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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배터리' 우려보다 더 큰 기대

  • 2021.09.23(목) 17:53

배터리 사업 분할 완료…10월 공식출범
성장 기대감 속 주주친화 정책도 눈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6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부문 분할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으면서 본격적인 사업 성장을 예고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만 해도 경쟁사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전에서 패하면서 합의금만 2조원이나 써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미국 포드와 6조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해 덩치를 키우고, 배터리 분리막 부문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상장해 재원도 충전하는 등 반전을 도모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분사한 배터리 사업 부문을 기업공개(IPO)해 대규모 투자금을 추가 확보할 전망이다.

SK배터리, 시장평가 따로 받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을 물적분할하는 안건 등을 모두 통과시켰다.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은 오는 10월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게 되며,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은 신설되는 회사로 이전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이 가진 경쟁력과 성장성을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며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는 것이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탄소 중심 사업 구조를 그린(친환경) 중심으로 확 바꾸겠다는 '파이낸셜스토리'를 공개하고,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독립경영을 예고한 바 있다.

회사의 이 같은 구상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정반대의 의견을 피력한 주주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 지분 약 8%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은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핵심사업 부문인 배터리 사업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분할을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할 때도 유사한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분율 33.4%의 최대주주 SK㈜를 비롯한 대부분 주주들은 SK이노베이션의 분할 계획에 찬성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 분할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80.2%였다. 주총 결정에 따라 배터리 신설법인은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장치) 사업 등을 수행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밖에도 △석유개발사업의 분할 △지배구조헌장 신설 △이사회 내 위원회 명칭 변경 △이익의 배당은 금전, 주식 및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는 조항 신설 등의 안건도 통과시켰다. 석유개발사업 신설법인은 석유개발 생산·탐사와 CCS(Carbon Capture & Storage, 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맡는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배터리 사업 날개 달까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분할 이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사업의 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추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1000기가와트시(GWh)가량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어 생산능력 증대를 위한 투자 등이 요구된다. 현재 연간 40기가와트시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5년 기준 200기가와트시 이상으로 확대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1000GWh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에 해당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임시 주총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기자들에게 받은 질문도 IPO에 집중됐다. 김 사장은 "투자재원 조달과 관련된 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독립법인이 더 효과적"이라며 "저희가 적절한 밸류(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PO 시점에 대해선 확답하진 않았지만 재무적 성과를 내고 시장 신뢰를 쌓아 IPO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현재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올 상반기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다. 김 사장은 "미국 공장이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서 배터리 자체의 현금창출도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영업이익 플러스(흑자전환)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오히려 "SK이노베이션 안에 자회사가 6개 있다가 8개가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 형태를 띠고 있으면 할인 이슈를 무시할 수 없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을 시장에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분할에 대한 긍정적 조명도 이어진다. 메리츠증권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할 결정 이후 주가 급락 사례와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위축된 투자심리는 여전하다"면서도 "다만 SK는 적어도 1년 내 IPO 계획이 없고 현물배당 지급을 제시하는 등 경쟁사 대비 주주친화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SK에선 지금까지 판매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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