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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판' 모더나가 나오기 힘든 이유

  • 2022.07.21(목) 06:50

모더나, 초고속 백신 개발한 비결 '한 우물' 전략
국내 바이오텍, '부업' 아닌 '본업'에 집중할 때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바이오업계에서 모더나는 '신데렐라'로 불린다. 코로나19 이전까진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다가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2018년 상장 당시 5조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118조원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매출은 약 21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15조원에 달했다. 7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셈이다. 올해 매출은 최소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투자를 결정했을 때 모더나는 모든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머크,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 4곳과 함께 바이오텍으론 유일하게 모더나에 투자를 결정했다. 창업 10년 차 바이오텍이 100여 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빅파마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이후 모더나는 빠르게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염기서열 선택부터 사람에게 최초 투여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60일이었다. 백신을 생산하는 덴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모더나가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던 비결은 '한 우물' 전략이었다. 모더나는 지난 10년 동안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 연구에만 몰두했다. mRNA 플랫폼은 1990년대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술이다. 하지만 상용화하는 기술이 부족한 탓에 오랫동안 업계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럼에도 모더나는 한눈팔지 않았다. 지난 2020년 3월까지 누적 결손금이 2조9000억원에 달했지만, 매년 5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모더나가 탄생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 바이오업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엔 국내 바이오텍을 향한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늘고 있다. 신약 개발에 매진하던 바이오텍들이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지난 2018년 '성장성 추천 특례 1호'로 상장한 셀리버리는 올해 들어 화장품, 티슈, 생활건강 등 3개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했다.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 있는 신라젠은 자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위탁생산(CMO)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두 신약 개발에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바이오텍들이다.

물론 이들의 신사업 진출을 부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1조~2조원이다. 연구 기간만 10년이 넘게 걸린다. 바이오텍이 수익원 없이 10년을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 바이오텍은 신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을 확보하고, 이를 신약 개발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규정이 바이오텍을 신사업에 나서도록 내몰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바이오텍이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정한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 상장 유지 조건엔 파이프라인의 질이나 실제 연구 성과는 포함돼 있지 않다. 국내 바이오텍이 신약 개발과 상관없는 신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바이오산업의 본질은 신약 개발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연 매출 수십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빅파마의 성장엔 모두 '블록버스터 신약'이 있다. 국내 바이오텍 중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을 성공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론 본업인 신약 개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신약 개발에 온전히 힘을 쏟지 않는다면 한국판 모더나는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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