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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ASML 지분 '숫자 이상의 의미'

  • 2020.09.17(목) 16:00

지분 1.5% 보유…EUV 안정적 공급처 확보 효과
반도체 미세공정 '일등 공신'…지분가치도 늘어

2018년12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 부품 공급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ASML은 중국 화웨이 자회사이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 SMIC가 주문한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 Violet) 장비 1대 반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화재 피해가 복구된 이후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경계하는 미국의 압박으로 해당 장비는 여전히 SMIC로 인계되지 못하고 있다.

'장비 1대가 별거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돈을 지불하는 구매자, 소위 갑이라 불리는 SMIC가 ASML에 EUV 장비 반입을 끊임없이 문의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EUV가 반도체 미세공정 핵심으로 꼽히지만, 이 장비의 제조사가 유일하게 ASML 뿐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시장에서 '슈퍼 을'이라 불리는 ASML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사건이다. EUV 장비 반입이 늦어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가 최소 3~4년은 늦춰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ASML은 삼성전자와도 인연을 맺고 있다. 삼성이 2012년 ASML 지분 3%를 매입하며 양사 관계가 강화됐다. 당시 TSMC와 인텔도 지분 각각 5%, 15%를 사들였다. 이후 TSMC는 2015년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인텔은 보유 지분율을 현재 3%까지 대폭 낮췄다. 삼성전자는 2016년 보유 지분을 절반(1.5%) 매각했지만 다른 두 회사보다 주식 매각에 더 소극적이다. 

◇ EUV로 '돈독해진 관계'

'반도체 제조사' 삼성전자와 '장비 제조사 'ASML은 장비 거래를 통해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양사 관계가 더 끈끈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 가운데 세계 최초로 ASML이 제조한 EUV를 적용한 제품을 생산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반도체 7㎚(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공정에 EUV를 적용했다. 업계 1위 TSMC가 같은 해 7㎚ 반도체를 기존 ArF(불화아르곤) 방식으로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한 발 빠르다. 삼성전자나 ASML 모두에게 기념비적인 사례다.

EUV는 반도체 기술 발전의 촉매제다. 반도체 회로를 찍어내는 빛의 파장이 짧아 ArF보다 미세한 회로 선폭을 구현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어 '반도체 원판' 웨이퍼당 제품 생산량이 늘어난다. 또 전자 이동거리가 짧아져 제품 성능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삼성전자는 EUV 도입에 적극적이다. 2019년 10대 이상의 장비를 구매한 뒤, 올해 초에도 20대를 매입하는 등 총 33억8000만달러(약 4조원)를 들였다고 알려졌다. EUV는 대당 가격이 2000억원 안팎인 고가의 제품이다. 기존 ArF 장비보다 약 4배 비싼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EUV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고, 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17일 IBM으로부터 7㎚ CPU(중앙처리장치)를 위탁 생산하기로 한 것에 더해 최근에는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75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TSMC가 스냅드래곤 상위 버전 제품을, 삼성이 하위 제품을 생산한 것과 비교해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화성에 이어 평택에 두 번째 EUV 전용 파운드리 라인 착공 사실을 밝히는 등 EUV 라인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또 연말을 목표로 5나노 제품 양산을 계획하는 것에 더해 2022년께 3나노 공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TSMC도 같은 시기 3나노 공정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 중이다. 

EUV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삼성전자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평택 2공장에서 세계 처음으로 EUV 적용 3세대(1z) 10나노미터LPDDR5 16기가비트(Gb) 모바일 D램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10나노(1x) DDR4 D램을 EUV로 양산한 이래 적용 범위를 모바일 제품으로까지 넓혔다. 경쟁사 인텔,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에 EUV 적용을 시도 중이지만, 제품 양산 단계까지는 돌입하지 못했다.

이런 환경들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가진 ASML 지분 1.5%은 단순히 표면상 나타나는 숫자보다 그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분을 통해 맺어진 관계를 바탕으로 EUV를 도입할 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다. 파운드리업계 1위인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시의적절한 EUV 확대는 필수적인 요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EUV는 시간당 웨이퍼 생산량이 ArF보다 약 4분의 1 떨어진다. 이 때문에 EUV를 삼성이 일부 공정에만 적용 중인데, EUV 성능이 개선되면 장비 도입량도 늘어날 것"이라며 "5나노 이하 공정에서 후공정(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 뒤 이를 자르고 포장하는 방법)과 EUV를 어떻게 조합할 지가 삼성이 TSMC와 격차를 좁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분 가치는 '덤'

삼성전자의 ASML 지분 투자는 회계상으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이 2012년 당시 지분 3%를 매입하는데 들인 돈은 7260억원이었다. 2016년 그 절반인 1.5%를 7400억원에 처분해 이미 원금 이상을 회수했다.

올해 2분기말 나머지 절반의 가치가 장부금액(시장가치 기준)으로 2조7797억원에 달한다. 이 금액 전부가 투자에 따른 수익이 되는 단계다. 

ASML 보통주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 312.4유로로 2012년초 41.7유로보다 7.5배 뛰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33억2600만유로(약 4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9억5000만유로(약 1조3000억원)로 지난해보다 각각 30%, 83% 증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전 세계 확산 속에서도 EUV 등 반도체 장비 주문이 쇄도한 것이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사업적 관계는 물론 투자 관점에서도 ASML과의 인연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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