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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팔리는데…' 한국GM, 첫 전면파업 강행

  • 2019.09.09(월) 09:00

임금 인상 여부 놓고 노사 대립
한국GM 한국 철수 빌미 우려

모처럼 무분규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한국GM이 찬물을 끼얹었다. 임금 인상을 두고 사측이 의견을 달리하자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국GM노조의 전면 파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줄곧 부분 파업만 강행했다.

9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노조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총 3일에 걸쳐 전면 파업에 나선다. 앞서 지난 7일과 8일에는 주말 특근과 잔업을 거부하는 부분 파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노조는 추석 연휴인 12일과 14~15일에도 부분 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노조의 전면 파업 결정은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 요구를 사측이 일절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GM노조는 이번 임단협을 통해 ▲기본급 5.65% 인상(12만3526원)▲통상임금(409만원)의 250%만큼 성과급 지급▲격려금 650만원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년 만 65세 연장, 월 50리터 상당 유류비 지원, 차량 구입 할인율 인상 등의 단체협약도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임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GM은 2014년부터 5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5년간 누적 순손실 규모만 4조4518억원에 달한다.

올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 판매량만 해도 꺾임세가 확연하다. 올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총 28만7540대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6.2% 감소했다. 사실상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으로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다.

사측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 줄곧 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최근 부산 공장을 방문한 줄리안 블리셋 GM 수석부사장 겸 GM 인터내셔널 사장은 "올해 임금 교섭은 2018년 노사 합의에 따라 수익성 회복을 전제로 해 마무리돼야 한다"며 노조 임금 인상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로 수익성이 개선된 만큼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추가 협상안을 내놓을 경우 파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 역시 완강해 양측간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GM노조의 전면 파업은 지난 2002년 GM에 인수된 후 처음이다. 대우자동차 시절까지 통틀어선 1997년 이후 22년 만이다. 그동안은 부분 파업만 진행했다.

이번 파업에는 한국GM 소속 조합원 8000여명 외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 2000여명 등 1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노조가 예정대로 전면 파업에 나설 경우 약 1만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공장서 생산 중인 트랙스와 말리부의 생산 감소부터 당장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전면 파업이 한국GM 철수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줄리안 블리셋 사장은 한국 방문 당시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밝힌 바 있다.

부평공장에서 주력으로 생산하는 트랙스만 해도 현재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GM입장에선 물량 이전에 따른 번거로움이 크지 않은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GM의 글로벌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번 파업은 한국GM 철수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당장은 제2의 군산공장 사태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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