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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알 권리' 무시한 전문의약품 광고 규제

  • 2021.12.03(금) 10:45

ETC 광고 규제…의약품 오남용 방지 목적
"환자 알권리 방해·부정확한 정보 양산 지적"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좀 아는 것보단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전문의약품(ETC) 광고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ETC에 대한 광고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ETC 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ETC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과 달리, ETC는 최종 소비자와 구매결정자가 다르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사의 처방에 따라 특정 의약품을 구매해야 한다. 제약 마케팅의 최종 소비자는 환자지만, 마케팅의 대상은 의사인 셈이다.

ETC는 마케팅 방법에서도 OTC와는 차이가 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사법에 따라 ETC 대중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의사, 약사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의약 전문 매체의 ETC 광고만 허용한다. 다만 ETC 중에서도 감염병의 예방을 위한 백신에 한해 대중광고가 가능하다. 또 지난 2019년에는 정보기술(IT) 발달 등을 감안, 질병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한 ETC 대중 광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때에도 특정 의약품명을 직·간접적으로 추론케 하면 불법이다.

국내 보건당국과 의료업계가 ETC 대중 광고를 규제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ETC는 의사와 약사 등 보건의료 전문가의 영역이다. 부작용 등 환자 건강과 안전의 문제가 걸린 만큼 전문지식이 있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처방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문제는 ETC 대중 광고 규제가 '환자의 알권리'를 훼손하고 선택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 체계상 환자는 의사나 약사의 자세한 설명이 없으면 ETC의 효능이나 부작용을 알기 어렵다. ETC를 복용 중인 환자가 의사나 약사에게 특정 약물로 바꾸고 싶다는 의견을 제안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ETC 대중 광고 규제가 의약품이나 질병 자체에 대한 정보 제한으로 이어져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한 중학생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환각 부작용으로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의사와 약사 모두 의약품의 부작용을 고지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OTC는 용법용량과 사용상 주의사항, 부작용 등 설명서가 포함돼 있지만 ETC는 투약봉투에서 상세한 약물 부작용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ETC가 시판 중인 것을 알지 못해 질병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잠을 자도 갑자기 졸음에 빠져드는 기면증을 병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거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며 "질병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특수한 상황에선 ETC 대중 광고를 허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약사 유튜버나 의약품 관련 소통 채널 등이 늘면서 환자 개인이 ETC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는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ETC 관련 부정확한 정보가 양산되거나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뉴질랜드 등은 우리나라와 달리 ETC 대중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환자가 ETC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의사와 환자 간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를 단순히 의사의 처방에 따르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질병 치료를 위해 의사와 협력하는 '주체적 소비자'로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약품 산업은 규제 산업이다. 산업의 발전에 앞서 의약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정보의 시대에서 과도한 규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대한 의존성을 높일 수 있다. '정보의 홍수'시대 속에서 앞으로도 환자가 '모르는 게 약'일지는 다시 한번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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