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지난 3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500% 넘게 이익을 늘린 실적을 내놨다. 주력인 정유사업도 나아졌지만 윤활유 사업이 전체 실적 개선에 더 기여를 할 정도로 좋았다.
4분기도 윤활유 사업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의 완화에 따라 정유 사업 전반에 대한 낙관도 나오고 있다.
윤활유가 정유보다 나았던 이유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조73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5.7%나 증가했다. 윤활유 사업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호조를 보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탄소물질 저감에 도움이 되는 윤활유는 배기가스 규제가 있는 유럽 등지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다. 성장산업이자 기름을 태우지 않고 달리는 전기차에서도 윤활유가 쓰이지만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4개사 윤활유사업 영업이익 합은 8527억원으로 정유사업 영업이익 합(7296억원)을 훌쩍 넘었다. 영업익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도 윤활유(49%)가 정유(42%)보다 컸다.
이번에 정유 4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가장 많았던 SK이노베이션도 윤활유 사업이 가장 기름졌다. 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366.4% 증가한 3293억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53%에 달하며, 주력인 석유사업 영업이익(2906억원)을 처음으로 넘었다.
윤활유 시황 개선에 따른 마진 증가와 미국·유럽 등에서 판매량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자회사 SK루브리컨츠가 벌이는 윤활유 사업은 업계 2위였으나 이번 분기에 업계 1위였던 에쓰오일(S-Oil)의 영업이익(2888억원)을 넘었다.
에쓰오일은 전체 영업이익 5494억원에서도 윤활기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3%에 달했다. 윤활기유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966억원 대비 199% 치솟은 것이기도 하다. 이 회사 정유 사업은 전년 -576억원에서 흑자전환한 1855억원이었다.
GS칼텍스도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2.9% 늘어난 1747억원이었다. 반면 정유 사업은 19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정유(628억원), 석유화학(460억원), 윤활기유(599억원) 등 사업별로 고르게 이익을 냈다. 전체 영업이익은 1731억원으로 전년 352억원 대비 392% 늘어났으나, 전분기 2657억원과 비교하면 35%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에 유가와 제품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가격차)는 하절기 수요 증가로 상승했으나 8월 이후 델타 변이 확산과 경기둔화 우려로 상승폭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4분기는 코로나19 영향 완화가 '관건'
4분기에도 정유와 윤활유 사업 모두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정제마진은 코로나19 영향 완화로 수요가 회복되며 점진적으로 추가 개선될 전망"이라며 "다만 윤활기유는 계절적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로 스프레드가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윤활기유 스프레드에 대해 "타이트한 공급상황이 완화되고 원재료 가격의 상승으로 하방 압력이 예상되지만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 강세가 지속돼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아시아 정제마진은 겨울철을 앞둔 재고비축과 세계 각국의 국경개방 및 코로나 제한조치 해제 확대에 따른 제품수요의 견고한 증가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의 가스가격 급등은 대체재인 정유제품의 수요를 추가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GS칼텍스에 대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진입에 따라 기존 스프레드 강세를 이끌었던 가솔린 이외 등유 및 경유 부문의 스프레드 상승이 예상된다"며 "동시에 윤활유 사업부도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돼 당분간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이 여행수요 증가와 가스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윤활기유의 경우 원재료 강세와 비수기 영향으로 약보합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