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조선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연이은 흑자에도 글로벌 경기 지표가 침체 우려를 나타내자 올해 경영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에 경계감을 갖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전날(7일)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엔 권오갑 회장을 비롯 정기선 부회장과 HD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15개 계열사 사장단 20명이 참석했다. 조선업계는 지난주부터 이번 주 후반까지 여름휴가 기간이다. 사장단 대부분은 휴가를 조기에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장단은 올해 경영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 수출 중심인 HD현대의 사업 구조상 글로벌 경기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하반기 실적을 집중 점검하고 내년 경영 계획을 조기에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주가와 환율, 유가 등 글로벌 경제 지표들의 변동이 심상치 않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기본역량 강화로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리더들의 역할과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다"면서 "회사가 직면한 위험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호실적에 안주 안 돼…'호황 경계령'
권 회장의 발언은 그룹 주력 사업인 조선업이 슈퍼사이클 진입에 따른 실적 개선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나 돌발 변수에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HD현대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6735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 사업 분야에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조선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상반기 동안 12조원이 넘는 매출과 5366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통상 경제 악재로 통하는 고환율과 고유가는 수출 비중이 높은 HD현대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단기 상승 동력으로 여겨진다. 주력인 조선뿐 아니라 전력기기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 건설기계 계열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영위 사업 대부분 수주산업으로, 수출 비중이 크다.
그러나 현재 고환율, 고유가의 배경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기 둔화, 중동 지정학적 불안 등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수출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수주 산업 특성상 호실적에 마냥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셈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조선업 전망은 상반기 대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하반기는 세계 신조선 발주가 상반기보다 줄고 국내 수주량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하반기 수주 감소에도 연간 수주액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나 국내 조선업계의 대형 컨테이너선, 대형 유조선 등 일부 선종에 대한 중국의 수주점유율 역전 현상 등 수주점유율 하락은 다소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