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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LG화학 기밀 빼가고 흔적 없애"

  • 2020.03.23(월) 13:45

美ITC ,증거 등 공개한 판결문 들여다보니…
"레시피 통째로 빼내고, 삭제 리스트까지 작성"
"LG화학의 조기패소 판결 요청은 정당"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지난달 내린 '조기패소' 승인 판결문을 지난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와 ITC의 포렌식 명령 위반에 따른 법정모독 행위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 신청은 정당하다(warranted)"는 문장과 함께, 이 판단에 근거가 된 사실들이 낱낱이 담겼다.

◇ ITC "SK이노, 고의적으로 재판 방해"

"이번 주 수요일까지 L사(LG화학 의미) 자료를 모두 옮겨라('L' Company documents transfer by this Wednesday)" 이는 ITC 판결문 20페이지와 102페이지에 기재 첨부된 2018년 SK이노베이션 내부 이메일 제목이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고의적인 증거인멸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방해했다"고 적었다. 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증거인멸 행위에 특히 민감하다. 그런데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디지털 증거보존)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인지한 2019년 4월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 시점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이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조기패소 판결 요청은 정당하다"고 적혔다.

ITC 판결문 20쪽 및 102쪽에 첨부된 2018년 SK이노베이션 내부 이메일. 당시 (국내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팀에 존재하는 L사(LG 화학 의미) 관련 자료 ▲경쟁사 비교 자료 ▲L사에서 취득한 자료를 다른 위치로 모두 이동시키고 이 이메일도 삭제하라는 지시 내용이 들어있다. /자료=LG화학(ITC 인용) 제공

◇ 배터리 제조법, 車 모델별 정보도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직원의 컴퓨터 휴지통에 저장돼 있다가 발견된 엑셀 문서도 증거자료로 첨부됐다. 지난해 4월12일 작성된 이 파일에는 'LG', 'L사', '경쟁사' 등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 대상 980여개의 파일 리스트가 있었다.

또 LG화학 출신 SK이노베이션 직원이 2018년 작성한 '이것이 유일하게 내가 갖고 온 정리된 자료'라는 제목의 내부 이메일에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나?"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와 함께 LG화학의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관련한 상세한 레시피 자료가 담긴 자동차 모델별 정보 등이 엑셀 파일로 첨부돼 있었다.

ITC는 판결문을 통해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고 소송의 쟁점은 해당 증거들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ITC는 "이번 조기패소 결정이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ITC 판결문 130쪽. "이러한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뿐임 (Default is the only appropriate remedy here)"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자료=LG화학(ITC 인용 제공)

◇ 최근 10년간 조기패소 뒤집힌 적 없어

SK이노베이션은 "과거 양사간 합의된 사안 이외에 기술을 빼간 것은 없다"는 요지로 맞서고 있다. ITC의 예비 결정(판결)에 대해 지난 3일 재검토를 요청하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ITC의 조기패소 결정은 변론 등 절차없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최근 10년 동안 ITC의 조기패소 결정이 종국에 뒤집힌 경우는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ITC는 다음 달 17일까지 이의 신청을 검토해 받아들일지 결정하고, 오는 10월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저작권 침해 제재 규정) 위반 여부와 수입 금지 등 조치를 결정한다. 그러나 검토 신청이 거부되면 관세법 위반 사실은 그대로 인정되고 10월까지는 관련 조치와 공탁금에 대한 최종결정만 내린다.

ITC가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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