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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청소하는 자율주행차?'…삼성의 로봇청소기 재도전

  • 2021.04.27(화) 17:28

4년만에 신제품 '비스포크 제트봇 AI' 출시
인텔 AI칩 탑재해 사물인식 기능 대폭 개선
올해 로봇청소기 매출 '3배 신장' 목표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봇 AI'. /사진=백유진 기자 byj@

"로봇청소기 돌려도 내가 다시 청소해야하는데…굳이 써야 하나?"

삼성전자가 로봇청소기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4년 만에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내놨다. 처음으로 인텔의 AI(인공지능) 칩을 더해 사물인식 능력과 주행성능을 대폭 개선한 '비스포크 제트봇 AI'다. 뛰어난 사물인식 능력을 바탕으로 가구나 가전제품 같은 일반적인 사물이 있어도 최대한 가까이서 꼼꼼하게 청소하고, 반려동물의 배설물이나 유리컵 등 위험한 장애물은 스스로 피하는 성능을 갖췄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 파워 떼고 '제트' 붙인 이유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열린 신제품 체험 행사에서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그간 로봇청소기를 사용하면 꼼꼼하게 청소가 되지 않아 다시 해야 하거나 먼지통을 빠르게 비워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았다"며 "우리는 이것을 로봇청소기 시장이 크지 않는 이유로 보고 소비자들의 페인 포인트(부족한 점)를 충족하는 로봇 청소기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로봇청소기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4년 만이다. 2014년부터 사용해왔던 '파워봇'이라는 이름도 무선청소기의 흥행을 이끈 '제트'로 갈아치웠다. 분위기를 바꿔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절치부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양 상무는 "로봇 청소기가 어디를 청소할지, 뭘 피해야할지 똑똑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라이다(LiDAR) 센서와 3D 센서 등이 핵심"이라며 "자동차에 사용되는 라이다 기술을 일반 가정에 도입하기엔 상용화가 어려웠고 사물인식 기능도 이제 기술이 완성되는 시점이라 이를 완성하는데 4년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 /사진=백유진 기자 byj@

◇ AI칩·3D센서·라이다 '이 정도면 자율주행차'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1'에서 미리 공개됐다. 당시 승현준 삼성리서치 사장은 "제트봇 AI는 사물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주변 물체를 스스로 식별 분류해 최적의 청소 경로를 선택한다"며 "라이다 센서가 위치를 감지하고 3D 센서가 작은 장애물까지 탐지해 전선이나 양말 등 작은 물체도 전혀 걸리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비스포크 제트 봇 AI는 딥러닝 기반으로 100만장 이상의 이미지를 사전 학습했다. 집안의 다양한 가전제품과 가구는 물론 기존에 인식하기 어려웠던 장애물까지도 구분해낸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배설물 ▲양말·수건 ▲전선 ▲컵 ▲유리컵 ▲병 ▲꽃병 ▲그릇 등 8종의 위험 장애물을 설정했다. 특히 컵이나 유리컵, 병, 꽃병 등은 재질이나 형태 등이 다양해 인식이 어려웠던 사물으로 꼽힌다.

지난 1월 개최된 CES2021에서 공개된 제트봇 AI.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비스포크 제트봇 AI에 더해진 인텔의 AI칩은 컴퓨터의 '그래픽카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픽카드는 컴퓨터에서 이미지나 영상을 화면으로 출력해주는 하드웨어다.

이번 신제품의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인 로봇청소기가 물건과 부딪히며 위치를 학습하는 것과 달리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2개의 카메라에서 촬영된 화면으로 공간과 사물을 3차원으로 인식한다. 여기에 '패턴빔'을 쏘아 카메라만으로 인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교한 장애물 감지와 공간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활용되는 라이다 센서를 탑재해 공간 특성에 맞는 최적의 경로를 선택해 주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음성명령만으로 원하는 공간을 지정해 청소할 수도 있다. 이날 행사에서 빅스비를 통해 "TV 주변 청소해줘"라고 명령하니, 비스포크 제트봇 AI가 TV 주변만 청소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스포크 제트봇 AI가 청소를 마치고 청정스테이션으로 돌아가 충전하는 모습. /영상=백유진 기자 byj@

또한 최대 1m 거리, 좌우 60도까지 주변 지형지물을 입체적으로 감지해 집안 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한다. '액티브 스테레오 카메라' 방식의 3D 센서를 탑재해 부피 1㎤ 이상의 모든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다. 단 물이나 음료와 같은 액체는 아직 판별하지 못한다.

장휘찬 삼성전자 청소기 마케팅담당 프로는 "전선, 양말 등은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100만장 이상의 이미지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며 "향후 더 많은 형태의 사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비스포크 제트봇 AI가 양말을 피해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 /영상=백유진 기자 byj@

◇ 자동으로 먼지 비우고, 반려동물 모니터링까지

청소 능력도 개선됐다. 16개의 에어홀로 구성된 '제트 싸이클론'과 디지털 인버터 모터가 이물질을 강력하게 흡입한다. 한국 마루바닥에 최적화된 '소프트 마루 브러시'도 더해져 있다. 청소기가 바닥 소재를 자동으로 감지하기 때문에 카펫처럼 먼지가 끼기 쉬운 재질에서는 더 강력하게 청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무선청소기의 핵심인 '청정스테이션'을 도입해 먼지 비움 과정도 편리해졌다. 청소기가 청소를 마치면 충전센터 격인 청정스테이션으로 복귀해 충전과 함께 먼지통을 자동으로 비워준다. 청소를 마치기 전이라도 먼지통이 가득 차면 먼지를 비우고 난 뒤 청소를 다시 시작한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앱(App)을 통해 반려동물의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 반려견이 심하게 짖을 때 사용자에게 알려주거나, 반려동물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본체에 탑재된 스피커로 재생해주는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월 개최된 CES2021에서 공개된 제트봇 AI. /영상=삼성전자 유튜브

◇ "올해 매출 3배로 늘릴 것"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국내 청소기 시장은 지난 2015년 4384억원 규모에서 작년 1조2851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청소기 시장의 성장을 이끈 것은 무선 스틱 청소기다. 선 없이 편리한 청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난 5년간 시장 비중이 25%에서 77%까지 늘었다. 로봇청소기의 비중은 10%에서 12%로 2%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제트봇 AI 출시와 함께 로봇청소기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18년 20만대에서 2020년 30만대, 올해 35만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혜순 상무는 "올해 로봇청소기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매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비스포크 제트 봇 AI는 ▲미스티 화이트 ▲새틴 핑크 ▲새틴 블루 ▲소프트 그리너리 ▲소프트 썬 옐로우 등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면 출고가는 150만원대다. 사물인식과 음성인식 기능이 없는 하위 모델의 출고가는 그 60% 선이며 3가지 색상 모델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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