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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줬다 뺏었다' 도마 오른 허술한 약제 급여 심의

  • 2022.07.25(월) 06:50

지난해 급여 등재된 '레바미피드'…내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네릭·개량신약 등 후속 제품 급여 타당성 제대로 검토해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전문의약품은 의사들의 처방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의약품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허가가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 급여 등재다. 건보 급여가 적용되면 정부의 건보 재정에서 약값의 일부가 지원돼 환자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만약 동일한 효능효과를 지닌 의약품 중에 급여가 적용되는 의약품과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이 있다면 의사는 당연히 급여가 적용되는 의약품을 처방한다. 의약품(약제) 급여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매출과 직결되는 셈이다. 

매년 의약품 시장에는 새로운 신약과 복제의약품(제네릭)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존에 급여 대상인 의약품에 신규 의약품에 대한 급여 등재가 이뤄지면서 건보 재정 지출은 계속 확대되는 구조다. 최근에도 1회 투약 비용이 27억원에 달하는 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 신약 '졸겐스마'가 내달부터 건보 급여 대상이 됐다. 이에 환자 부담비용은 598만원으로 대폭 줄었지만 건보 재정에 대한 걱정이 나온다. 건보 재정을 모든 의약품에 계속 지원할 수는 없는 이유다. 

정부는 불필요한 건보 재정 지출을 막기 위해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라 2020년부터 매년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재평가 검토 시 임상적 유용성을 우선 평가하고 필요 시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가 이뤄진다. 계속해서 더 나은 의약품들이 개발되면서 등재 시기가 오래됐거나 재평가 필요성이 제기된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을 다시 검토해보고 급여를 축소 및 삭제한다.

기존 의약품 유효성을 재평가해 합리적인 건보 재정 지출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내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목록을 보면 애초에 급여 등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내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에 오른 소화성 궤양용제 '레바미피드(성분명)' 제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식약처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제 급여 신청을 제출한다. 심평원은 해당 의약품의 제조품목허가증 사본과 비용과 효과에 대한 자료, 국내외 사용현황 등을 통해 급여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타당성이 인정되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해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심평원이 급여 결정을 내리면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급여 약제 목록과 급여 상한 금액을 고시한다. 

레바미피드 제제의 경우 일본 오츠카제약이 개발한 위궤양, 위점막 병변 등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무코스타(제품명)'가 대표 제품이다. 해당 의약품은 지난 1991년 국내 허가를 받은 후 30년이 지난 의약품이지만 지난해 오츠카제약 외에 국내 제약기업들도 서방정*으로 개량한 제품을 줄줄이 허가 받고 급여에도 등재됐다. 이는 정부가 기존 의약품의 품목허가 사항대로 후속 제품인 서방정에 대한 허가 및 급여를 그대로 허용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급여적정성 재평가 먹구름…긴장감 감도는 제약업계]

*서방정: 약물의 유효 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도록 개량해 일반 정제 보다 천천히 흡수돼 약효가 오래 지속된다.

서방정에 대한 급여적정성 검토를 별도로 진행했다면 출시 2년 만에 급여재평가가 이뤄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는 단지 서방정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네릭과 개량신약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만약 '레바미피드' 성분의 급여적정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정부는 허술한 급여 타당성 검토로 인해 2년여간 서방정에 불필요하게 건보 재정을 지출했다는 점을 자인하게 된다. 이는 건보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초기 급여 타당성 검토에 이어 급여재평가에 추가 인력과 시간을 들임으로써 전체 예산 낭비로 비칠 수 있다. 건보 재정을 합리적으로 지출하기 위해서는 제네릭과 개량신약 등 후속 제품에 대한 급여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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