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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등 돌린 덕후 마음, 애플스토어로 되찾을까

  • 2020.12.08(화) 16:58

애플스토어 고객 대응 논란 일파만파…아이폰11 결함 늦장대응
개선 의지 표명 없이 여의도 2호점 시작으로 매장 확장 시동

"터질 게 터졌다." 최근 애플의 고객 대응 논란, 이른바 '빅서 게이트'에 대한 애플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 의지까지 드러내며 애플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고요. 왜 이들은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한 소비자의 후기에 이토록 공감하는 것일까요. 

그간 애플은 특유의 감성으로 국내 마니아층을 확보해왔습니다. 애플의 충성고객들은 '앱등이(애플 애호가를 칭하는 말)'라고 불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죠. 특히 '삼성전자의 안방'이자 '외산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선전은 이례적이었습니다. 너도나도 한 입 베어문 사과 모양의 로고가 박힌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혈안이었죠.

하지만 인기가 높아진 만큼 AS에 대한 불만도 계속됐습니다. 서비스센터 수가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다, 공식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면 수리비도 만만치 않다는 점 등 불만사항도 다양했습니다. 국감에서 애플의 AS 정책 문제에 대해 지적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빅서 게이트는 다릅니다. 그간 불편한 AS를 참아오기만 했던 애플의 덕후들이 '더이상 호구 취급을 참을 수 없다'며 직접 들고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죠.

◆"고객님, 영어할 줄 아세요?"

이번 사건의 발단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맥북 유저의 후기였습니다. A씨는 맥북 프로 레티나 2014년형 모델을 사용하다 지난 11월 최신 맥 운영체제(OS)인 '빅 서(Big Sur)'로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 알림을 받게 됩니다. 알림을 받았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업데이트를 실행했는데, 맥북이 '벽돌'이 돼 버렸답니다. 컴퓨터가 부팅이 되지 않고 먹통 상태가 된 것이죠.

이에 A씨는 수리를 위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애플스토어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애플 직원은 "무상 수리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유상 수리를 해야 한다"는 안내만 반복합니다. 심지어 수리 비용은 50만원에 달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빅서 업데이트로 인한 벽돌 현상은 전 세계에서 나타난 문제였습니다. 이에 대해 애플 본사에서는 이미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다시 찾아간 애플스토어에서는 이를 '루머'로 일축해버립니다. 담당 책임자(매니저)를 찾자 매장에 미국인 매니저밖에 없다며 "영어할 줄 아세요?"라고 묻기도 했답니다.

/사진=클리앙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매니저는 한 발 더 나갑니다. "애플은 업데이트를 강요한 적 없고 업데이트를 한 것은 고객의 선택이며, 자신이 이같은 일을 겪으면 구형 기기를 이용하는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할 것"이라며 오히려 A씨에게 책임을 전가했죠.

화가 난 A씨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맥북을 부숴버립니다. 그리고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책임자)에게 사건의 경위를 고발하는 메일을 보내 애플 측 답변을 받아냅니다. 애플 측은 A씨가 주장한 발언이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하고, 이같은 발언은 애플의 정책이 아니라며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애플 측은 내부적으로는 개선하겠지만,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이나 사과문 발표 등 대외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죠. '빅서 게이트'라는 거창한 사건명 답지 않게 한 사람에 대한 사과로 끝이 난 겁니다. A씨는 이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 3년 만에 오픈하는 새 '애플스토어'

빅서 게이트가 논란이 된 후 애플은 서울 여의도 IFC몰에 국내 2번째 애플 스토어인 '애플 여의도'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타이밍이 참 절묘합니다. 애플스토어 오픈은 지난 2018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애플 가로수길' 매장이 들어선 지 약 3년 만입니다.

2호점 오픈을 기점으로 애플은 애플 스토어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모양새입니다. 내년 8월경에는 명동 센터포인트 건물에 3호점을 오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서울 외 부산에도 4호점을 오픈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죠.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보면 애플은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통해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듯 합니다. 국내 1곳밖에 없던 애플스토어를 늘려 고객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인 셈이죠.

애플스토어 여의도. /사진=애플

나아가 세계 첫 5G 상용화 국가인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겠다는 목표도 엿보입니다. 부품 수급에 차질을 겪으며 5G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한 발 늦은 만큼, 5G 선두국인 한국에서 경쟁사들을 견제해보겠다는 전략인 셈이죠.

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에는 제품의 신뢰도까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 4일부터 아이폰11 시리즈의 일부 제품에 디스플레이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무상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키로 했습니다. 출시 직후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를 1년 만에 인정한 것입니다. 또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도 출시된 지 1년 만인 지난달 30일부터 제품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요. 

최근 3년간 애플의 교체 프로그램 건수는 아이폰, 애플워치, 맥북 등에서 11건에 달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출시된 지 시간이 상당히 지난 후에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1년이 지나서야 제품 문제를 인정하고 뒤늦게 조치하며 늦장 대응하고 있죠.

◆아이폰12 흥행, 언제까지?

여러 논란에도 지난 10월 출시한 아이폰12 시리즈는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약 한 달간 이통 3사에서 50만대 안팎이 팔린 것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전체 판매량의 15~20%가 온라인몰에서 자급제 물량으로 판매된 것까지 포함하면 10만대가량이 추가됩니다. 한 달 동안 60만대를 팔아치운 셈이죠. 이는 전작인 아이폰11의 판매 속도보다 20% 이상 빠른 수준입니다.

첫 5G 스마트폰의 흥행과 함께 전국적인 애플스토어 확대에 힘입어 애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탄탄대로에 올라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이 아이폰12로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시장조사 결과도 있었죠.관련기사☞날개 편 삼성전자, 숨고른 애플…연말 '격전' 예고

하지만 덕후는 쉽게 잊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에 담아둘 뿐이죠. 제대로 된 대책이나 명확한 개선 의지 표명 없이 지금과 같은 대응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빅서 게이트는 멀리 있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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