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이식 전문 기업 제넨바이오의 이종췌도이식 임상이 본궤도에 오른다. 회사는 올 상반기 중 돼지 췌도를 당뇨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1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이종이식학회(IXA) 기준을 준수한 세계 최초 이종췌도이식 임상이다.
8일 제넨바이오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상반기 안으로 이종췌도이식 임상1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제넨바이오는 무균 돼지의 췌도를 당뇨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1상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9일 가천대 길병원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를 통과하며 임상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이종이식은 종이 다른 동물의 기관이나 조직, 세포 등을 이식하는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면역거부 반응이나 내인성 바이러스 등이 이종이식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종이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면역거부 반응은 초급성거부반응이다. 이종이식 후 수 분 내로 장기가 망가지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종이식을 받은 환자에게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지만 과다 투여하면 암이나 각종 감염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또 동물 세포에선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지만 인체 내부에 들어오면 문제를 일으키는 내인성 바이러스도 이종이식의 위험 요소였다.
제넨바이오는 영장류인 침팬지에 돼지의 췌도를 이식한 비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가천대 길병원,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와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과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서울대 박정규 장기이식연구소장은 "제넨바이오와 연구 중인 SNU 무균 미니돼지는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이 없는 돼지"라며 "비임상을 통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면서도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은 막을 수 있는 충분한 면역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종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도 "이종췌도이식에서 가장 우려하는 돼지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PERV)의 경우 감염이 없다는 음성 반응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임상은 WHO와 IXA 윤리위원회 검토를 받는 등 가장 높은 안전성 기준에 기반해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제넨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중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가 안 되는 1형 당뇨병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이종췌도이식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에서 무균 미니돼지를 생산해 췌장을 적출한 뒤 가천대 길병원 내 제넨바이오 제조소 시설에서 분리한 순수 췌도를 환자에게 투약하는 방식이다. 이후 2년간 장기 추적 관찰을 수행한다.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인슐린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 환자가 쓸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췌장이식이지만 췌장암 등 장기 이식 수요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췌도이식이 유일한 대안인 1형 당뇨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제넨바이오,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와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