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전장사업(Vehicle component Solutions, VS)의 올 상반기 수주 규모를 '깜짝' 공개했다. '오늘의 수주는 내일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전장사업이 9년 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권업계에선 올 2분기 전장사업부의 손익분기점(BEP) 달성도 전망하고 있다.
5일 LG전자는 전장사업에서 올 상반기 총 8조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인포테인먼트(IVI), 일본 완성차 업체의 5G 고성능 텔레매틱스(Telematics) 등이다.
LG전자는 그간 전장사업의 수주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수주잔고 정도만 공개한 게 전부였다. 회사 측은 "수주를 통해 전장사업의 미래 성공 가능성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 신규 수주는 작년 말까지 누적된 수주잔고(60조원)의 13%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회사 측은 올 연말 수주잔고가 6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VS부문의 매출 6조7004억원과 비교해도 신규 수주가 적지 않은 규모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LG전자는 2013년 계열사인 LG CNS의 전장 자회사 'V-ENS'를 17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8년 자동차용 조명업체 ZKW, 2021년 자동차 보안기업 사이벨럼(Cybellum)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작년엔 전기차 부품 사업 중 전기차 구동부품 부문을 분할해 합작사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사업구조를 ▲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3대 핵심사업으로 재편했다. 주요 고객으로는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르노, 캐딜락 등이 있다.
VS 실적 추이를 보면 지금까지는 덩치를 키워가는 단계다. 작년 매출은 2020년(5조3810억원)보다 24.5% 증가했다. 올 1분기 매출(1조8776억원)도 전년동기대비 8.5% 늘었다. 이익은 아직 나지 않고 있다. VS부문 영업손실은 2020년 3735억원, 2021년 9338억원에 달했다.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63억원)은 이어졌다.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VS부문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 3월 기준 VS부문의 부채(10조5334억원)는 자산(8조5414억원)보다 많은 상황으로, 이는 누적된 결손금 탓에 자본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의미다.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 LG전자 VS부문의 실적 개선세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 2분기 LG전자 VS부문의 흑자전환을 점치고 있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은 "올 2분기 BEP 도달 이후 구조적 턴어라운드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 전사적으로 보면 VS 부문의 흑자전환이 절실하다. 최근 TV 등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올해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어서다. 하이투자증권은 연결기준에서 LG이노텍을 제외한 LG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57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8% 줄 것으로 전망했다. TV나 가전 부진을 전장이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