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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목조목 직장인 인문학]자뻑과 자괴는 젊음의 특권이다

  • 2019.10.07(월) 14:07

지난 칼럼 [고독한 꼰대의 민낯은 슬퍼]에서는 '나르시시즘' 관점에서 꼰대의 가면 뒤에 숨겨진 민낯과 극복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사람들도 꼰대가 될 수 있고, 소위 젊은 꼰대는 늙은 꼰대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상기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젊은이들이 왜 꼰대가 되어 가는지, 기업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베스트셀러 책 제목이자 한때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유행어이기도 합니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위로가 책의 주된 내용이라 볼 수 있으나, 가뜩이나 아픈 젊은이들에게 아파도 견뎌야 한다는 훈계처럼 들리는 제목으로 인하여 비난도 참 거셌습니다.

이처럼 젊은이들을 화두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아무리 균형 감각을 갖고 객관적으로 얘기를 한다 해도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위로가 오히려 모욕이 될 수 있고, 격려가 오히려 훈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확신을 갖고 떠들 용기를 부려야 할 터인데, 잘난 척 나서서 이야기했다가 괜한 욕만 먹는 게 아닌가 하여 망설여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용기와 망설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꼰대라 불리는 기성세대에게서만 드러나는 특성이 아닙니다. 젊은이들에게서 보이는 양극단의 특성도 바로 용기와 우유부단함입니다.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을 접하고 난 후 지나친 자기 확신으로 무모한 용기를 부리는 실수를 하는가 하면,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어 도전해볼 만도 한데 결과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으로 기회를 놓치는 실수도 합니다.

직장에서 '젊은 꼰대'라 불리는 사람도 이 두가지 유형이 많습니다. 입사 1~2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직장 선배인데도 임원처럼 거들먹거리며 호기를 부리는 유형이 있고, 세상 다 살아 본 노인처럼 매사에 우유부단하며 주저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이중적 특성과 관련하여 미국 코넬대학교의 데이비드더닝과 저스틴크루거 두명의 교수가 인지편향 실험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냈습니다. 실험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리 시험을 실시하면서 답안지와 함께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주문하였습니다. 그 결과 실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높게 적어 제출하였고, 실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자신의 예상 순위를 낮게 적어 제출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놓고 더닝과 크루거 두 교수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능력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에 기인하고, 능력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이 더 잘 할 것이라는 착각과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에 기인한다."

이들은 특히 능력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도 스스로의 오류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일컬어 '더닝 트루거 효과(그래프 참조)'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반면 타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능력없는 사람의 대표적 특성이며,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된 후에야 이전의 자기 능력 부족을 깨닫고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는 등산에도 비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제껏 등산을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아직까지 이 사람에게는 등산에 대한 자신감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산의 정상을 밟으면 성공 경험으로 인해 자신감은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이후 나지막한 산 몇개를 더 완주하고 나면 자신감은 최고조를 향해 달려갑니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등산 능력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남들은 소위 '자뻑'이라며 비웃고 있음에도 자신은 '용기'라 생각하고 호기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더 크고 높은 산을 오르다 실패를 겪게 되면 자신의 '용기'가 '자뻑'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는 크고 높은 산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그리고 등산에는 힘 뿐만 아니라 기술도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이후 이 사람의 자신감은 급격히 절망의 계곡으로 추락하면서 첫 등산 경험 이후 가졌던 것보다도 더 낮은 자신감을 보입니다. 자신이 또래에 비하여 더 많은 능력이 있음에도 과소평가하며 망설이는 단계입니다.

이 사람은 다시 산을 정복하기 위해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을 시작합니다. 등산에 대한 지혜와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첫 경험때 가파른 상승 곡선과 달리 이 단계의 자신감 상승곡선은 완만합니다. 그러나 큰 추락 없이 상승은 지속됩니다. 그러다 보면 이 사람은 맨 앞에서 대원들을 이끄는 등반대장이 되어 세상의 거대한 산들을 하나 둘씩 정복하는 전문 산악인 지위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실제로는 오랜 세월에 거쳐 일어나는 성장 과정을 너무 간단하게 정리한 듯 하지만 대체로 인간은 이러한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겪습니다.

젊은 꼰대가 늙은 꼰대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까닭은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에 의한 인지편향성 때문입니다.

젊은 직장인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반면 타인의 능력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릇된 확신에 사로잡혀 일을 저지르기 시작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앞 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것입니다. 문제는 용감하게(?) 저지른 일의 결과가 매우 나쁘고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심지어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남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다음은 스타트업 창업 2년차인 어느 작은 회사의 사례입니다.

회식자리에서 삼십대 초반의 대리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원샷은 우리 회사 전통이야!"를 외치며 신입사원에게 술을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 회사이니 전통이라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술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낙후된 회식 문화인 것은 자명합니다. 더 큰 문제는 신입사원이 술을 한 잔도 못하는 체질이라 급기야 응급실까지 실려가게 되었습니다. 사기 진작을 목적으로 한 회식이었는데 오히려 화만 부른 것입니다.

그럼에도 젊은 대리는 "회식 분위기 띄우려 노력한 게 잘못인가, 술 한잔도 못하는 저질 체력으로 영업하겠다고 지원한 신입사원이 문제 아닌가?"라며 억울해했다고 합니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매우 전형적인 자뻑 단계의 사례, 사람 잡는 선무당 같은 젊은 꼰대의 에피소드입니다.

위의 자뻑으로 무장한 선무당 스타일과는 반대로 소위 자괴감에 빠진 애늙은이 스타일의 젊은 꼰대도 있습니다. 또래에 비하여 더 많은 능력이 있음에도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복지부동하는 유형입니다. 타고난 성격 상 우유부단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조직에서 몇번의 실패와 좌절을 겪고 난 후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마, 결국은 죽 쒀서 개준다고!"
"대기업도 안하는 프로젝트를 우리가 어떻게 해? 실패하면 우리가 다 뒤집어 써!"
"일 많이 한다고 출세하냐, 줄을 잘 서야지!"

이런 유형의 젊은 꼰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내세워 기회를 차버리기 일쑤입니다. 당연히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것에도 소극적이므로 회사에 보이지 않는 손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공과 실패 확률이 공존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놓고 젊은 팀장이 위와 같은 말만 늘어놓으며 추진을 반대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의 추진 여부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영진에서 판단할 것입니다만, 세부 실행 단계에서는 실무자들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팀장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 부정적인 생각은 아래의 실무자로도 전파될 것이고, 그 프로젝트는 제대로 가동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든 추진한다면 성공 확률이 주어지지만, 추진하지 않는다면 기회조차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포기하지 않고 작은 성공 확률일지라도 도전을 선택합니다. 그 도전은 모두가 뜻을 모아 노력할 때에 비로소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패기 넘치고 적극적이어야 할 젊은 팀장이 근거 없는 자괴감에 빠져 '눈치보기'와 '신중한 척'으로 일관한다면 도전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것입니다.

자뻑으로 무장한 선무당과 자괴에 빠진 애늙은이로 나누어 젊은 꼰대의 두 가지 유형을 살펴보았습니다만, 반드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로 분석해보면 대체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 뿐 사람의 성격이나 경험의 차이, 조직의 문화에 따라서 복잡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직장 내 '젊은 꼰대 문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첫째는 직장 전체의 문화입니다.

아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젊은 직장인은 기존의 문화를 배우며 적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직장 문화가 수직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소통도 잘 되지 않으며, 서로의 생각이나 처지를 공감해주지 않는 문화라면 아무리 훌륭한 인재가 새로 입사한다 해도 젊은 꼰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람마다 생각도 다르고 이미 성인으로 성장한 만큼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맞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대화와 공감은 끼어들 여지가 없고 각자 평행선을 달려야 합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 인정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분명히 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곳곳에 그런 접점들이 많아질수록 소통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모두 함께 도전할 일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는 '더닝 크루거 이펙트'의 싸이클을 정확히 이해하고 각 단계별로 맞춤형 변화 관리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능력 대비 과도한 자신감을 보일 때, 혹은 과도한 망설임(불안)을 보일 때를 파악하여 적절한 관리와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셋째는 젊은 직장인들이 '자뻑'과 '자괴' 사이에서 방황하며 꼰대 노릇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자,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으로 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기성세대가 되기 전에 부여 받은 젊음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 특권을 제대로 행사하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충분히 경험해보아야 기성세대가 되어서는 품격을 갖춘 '꼰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상 세편에 걸친 '꼰대 문화' 주제를 마치고, 다음 칼럼에서는 우리 직장인들 개개인을 관통하고 있는 인간의 속성을 통해 기업에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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