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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금호는 왜 라임에 몰아줬을까

  • 2020.03.30(월) 12:46

금호 계열사, 라임펀드에 '몰아주기 투자'...손실 발생
라임의 금호고속 인수자금 지원에 따른 '보답' 해석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이 지난해 환매 중단 사태로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사실이 나타났습니다.

총 투자금은 약 700억원 규모로, 계열사별로 에어부산이 2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나개발이 130억원, 아시아나IDT와 아시아나에어포트가 120억원, 에어서울 100억원, 금호속리산고속이 3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손실규모는 파악이 어렵습니다. 다만 에어부산은 전체 투자금의 74%에 달하는 146억원을 잃은 것으로 감사보고서상에 나타난 상태입니다.

이와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과거 계열사들의 투자는 맞지만 에어부산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4월과 5월 손실없이 환매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계열사 투자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시점 때문입니다. 아시아나IDT와 아시아나에어포트가 2017년 먼저 펀드에 가입했고, 이듬해인 2018년 다른 계열사 5곳이 뒤를 따라 펀드에 돈을 넣었습니다.

당시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던 때로, 오너와 계열사들이 전사적으로 자금을  끌어 모으던 시기였습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는 개인 자산까지 담보로 내걸어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였죠.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도 희망 공모가액을 한껏 낮춰 기업공개(IPO)를 밀어부칠 정도로 자금 사정이 급했습니다.

그러나 한켠에선 일부 계열사들이 곳간까지 털어 금융상품에 투자를 하고 있었던 셈이죠. 심지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으로 공적자금 1조7000억원이 투입되고,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일부 자회사 매각이 결정된 2019년 4월 이후에도 이들의 투자는 계속됐습니다.

기업의 금융상품 투자는 자산운용 차원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더욱이 운용사가 믿을만 하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사모펀드 설정액이 6조원에 달하는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였습니다. 이런 그들이 부실 펀드를 운용할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에어부산 역시 "2010년부터 금융상품 투자를 시작했다"며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1위 사모펀드였고, 2018년 투자시 10% 넘는 수익을 낸 바 있어 지난해 재투자에 나선 것인데 이런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라임펀드 사태와 별개로, 금호그룹의 투자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분산 투자를 해도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마치 상의라도 한 듯 한 회사의 펀드에 이른바 '몰아주기식'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계열사는 가지고 있는 현금 자산보다 더 많은 돈을 펀드에 넣기도 했습니다.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도 말이죠.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무리한 투자를 강행한 걸까요.

시장은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금호고속 인수금융을 청산한 시기와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라임펀드 가입 시기가 묘하게  일치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칸서스-KHB펀드에 매각한 금호고속을 되사오는 데 필요한 자금 4000억원중 740억원의 인수금융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1년전 매각한 금호고속을 재매입을 결정했습니다. 라임의 인수금융 펀드명은 '라임 플루토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로, 11.9%의 수익률을 올리며 2년만인 2018년 2월 청산됐습니다.

비슷한 시기 금호그룹 계열사들은 동원 가능한 모든 현금을 라임펀드 상품에 가입합니다. 총 투자금은 700억원으로, 라임자산운용의 인수금융 규모 740억원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금호 계열사의 대대적 펀드 투자를 앞서 라임자산운용이 인수금융을 지원해준 데 따른 '보답'의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거의 모든 계열사가 700억원을 들여 금융상품에 투자함에도, 이와 관련해 이사회를 열거나 공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라임펀드 사태 이후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에서도 인수 후보자들은 이에 대한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종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투자 실패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떠안게 됐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대규모 적자가 예고된 가운데 라임 투자 손실까지 끌어안게 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짊어질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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