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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조직문화' 67점…현대차 MZ들은 만족할까

  • 2021.07.15(목) 10:35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본 현대차
"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 없다"지만…
2030 직원들은 이직에 노조 결성도

최근 현대차가 '2021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성과와 계획을 담죠. 현대차도 지난 1년간의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 경영에 대한 성과를 정리했는데요, 그중에서 눈에 띄는 지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육아휴직 현황'과 '조직문화 점수'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남자 직원, 여자보다 육아휴직 더 썼다

지난해 국내기준 현대차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은 333명입니다. 2019년(280명)과 비교하면 일 년 새 18.9% 늘었죠. 현재 현대차의 복지제도를 보면 직원 성별 구분 없이 만 8세 이하(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1명당 최대 2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녀 한 명(단태아) 출산 시 90일의 출산휴가도 주어지고 남성도 출산휴가 10일이 지원되죠. 

증가율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남자의 육아휴직이 여자보다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남자는 171명으로 여자(162명)보다 더 많았습니다. 육아휴직 직원이 역대 가장 많기도 했지만, 남자 육아휴직이 여자를 앞선 것은 현대차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육아휴직 수치를 공개한 2012년 이후 처음입니다. 

2012년 육아휴직을 쓴 남자는 18명에 불과했습니다. 2017년 22명에 머물던 남자 육아휴직은 2018년 93명, 2019년 138명, 2020명 171명 등으로 불어났죠. 2018년은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때입니다. 그 이듬해 현대차는 완전자율복장을 도입했고 육아휴직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죠. 

제도만큼 중요한 것은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쓸 수 있는 문화일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대차의 남자 육아휴직자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현대차 특유의 군대식 문화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듯합니다. '성별 구분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죠.

조직문화 점수는 66.6점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작년 현대차 국내 총 직원수는 7만2020명으로 이중 육아휴직을 쓴 비율은 0.46%에 불과합니다. 특히 남자 직원수(6만8014명)는 여자(4006명)보다 17배 가까이 많죠. 성별 육아휴직 비율은 여자(4.04%)가 남자(0.25%)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현대차에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자녀를 둔 남자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1%도 채 되지 않는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 비율을 보면 아직도 육아휴직을 쓸까 말까, 눈치를 보는 남자 직원이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차의 군대식 조직문화는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문화가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하기 힘들지만, 힌트는 있습니다. 현대차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조직문화 진단'이죠. 

작년 9월 현대차는 비즈니스, 사람, 일, 리더십, 조직 효과성, 인사 시스템, 인프라 등 총 7개 영역에서 조직문화 진단을 실시했죠. 이 설문엔 일반직·연구직·법무직 직원의 74.3%가 참여했습니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66.6점입니다. 2018년 61.7점, 2019년 64점 등 매년 점수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미래인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만족할 만한 수준일까요.

/지난 3월 열린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 / 사진 = 회사 제공

왜 현대차서 IT업계로 이직했을까

최근 현대차 10년차 이하 한 직원이 IT(정보기술)업계로 이직한 소식이 업계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기준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여서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다른 젊은 직원에게 '왜 이직했을까'라고 물어보니 충분히 이해되는 결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의외였습니다. 현대차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연봉도 그리 높지 않을뿐더러 성과급이 나오더라도 모든 직원이 똑같이 나눠 갖는 구조라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겁니다. 조직문화도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회사 밖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랍니다. 딱 66.6점 수준인 셈이죠.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진행한 타운홀미팅에서도 성과 보상 등에 대한 질문이 여럿 나왔죠. 당시 정 회장은 "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해 보상·승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바꿔서 직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 타운홀미팅 한 달 뒤 현대차그룹의 20~30대 연구사무직들이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MZ세대가 결성한 노조는 객관적인 보상 시스템과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죠. 직원들 사이에선 정 회장이 타운홀미팅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안팎으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해야 하고 산업역군이 만든 '하면 된다'는 조직문화도 '되면 한다'는 MZ세대를 위한 것으로 바꿔야 하죠. 지난 3월 정 회장은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죠. 66.6점짜리 회사는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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