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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퍼스트무버]스판덱스 1위까지…효성의 '10년'

  • 2021.11.30(화) 11:19

스판덱스 성장에 효성티앤씨 신용등급↑
기술연구소서 독자기술 개발해 경쟁력 높여
후발주자로 시작해 10년 만에 시장 1위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산업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아이폰의 애플이 대표적입니다. 꼭 전에 없던 것을 완전히 새로 창조하는 기업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후발주자였지만 기술과 전략으로 시장을 압도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한국 기업 가운데도 꽤 있습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역경을 딛고 퍼스트 무버로 자리잡거나, 또 이를 향해 나아가는 'K-퍼스트무버' 기업 사례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기 시작했을 때, 효성그룹은 생산시설 가동 중단의 여파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효성티앤씨마저 지난해 2분기 적자를 낼 정도였다. ▷관련기사: 조현준호 효성 역대급 타격…'이 또한 지나가리'(2020년 8월18일)

하지만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티앤씨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스판덱스'의 호조 덕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요가와 필라테스, 등산 등 스판덱스 함량이 높은 의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효성티앤씨 스판덱스 사업이 의외의 호황을 맞은 것이다.

한신평은 주력인 스판덱스 사업을 중심으로 이익창출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을 신용등급 상향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한신평은 "제한적인 스판덱스 설비증설, 전방 섬유 수요 회복세에 힘입어 스판덱스 수급 및 스프레드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수익성은 올해 대비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수한 원가경쟁력, 고기능성 스판덱스 판매 확대 전망 등을 고려하면 향후 수익성은 우수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실제 지난 3분기 효성티앤씨의 실적은 고공행진 했다. 매출액은 2조38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5% 늘었고, 영업이익은 4339억원으로 555.4%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 중에서도 스판덱스 사업이 포함된 섬유 부문은 매출액 1조3532억원, 영업이익 41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7%, 551.6% 성장했다. 특히 섬유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30.4%에 달한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률 10.4%에 비해 20%포인트 오르며 수익성이 고공행진 한 것이다.

■스판덱스란? 
 
스판덱스는 석유화합물 '폴리우레탄'이 주성분인 섬유의 일종이다. 스판덱스의 다른 이름은 '섬유의 반도체'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기능성 섬유라는 의미다.  
 
스판덱스는 고무보다 가벼우면서도 원래의 탄성을 유지하는 특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기존 고무에 비해 약 3배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 탄성과 함께 신축성도 좋다. 원래 길이보다 5~7배가 늘어나고, 원상회복률이 97%에 이른다.  
 
신축성이 좋기 때문에 활동하기 편하고, 땀을 빨리 배출하는 발한성과 건조 능력이 높아 쾌적한 느낌을 준다. 신축성의 정도에 따라 속옷, 안감, 겉옷 등 여러 의류에서 사용된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타사 대비 색을 표현하는 능력과 초기 색상을 오래 지속할 수 있고, 탄력성도 오래 유지된다는 강점이 있다는 것이 효성 측 설명이다.

90년대 독자 기술 개발 도전

스판덱스는 효성티앤씨의 주력 제품으로,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1위는 아니었다. 오랜 기간을 거쳐 미국 인비스타 등 막강한 선두주자들을 앞지른 결과다.

1959년 미국 화학회사 듀퐁은 스판덱스를 상용화시켰고 1962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효성이 스판덱스 시장에 진출한 것은 1990년대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스판덱스의 기술 개발이 어렵다는 걸 알았지만, 사업 전망이 밝다는 데 주목해 진출을 결심했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섬세하고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지만, 성공할 경우 확실히 이윤을 낼 것으로 봤다.

당시 대부분의 화학섬유 기업은 미국과 일본 업체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거나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효성은 후발 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체개발을 통한 독자적인 기술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자체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는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기술연구소'가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는 게 효성 측 설명이다. 조홍제 회장은 1954년 독일에 방문했을 당시 기업들이 기술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중시하는 것을 보며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최고의 경영 요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에 1971년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부설 연구소를 설립했다.

효성티앤씨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 /사진=효성티앤씨 제공

성공 장담할 수 없던 '프로젝트Q'

효성은 연구소를 중심으로 자체 소재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1992년 국내 기업 최초로 스판덱스를 독자기술로 개발하게 된다. 스판덱스 연구 개발의 최일선에 선 것은 조석래 명예회장이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안양에 있는 효성 섬유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스판덱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연구원들은 미국·독일·일본이 보유한 스판덱스 제조기술을 백지상태에서 개발해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이 프로젝트가 'Q(Question) 프로젝트'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제품이 탄생할지 의문투성이'라는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노하우가 전혀 없던 개발팀은 약 3년간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92년 세계에서 네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997년 효성은 스판덱스 공업화에 성공했고, 1999년 경북 구미에 공장을 건립하면서 상업 생산을 본격화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터키, 브라질, 인도 등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충했다.

후발주자로 시작해 글로벌 1위에 오른 것은 사업 시작 약 10년 만인 2010년이다.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한 원가·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전략 덕분이었다. 현재는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에서 점유율 32%를 차지하는, 효성의 대표적인 캐시카우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1위' 다지기는 계속된다

효성의 스판덱스 시장 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올해 중 연산 3만6000톤 규모의 중국 닝샤 스판덱스 공장과 연산 9000만톤 규모의 브라질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증설을 완료한 터치 스판덱스 공장의 생산능력(연산 1만5000톤)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6만톤 규모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존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생산능력은 연산 14만톤 수준으로, 추가 설비들이 가동되면 총 20만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려 시장 1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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