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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차' G90 타보니…벤츠 잡는 'G클래스' 되겠네

  • 2022.01.13(목) 08:30

[차알못시승기]
'내리기 싫은' 뒷좌석 승차감
ADAS 등 운전편의 기능 '눈길'

제네시스 G90./사진=김동훈 기자

"브브브, 브응." 경쾌하지만 뭐랄까, 시끄럽진 않은, 어쩌면 엄숙한 느낌마저 드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렸다. 지난 11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완전변경 4세대 모델)이 들려준 첫소리다. 차량 문도 그냥 열리지 않았다. 부드럽게 스르륵 일부가 열린 다음 멈췄다. 한번 더 당겼더니 활짝 열렸다. 부드럽지만 절도가 있었다. '회장님 차'라는 수식어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닌듯했다.

"내리기 싫다"

자, 드디어 1억3000만원 정도(기본모델 3.5T-GDi, 5인승 스탠다드 시트에 프레스티지 컬렉션, AWD,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 등 적용 기준)한다는 차에 타본다. 시승을 지원하는 기사가 25분가량 운전을 해주는 덕에 뒷좌석, 이른바 '회장석'에 앉을 수 있었다. 회장석에 앉았더니 사람 몸에 이렇게 잘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목받침이 기가 막히게 편안했다. 차는 출발했다. 스르륵.

기대가 너무 컸을까. 주차장 입구 앞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흔들리지 않는다는 침대 수준까진 아니었다. 그래도 내리막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승차감이었다.

굉장한 느낌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확인하고 싶었다. 회장님 느낌 나게 편의 기능을 중심으로 즐겨보기로 했다. 뒷좌석에도 배치된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REST'(휴식) 모드를 눌러봤다. 조수석이 쭉 앞으로 눕고 뒷좌석도 더욱 편안한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느릿느릿 진행됐다. 느리다는 느낌보다는 경박하지 않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G90에서 다리를 쭉 뻗어봤다. /사진=김동훈 기자

다리를 쭉 뻗어 '풋레스트'에 발을 올렸다. 두 다리 뻗고 이동할 수 있는 자유란 어떤 느낌일까.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20년 1월 말 그리스 아테네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비즈니스석을 타고 일자로 누워 '꿀잠'을 잔 적이 있다. 그때 느낌이 났달까.

'무드 큐레이터'도 작동시켜봤다. 버튼을 한번 누르면 차량 내 음악과 향기, 조명과 커튼, 마사지 기능이 한꺼번에 서비스되는 것이다. 어깨 마사지를 받으면서 은은한 노래를 감상했고, 동시에 향긋한 냄새가 차량에 은은하게 퍼졌다. 너무 힘들었다. 차에서 내리기 싫어서. 하지만 뒷좌석 체험은 25분 만에 끝이 났다.

별별 기능들

이제 운전을 해볼 차례다. 코스는 경기 용인 '제네시스 수지 전시관'에서 경기 광주 CGV 곤지암까지 왕복 약 120km 구간. 꿀 같은 회장님 경험을 25분 한 뒤 2시간이나 운전할 생각을 하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이런 걱정 때문일까. 시작부터 이상한 게 보였다. 눈이 침침한가. 운전석 앞 유리창에 무엇인가 자꾸 보였다. 눈을 부릅뜨고 다시 보니 내비게이션이다. 무식해서 큰일이다.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이었던 것. 평소 운전석 오른편에 '모바일 내비'를 달고 다니느라 시야가 분산됐었다. 그래서 더 편했다.

운전석 앞 유리창에서 증강현실 네비게이션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운전을 더욱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후좌우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경고하고, 차로를 살짝 벗어나면 자동으로 조향을 도와줬다. 아직 도심을 주행중인 탓에 도로는 좁고 주변에 차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큰 도움이 됐다. 방향지시등 스위치를 움직이면 후측방 영상이 보였다. 차선 변경할 때 꽤 쓸모가 있었다.

고속도로에 접어든 뒤 가속 페달을 밟았다. 힘차게 쭉 뻗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육중한 느낌은 아니었다. 제동도 산뜻했다. 코너링할 때는 차량이 크다(전장 5275mm, 전폭 1930mm)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날렵했다. 주행 성능을 보면 G90은 가솔린 3.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 출력 380마력(PS), 최대 토크 54.0kgf·m을 갖췄다. 도로에 차가 많은 탓에 '제로백'까지 시도해볼 기회가 없어서 아쉬울 뿐이었다.

주차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사진=김동훈 기자

반환점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트렁크를 열어봤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되는 통로가 있었다. 실내에 그대로 두기 불편한 물건을 트렁크로 옮기거나, 반대로 트렁크에 넣어둔 물건을 주행중에도 꺼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주차할 때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통해 차량 주변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했다. 특히 하차하기 전에 주변에 특이 상황이 없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회장님'을 위한 차 같았다.

이때까지 연비는 9.1km/ℓ였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이 차는 9.3km/ℓ의 복합 연비(5인승, 2WD, 19인치 타이어 기준)다. 차량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급가속과 급정거 등을 테스트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돌아올 때는 더 편하게 운전할 방법은 없는지 찾아봤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봤다. 내비게이션에 찍은 목적지를 향해 차량이 대부분 알아서 주행해주는 것이다. 95km로 설정하고 달렸다. 핸들과 가속페달에서 손과 발을 뗐다. 차량은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렸고, 주변에 차량이 나타나면 운전대를 잡으라고 경고해줬다.

도로 상황에 따라 알아서 속도를 줄이고 높이며 'S코스'도 척척 주행하는 차량 덕에 운전대와 페달을 건드릴 일이 거의 없었다. 이날 G90을 시승한 다른 기자는 "팔짱을 끼고 양반다리까지 하고 있어도 될 정도"라고 평했다.

연비는 돌아올 때 12.0km/ℓ를 찍었다. /사진=김동훈 기자

'G클래스'

기대와 더불어 이날 새롭게 쌓인 호감이 너무 컸을까. 주행중 차량 내 소음은 약간 거슬렸다. 뒷좌석 체험할 때 이용했던 '무드 큐레이터'를 작동시켰다. 기분 전환을 돕기 위해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뒷좌석에 있을 때보다 더 강하게 다가왔다.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음량을 키웠더니 '소리의 명가' 뱅앤올룹슨의 3D 사운드 시스템이 섬세하고 풍부한 음향을 드러냈다.

일종의 '반자율주행'으로 달렸더니 연비도 개선됐다. 고속도로를 통과했을 때는 12.6km/ℓ였고, 도심을 거쳐 최종 목적지에 왔을 땐 12.0km/ℓ를 찍었다. 흔히들 G90을 벤츠 S클래스와 비교하는데, G90은 개인적으로 'G클래스'라 해도 무방하겠단 생각이다. 물론 플래그십 세단은 브랜드 가치에 상당 부분 좌우된다. 이제 관건은 제네시스의 럭셔리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가 아닐까 싶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시승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네시스는 글로벌 럭셔리 차량 톱 10에 들어갔고, 혼다 어큐라, 인피니티는 이미 초월했다"며 "지속적으로 시장 포지셔닝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글로벌 연간 판매 20만대를 넘었고, 국내에선 2년 연속 고급차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앞으로 제네시스의 브랜드 가치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되는 시승이었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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