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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일본 천하' 동남아에 첫 생산기지

  • 2019.11.26(화) 17:35

인도네시아에 2021년 15만대 규모 공장 가동
현지형 SUV·MPV로 日점유율 80% ASEAN 공략

현대자동차그룹이 동남아시아에 첫 생산공장을 세운다. 일본차가 다섯 대 중 네대 꼴로 판을 치는 아세안(ASEAN) 지역에 처음으로 완성차 생산거점을 심는 것이다. 정부 '신남방정책'의 핵심인 인도네시아가 현대차가 2년 뒤부터 연 15만대의 차를 생산할 기지로 낙점됐다.

중국 시장 부진에 매몰되지 않고 동남아를 새로운 시장으로 뚫어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내린 결론이다.

현대자동차는 26일 오후 자사 울산공장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 각료들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 이원희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중국 시장 판매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으로 반토막 난 때였다. 이어 3년여 걸친 면밀한 시장조사 등을 거쳐 공장 설립을 최종 확정했다.

완성차 공장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Bekasi)시(市) 델타마스(Delta Mas) 공단 내 77만6000㎡ 부지에 지어진다. 올해 12월 착공해 2021년말 연 15만대 생산 규모로 공장을 가동하는 게 목표다. 현대차는 향후 최대 생산 능력을 25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제품 개발과 공장 운영비를 포함해 약 15억5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현대차는 이 곳에서 아세안 전략 모델로 새로 개발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B세그먼트), 소형 다목적차량(MPV, B세그먼트)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맞춤형 전기차 생산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투자 결정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글로벌 자동차시장 상황 속에서 아세안 신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 국가별로 5~8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 장벽과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 장벽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지 거점 구축이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해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아세안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2017년 기준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 점유율이 79%에 이른다. 반면 한국 브랜드는 4.3%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는 아세안 자유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역내 완성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하고 호주, 중동 등으로 수출도 검토 중이다. 또 완성차와는 별도로 연 5만9000대 규모의 CKD(반제품 조립, Complete Knock Down)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 전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한 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약 115만대의 차가 팔린 아세안 최대 자동차시장이다. 연 5% 수준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며 2억7000여만명에 달하는 인구 세계 4위 국가다. 평균 연령이 29세인 젊은 인구 구조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국 자동차시장은 2017년 약 316만대 수준에서 2026년 약 449만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현대차그룹 전망이다.

현대차는 아세안지역에서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서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 생산 방식(BTO, build to order)',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판매 방식 도입도 추진키로 했다. 딜러망도 2021년말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100여개를 우선 확보키로 했다.

인도네시아 새 공장은 베트남에 둔 생산 합작법인(HTMV, Hyundai Thanh Cong Manufacturing Vietnam)과도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베트남 탄콩(Thanh Cong)그룹과 함께 연 6만대 수준의 CKD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 연 10만대 규모로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가 투자한 동남아에서 지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인 그랩(Grab)과의 연계사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위도도 대통령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협약식에 참석한 뒤 수소전기차 공기정화, '넥쏘' 절개차, '코나 일렉트릭' 절개차 및 무선충전시스템,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전동 킥보드 등 현대차 기술 전시물을 둘러봤다.

위도도 대통령은 "완전 무공해인 수소전기차와 전기차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대차의 투자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며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우리 국민들은 일본차 중심에서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혜택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도 "현대자동차의 현지 공장 설립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아세안 지역 발전에 지속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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