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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兆)단위 투자의 명암

  • 2019.09.09(월) 16:44

[4대그룹 체크포인트]③LG그룹
스마트폰·디스플레이 부진…화학도 주춤
투자 확대 속 그룹 총차입금 40조 육박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주요 그룹의 재무안정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등으로 향후 주력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즈니스워치가 신평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4대그룹이 처해있는 경영환경속 핵심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삼성과 SK에 반도체 한파가 몰아칠 때 LG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탓에 끙끙 앓았다. 적자가 습관처럼 굳어진 스마트폰 사업과 돈 나갈데가 많은 디스플레이 사업이 LG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G그룹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158조5000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7조9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7년에 비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6.0% 각각 줄어든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도 실적부진이 이어졌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0.9%, 영업이익은 33.2% 각각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그룹의 전자부문 계열사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전자·화학·통신 등 크게 3가지 사업부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전자부문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화학부문은 LG화학과 LG생활건강, 통신은 LG유플러스 등이 떠받치는 구조다.

◇ 스마트폰 어쩌나

사정이 가장 안좋은 곳이 전자부문이다. 2017년 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전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6.9%에 달했는데 지난해는 36.3%로 뚝 떨어졌다.

LG전자의 경우 가전사업은 나무랄데 없는 성적표를 내밀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문제였다. 2017년 7000억원 적자에 이어 2018년 8000억원 적자를 냈고 올해 상반기에도 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고가폰은 삼성과 애플, 중저가폰은 중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평택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등 자구책을 펴고 있으나 외부에선 적자 탈출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단기간내 영업이익 창출 기조로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적자 나도 '닥치고 투자' 

그나마 가전사업이 든든히 버티는 LG전자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디스플레이 하나에 목을 매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 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BOE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의 공세로 액정표시장치(LCD)의 채산성이 빠르게 나빠지는 가운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새로운 시장은 아직 충분히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확시기가 올때까지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돈 쓸 일이 많아지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조원, 내년 4조원 등 총 12조원을 OLED 투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2017~2018년 총 15조원이 넘는 투자와 비교하면 금액 자체는 줄었지만 벌이가 시원찮은데 지출이 한꺼번에 몰려 신평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은 AA-로 지난해(AA)보다 한단계 떨어진 상태다. 한기평은 "LG디스플레이의 영업현금 창출력과 재무구조 개선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달 중국 광저우에 준공한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 흔들리는 화학…차입부담 커져

LG그룹의 화학부문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6000억원으로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6%를 기록했다. 하지만 맏형인 LG화학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LG생활건강이 후·숨·오휘 등 고급 화장품을 앞세워 훨훨 날아다닌 것과 달리 LG화학은 2017년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꺾였다. 글로벌 수요부진과 석유화학 수급악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이 겹치면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그럼에도 LG화학은 석유화학 및 2차전지 설비증설에 올해 6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투자액(5조6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벌이는 줄어드는데 써야할 돈이 늘면 결국 외부에서 돈을 빌려와야 한다.

LG그룹의 총차입금은 2017년말 25조9000억원에서 2018년말 32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 6월말에는 39조5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한층 확대됐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의 '조(兆) 단위' 투자가 불러온 그림자다.

◇ 새 먹거리 '전장사업'

신평사들은 이익창출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점을 눈여겨 보면서도 LG그룹 전체의 재무안정성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장기성 차입금이 80%에 달하고 단기성 차입금을 웃도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유동성 리스크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아직은 버틸만 하다는 얘기다.

또한 투자는 경쟁력 유지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다. 큰 결실을 맺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투자, 곧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신평사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가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이다.

LG그룹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오스트리아 헤드램프업체인 ZKW를 인수하는 등 전장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종 전자부품부터 중대형 전지,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승부수를 걸고 있는 영역이다.

한기평은 "향후 전장부문의 경영성과가 그룹의 중장기 신용도 방향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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