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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지노믹스, 바이오 상장사 품고 '아셀렉스' 설움 털까

  • 2022.11.24(목) 07:20

바이오 기업 팬젠 지분 20.43% 240억원에 취득
"개발·생산·유통 가능한 토탈 바이오 회사 목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팬젠을 인수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015년 제22호 국산 신약 개발에 성공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팬젠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및 생산·판매 등의 경험을 보유했다. 이번 인수로 회사의 신약 개발과 상용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2일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 팬젠 지분 20.43%(218만1818주)를 239억9999만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2146억원)의 11.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취득 방법은 현금 취득으로, 취득 예정일은 내년 1월 12일이다. 취득 이후엔 팬젠의 최대주주가 김영부 씨 외 9인에서 크리스탈지노믹스로 변경될 예정이다.

팬젠의 주당 인수 가격은 1만1000원이다. 인수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21일 팬젠 종가 7420원과 비교하면 48%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인수 소식 발표 후 23일 팬젠의 종가는 전거래일보다 1060원 떨어진 6240원이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경우 전거래일보다 소폭 오른 3475원에 장을 마감했다.

팬젠은 동물세포(CHO) 세포주에 특화된 단백질 발현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위탁생산(CMO)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설립 초기부터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생산 시설을 구축했다. 자체 개발한 만성 신부전 환자 대상 빈혈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에리사'도 보유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79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팬젠 인수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기존 보유 신약의 해외 판매망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006년 기술특례로 1호로 상장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5년 국산 신약 22호인 골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바이오벤처가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첫 번째 신약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진 못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해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아셀렉스로 벌어들인 금액은 24억원이었다. 전체 매출(424억원)의 5.7% 수준이다. 3분기 기준으로도 아셀렉스 매출은 전체 매출(218억원)의 약 1.8%인 4억원에 불과했다. 경쟁 약물로 꼽히는 화이자의 '쎄레브렉스'보다 적응증이 좁은 데다 여러 제네릭(복제의약품)이 쏟아지면서 상용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핫팩 사업으로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3분기 핫팩 사업으로만 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의 34%에 달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팬젠이 갖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셀렉스의 판매망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팬젠은 말레이시아 정부기관 벤처테크 및 국영 제약사 듀오파마와 함께 합작회사(JV)를 설립해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고 2000리터 이상의 신규 생산 설비 구축도 진행하고 있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유럽 등으로 판매 시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인수를 기점으로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이제껏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저분자 합성의약품 신약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반면, 팬젠은 고분자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양사의 역량을 합쳐 바이오베터와 혁신 바이오 신약 개발에 주력한다는 게 크리스탈지노믹스 측의 설명이다. 특히 바이오 업계에선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완제품 개발과 출시에서 기술이전(L/O)을 통한 수익 창출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재무 여력이 녹록지 않은 점은 부담 요소다. 3분기 말 연결기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현금성 자산은 332억원이었다. 팬젠 인수로 소진되는 금액 외에도 신약 개발 및 임상 등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면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자체 개발 신약 후보물질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췌장암 미국 임상1b/2상,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국내 임상2상 등을 진행 중이다.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PD-1 타깃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의 국내 임상2상도 앞뒀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측은 "임상을 위한 자금은 충분히 확보한 상태로 이번 인수가 기존 임상 계획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팬젠이 상호 협력해 연구개발부터 생산, 유통까지 가능한 토탈 바이오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을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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