반도체가 '꽃'

SK그룹 품에 안긴 SK하이닉스는 두 번의 호황기를 맞았다. 2013년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 엘피다가 파산한 이후 3년 연속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 제품가격이 폭등하며 그야말로 돈 방석에 앉았다.

기회는 다시 찾아 왔다.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반도체 호황기를 누렸다.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기록을 갈아치웠다. 서버 업체들이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며 메모리 반도체 몸값이 높아져서다.

그룹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존재감도 커졌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SK그룹의 지난해 연결기준 총 매출은 159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조2000억원으로 25.3%다. 영업이익의 경우 하이닉스 비중이 76.5%로 절반이 넘는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년새 그룹 총 매출과 영업이익이 39.7%, 172% 각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수익 창출력이 돋보인다.

◇ 주춤거리는 하이닉스

그랬던 SK하이닉스가 지금은 위태롭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빠지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으로 1년 사이 38%, 53% 각각 감소하며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인다.

웃돈까지 얹어가며 메모리 반도체를 구입하던 정보통신(IT)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둔화 등을 우려로 제품구입을 꺼려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말 D램 도매가는 개당 2.94달러로 고점이던 지난해 9월 8.19달러와 비교해 64.1% 급락했다. 낸드플래시는 일본 수출규제, 감산 등에서 비롯된 수급우려로 2개월 연속 가격이 반등했지만 지난해 가격에 크게 못미친다.

SK하이닉스는 부랴부랴 2달 전 실적발표회에서 11년 만에 감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부 D램 설비를 이미지센서 생산시설로 바꾸고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 조절, 장비반입 시기 조절 방안 등을 발표했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반도체시장 연간 매출이 4065억9000만달러(약491조7000억원)에 이르러 전년동기대비 약 1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개월만에 전망치를 1.2%포인트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2018년 4분기부터 시작된 수요위축과 설비증설 영향으로 올해 업계 및 SK하이닉스 수익성은 전년 대비 크게 낮아질 전망"이라고 짚었다.

◇ '버티고 또 버티자'

그룹의 또 다른 현금 창출원인 정유 및 화학, 통신도 암울하다. 공급과잉에 더해 수요부진, 단가 인하압박 등에 직면해 수익성 악화가 예견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82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났다. 상반기 기준 호황기에 접어들었던 2015년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미국 업체들이 휘발유 등 원유제품을 쏟아내는 와중에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약세가 이중고로 작용했다.

SK텔레콤은 2년 연속 상반기 64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앞서 회사는 2015년부터 3년간 8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통신요금이 저렴한 선택약정 가입자 증가, 요금인하 등으로 무선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부진, 5세대 이동통신 설비투자로 주력 무선사업부가 부진해서다.

곳간은 쪼그라드는데 세 회사의 씀씀이가 커질 수 있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SK그룹의 작년 총 설비투자액은 24조원으로 전년 대비 9조원 가량 늘었다. 2013년부터 5년 연 평균 12조원대를 투자한 것에 비해 지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확충에 설비투자액을 7조원 증액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에 숨고르기에 들어갈 순 있어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투자, SK텔레콤의 통신망 투자 등으로 그룹의 투자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한신평은 전망했다.

그럼에도 SK그룹이 건실하다는 점에는 신평사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그룹 전반을 관장하는 지주사 SK㈜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에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우량등급에 속한다.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 64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두 번 모두 수요예측 때 수요가 몰려 채권이 없어서 못파는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은행 등 기관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계열사에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주사에 '돈을 빌려줘도 원리금을 떼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작용한 셈이다. SK㈜는 계열사 배당금, 자체 사업 등으로 곳간을 꾸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가 올해 두 번째 채권발행을 준비할때 자회사들의 지속적인 투자를 거론하면서도 "SK 계열은 다각화된 사업기반과 주요 사업부문의 상위 시장지위 등을 바탕으로 매우 우수한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한신평은 "영업창출현금이 약화된 상황에서 계획된 투자 규모가 다소 과중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SK그룹은 과거 우수한 실적을 토대로 축적한 재무역량과 현금창출력을 통해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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