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로 인한 멜론·지니뮤직 등 국내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제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잇따라 이용권 가격을 인상했지만 기존보다 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현행 저작권 사용료 정산구조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산 대상 매출액에서 인앱결제 수수료를 제외하고 대신 저작권자가 가져가는 수익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다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중재안에 반대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에도 사업자 몫 줄어
멜론 신지영 음악정책그룹장은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안정적인 음원서비스 제공과 음악시장 상생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으로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사업자의 몫은 이전보다 더 줄어든다"고 했다.
대부분의 국내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난 6월 인앱결제 의무화가 시행에 따라 이용 가격을 5~15%씩 올린 상태다. 국회 양정숙 의원실(무소속)에 따르면 인앱결제 의무화로 인한 소비자 추가 부담액은 총 29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소비자 부담액이 1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멜론의 7900원 스트리밍 상품의 정산 구조를 예로 들면, 멜론은 인앱결제 시행 이전 약 30%인 2370원을 가져갔다. 저작권자가 가져가는 수익(65%)과 결제 수수료(5%)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다. 하지만 인앱결제 수수료가 늘면서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익은 1580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월 이용료를 인상해도 사업자의 수익이 이전보다 줄어드는 건 마찬가지다. 인앱결제 수수료가 늘어난 만큼 기존 수익을 보전하려면 그만큼의 가격 인상이 필요하지만 소비자 반발에 부딪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존 수입인 2370원을 가져가려면 인앱결제 수수료 15%를 적용 시 1만1850원까지 가격을 올려야 한다. 30%를 적용하면 4만7400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 사업자들의 입장이다.
신 그룹장은 "여러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2370원이라는 금액은 사실상 하한선에 가까운 금액"이라며 "이 정도의 금액을 보전하려면 가격 인상이 필요한데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고, 해외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업자인 지니뮤직 권오현 대외협력팀장은 "해외 사업자는 국내 사업자와 달리 저작권 사용료 징수 규정이 아닌 별도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은 총매출액을 기준으로 저작권 사용료를 정산한다. 총매출액에는 결제 수수료와 프로모션 할인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반면 해외 플랫폼은 운영 관련 비용과 각종 수수료 등을 제외한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정산한다. 이에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내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중재안 만장일치 무산…"정부 중재 요청"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자문 기구인 음악산업발전위원회는 이에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4개월간 총 7차례의 논의를 거쳐 업계 중재안을 마련했다.
중재안은 정산 대상 매출액에서 인앱결제 수수료를 제외하고 PC·웹 상품 평균 결제 대행 수수료 5%를 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권리자의 몫은 65%에서 68.42%로 올라간다. 하지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중재안에 반대하면서 만장일치 합의는 무산된 상태다.
신지영 그룹장은 "지난 2월부터 권리자와 사업자가 모여 지속적으로 상생 방안을 논의했으나 최근 한 권리자 단체의 거부로 협의가 결렬될 상태에 놓였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했다.
권오현 팀장은 "지니뮤직의 경우 인앱결제 시행 이후 스트리밍 요금을 6~7% 인상했다. 인앱결제 수수료가 15%인 만큼 사업자가 부담하는 부분이 더 크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 6월 이미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시행된 만큼 빠른 결정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저작권자 역시 대의적인 차원에서 사업자들의 뜻에 함께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권리자 수익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비스 이용량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전체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다만 요율의 조정 등은 예민한 사항인 만큼 세부적인 협의안 도출을 위해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범정부 차원 대책 필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으로 인한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YMCA 한석현 시민중계실장은 "구글이 앱 마켓 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이러한 정책을 펼치고 수수료율을 매긴다면 앱 개발자나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구글의 전횡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한 실장은 "독과점 사업자가 이렇게 수수료를 받는다면 이용자나 사업자가 큰 피해를 볼 뿐 아니라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수수료율을 끌어내리는 게 가장 중요하고 범정부적인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체부 김현준 저작권산업과장은 "소비자 보호와 상생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아줬으면 한다"며 "대화를 통해 중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양한 적극적인 수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