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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R&D의 세계]④바이오 신약

  • 2022.08.18(목) 06:50

바이오 기업,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개발비 자산화율 0%…임상3상부터 자산화 가능
"바이오베터 등 산업 특성 고려한 지침 나와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약 개발은 '잭팟'에 비유된다. 성공의 문턱은 매우 높지만, 블록버스터급 신약 하나만 개발해도 큰 결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기업의 연구개발비 규모를 보면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회계장부의 개발비 자산화율에 따라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의 성공 시점을 헤아려 볼 수도 있다. 연구개발비를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 및 진단키트 기업의 연구 개발 성과와 현황을 짚어봤다. [편집자]

바이오 신약, 매출보다 연구개발비 많다

대부분 국내 바이오 기업은 뚜렷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수익원이 없는 상태에서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기간을 투자하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 탓이다. 바이오 기업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거나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을 기술이전(L/O)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총 33건의 L/O에 성공하며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도 대폭 늘었다.

18일 HLB·알테오젠·현대바이오·레고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제넥신 등 주요 바이오 기업 6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평균 매출(별도기준)은 230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제넥신(383억원), HLB(364억원), 레고켐바이오(322억원), 알테오젠(170억원) 순으로 높았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L/O 성과도 두드러졌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에만 총 5건의 L/O 계약을 따냈다.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와 '항체-약물 복합체(ADC)' 플랫폼 관련 두 차례의 L/O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체코 소티오바이오텍과 1조2127억원 규모의 L/O 계약을 맺었다. 알테오젠과 제넥신도 자사의 후보물질을 각각 1250억원, 1조2000억원 규모로 L/O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 1월 프랑스 사노피와 1조2720억원 규모의 L/O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영업이익을 낸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연구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평균 연구개발비는 330억원이었다. 연 매출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셈이다.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쓴 기업은 레고켐바이오였다. 레고캠바이오는 지난해 매출의 1.5배에 가까운 479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제넥신, HLB는 각각 428억원, 387억원, 39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했다.

알테오젠, 지난해 개발비 '77억원' 자산화

바이오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 대비 개발비 자산화율이 낮은 편이다.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의 파이프라인이 대부분 전임상과 초기임상 단계에 집중돼 연구개발비를 모두 경상개발비로 처리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바이오 신약 역시 임상3상이 개시된 연구 과제부터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

HLB, 현대바이오,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제넥신은 모두 지난 3년간 개발비를 전액 비용 처리했다. HLB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위암 3차 치료제 임상3상을 마쳤다. 또 간암 1차 환자를 대상으로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병용투여하는 임상3상도 완료했다. 회사는 최근 자회사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간암 1차 치료제 인허가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예비 신약허가신청(Pre-NDA/BLA)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자산화한 개발비는 없다.

현대바이오,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제넥신의 파이프라인은 임상 초기 단계에 있다. 레고켐바이오의 사람 상피세포 증식인자 수용체2형(HER2) 표적 ADC 항암제 'LCB14'는 위암 ·위식도암 등을 적응증으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LCB14의 임상1a상 결과도 발표를 앞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면역항암제 'ABL503', 'ABL111', 'ABL501' 등의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ABL301'은 올 하반기 임상1상 진입이 목표다. 이들 기업은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하기까지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알테오젠은 이제껏 개발비 자산화율을 0%로 유지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77억2595만원의 개발비를 자산화했다.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ALT-L9'의 글로벌 임상3상이 시작되면서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다. 상용화 이후 감가상각 기간(내용연수)은 10년으로 잡았다.

"산업 특성 고려한 회계 처리 지침 필요"

업계에선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개발비 자산화 회계 처리 지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금감원 지침엔 바이오베터(Bio-Better) 등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바이오베터는 신기술을 적용해 기존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와 투여방법, 빈도, 부작용 등을 개선한 것을 말한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과 유사한 제네릭이라면 바이오베터는 개량신약으로 볼 수 있다. 의약품 유형별로 개발비 자산화 가능 단계가 다른 만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세부 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개발비 회계 처리 기준은 엄격하게 관리하되,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조건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공시 투명성을 높여 바이오 업종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다만 수익원이 없는 바이오 기업은 재무 구조가 악화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증시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금감원의 개발비 자산화 지침 발표 이후 적자 전환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된 바이오 기업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신약 개발과 상관없는 신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엄격한 개발비 자산화 규정이 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 기업이 모든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해 재무구조가 나빠지면 외부 투자자를 구하기 어렵거나 기술특례상장 특례 기간이 끝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개정된 개발비 자산화 규정이 시행 중인 만큼 상장 기준을 완화하고 대신 시장 원리에 따라 투자자가 상장 기업의 퇴출을 판단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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