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눈높이’ 대교가 영유아 사업부문 계열통합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야심차게 인수한 영유아 놀이체육시장 1위 브랜드 ‘트니트니’에 이어 트니월드까지 대교에듀캠프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는 흡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것. 사상 첫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또 다른 반전의 승부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교에듀캠프는 내달 말을 목표로 트니월드의 흡수합병을 추진키로 했다. 합병비율 1대 0으로 소규모합병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주총회 및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은 마무리된다.
대교에듀캠프는 2007년 5월 ㈜대교에서 분사한 업체다. 현재 ㈜대교가 지분 99.95%를 소유 중이다. 유아기관 및 초등 방과후학교 위탁교육 사업을 비롯해 유아 놀이교육 전문 쇼핑몰 ‘키플런(KIPLEARN)’ 등을 운영한다. 트니월드는 대교에듀캠프의 100% 자회사로 영유아용 교구 및 콘텐츠 개발업체다.
이번 계열재편은 지난 4월 말 대교에듀캠프가 트니트니를 합병한 데 이은 후속작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합병을 계기로 자회사로 편입된 트니월드를 아예 흡수․통합하는 것이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사업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것이다. 인력 및 조직 통합을 통한 군살빼기를 통해 경영 효율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대교그룹의 주력사 ㈜대교는 상황이 좋지 않다. 2020년 매출(연결기준)이 6270억원에 머물렀다. 1999년(5890억원) 이후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286억원 적자를 냈다. ㈜대교가 1976년 7월 창립한 한국공문수학연구회를 모태로 1986년 12월 설립(법인전환)된 이래 사상 첫 적자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교가 대표 학습지 브랜드 ‘눈높이’를 비롯해 러닝센터 등 대면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구조를 가진 탓이다. 올해 들어서도 ‘C-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1분기 매출 1530억원에 영업손실 44억원으로 작년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본체도 본체지만 자회사들도 발목을 잡았다. 대교에듀캠프도 걔 중 하나다. 작년 매출(별도)이 96억원으로 2019년(331억원)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코로나19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었던 게 배경이다. 수익성이 좋을 리 없다. 영업이익이 7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결손금이 63억원 쌓였다.
트니트니도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대교가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년 1월 야심차게 인수했던 업체다. 투입 자금만 310억원에 이른다. 문화센터와 어린이집, 유치원 등 전국 2000여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영유아 놀이체육 분야에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다.
계열편입 이후 2020년까지 트니트니의 재무실적을 보면, 매출(연결종속회사 트니월드 포함) 70억원에 순손실 36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3월~2020년 2월(2월결산법인) 182억원 매출에 11억원의 흑자를 냈던 것과는 180도 딴판이다. 코로나19의 타격이 컸다.
따라서 대교에듀캠프의 연쇄적인 영유아 부문 계열통합은 ㈜대교가 사상 첫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초 오너 2세가 ㈜경영 전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교는 지난 3월 말 ‘2세 경영체제’를 출범시켰다. 강호준(42) ㈜대교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해외사업총괄본부장(상무)을 신임 단독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대교 창업주 강영중(73)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이다.
강 회장이 1998년 3월 대표이사 명함을 반납한 이후 24년간 유지해온 ㈜대교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깨졌다. 그만큼 강 회장이 대교가 처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장남에게 강력한 오너쉽을 기반으로 위기 돌파의 중책을 맡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