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그랜저가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작년 11월 7세대 모델을 선보인 뒤, 올해 1~5월 판매량이 5만대를 넘어섰다. 이 기간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신차 6대 중 1대가 그랜저인 셈이다. 세단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랜저만 나 홀로 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판매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판매량은 1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그랜저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연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선다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그랜저의 자체 최고 기록인 연 14만대 판매 고지까지도 넘어설지 관심이다.
한달에 1만대 팔렸다
지난 5월 그랜저 내수 판매량은 1만1581대로 전년동월대비 52.3% 증가했다. 작년 11월 7세대 모델 출시 후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이다. 그랜저 판매 호조에 지난달 세단 내수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32.5% 증가한 2만1927대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으로 범위를 넒히면 판매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랜저의 올해 1~5월 내수 판매량은 5만1442대로 전년동기대비 99.8%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오는 7월엔 지난해 그랜저 연간 판매량(6만7030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저 판매가 증가하면서 현대차의 내수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내 소비자들 중심으로 큰 차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RV 판매 비중이 일반적으로 더 높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RV 판매량(21만3710대)이 세단 판매량(제네시스 미포함·18만5553대) 보다 많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내수 시장에서 세단 모델을 더 많이 판매하고 있다. 지난 1~5월 현대차의 국내 세단 판매량은 10만518대(제네시스 미포함)를 기록했다. 이 기간 RV 판매량은 9만8793대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세단 판매량은 45.9%, RV 판매량은 7.1%씩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의 국내 세단 판매량에서 그랜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달했다. 그랜저가 세단 모델 전체 판매 증가를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아반떼도 지난 1~5월 3만대 이상 판매되며 세단 판매량 증가에 일조했다. 다만 쏘나타는 이 기간 1만1856대 판매하며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36.5% 감소했다.
목표 11.9만대 넘어설 수 있을까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는 지난 2년여간 연 10만대 이상 판매된 '히트 모델'이 없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지난 2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트럭 '포터'로 지난해 9만2411대가 판매됐다. 트럭은 다른 차종 대비 고사양 편의가 적어 차량용 반도체 부품이 덜 탑재된다.
그랜저가 현재의 판매 추세를 유지한다면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무난하게 넘길 전망이다. 올해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경우 그랜저는 3년 만에 10만대 클럽에 복귀한다. 그랜저는 2017~2020년 4년 연속 국내 시장에서 10만대를 넘게 판매해왔다.
현대차가 스스로 내건 판매 목표치에 도달할 지도 관심이다. 현대차는 올해 그랜저 연간 판매량을 11만9000대로 설정했다. 유원하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작년 11월 그랜저 출시 행사에서 "2023년 11만9000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추세라면 어렵지 않게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의 지난 1~5월 월 평균 판매량은 1만288대다. 단순 계산할 경우 올해 판매량이 12만대를 넘어선다. 다만 그랜저의 연간 기준 역대 최대 판매량이었던 14만5463대(2020년)엔 못미친다.
변수도 있다. 경쟁 차종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토요타코리아는 이달 5일 크라운을 출시할 예정이다. 크라운은 토요타의 베스트 셀링 차종으로 이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국민 세단으로 불릴 만큼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어 업계에선 그랜저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출시되는 세단 차종이 줄어들면서 그랜저에 판매가 몰리는 경향도 있다"며 "다른 세단에 대한 선택지가 생겨난다면 그랜저의 판매량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