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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련 50년史 세운 최창걸 명예회장 영면

  • 2025.10.10(금) 10:05

비철금속 산업 일군 거목…10일 영결식 엄수
'온산의 기적'에서 세계 1위 제련소까지
'100년 기업'의 꿈…최윤범 회장에게로 이어져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사진=고려아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장례는 회사장으로 치러졌으며 유족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유중근 경원문화재단 이사장, 이제중 부회장 등 임직원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발인은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진행됐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 6일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멤버로 참여해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한국의 '소재 독립'을 이끈 인물이다. 자원 빈국이던 대한민국을 세계 최대 종합비철금속 제련 강국으로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매일매일 바꾸면 개혁이 필요 없습니다"

최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은 한결 같았다. "사업으로 국가 공동체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사업보국', "기본에 충실하라"는 '정도경영', "스타플레이어보다 조직력"이라는 '공동체 경영'이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혁신이나 개혁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매일매일 바꾸면 개혁이 필요 없고 매일 조금씩 발전하면 구조조정할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개혁보다 일상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또 "누구 한 사람의 성취가 아니라 흙가루 하나하나를 다져 쌓은 조직의 힘이 오늘의 고려아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철학 아래 고려아연은 단 한 번의 노사분규 없이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없이 회사를 지켜냈다.

최 명예회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마친 뒤 귀국해 부친인 고(故) 최기호 창업자의 부름에 따라 1973년 온산제련소 건설 자금 확보에 뛰어들었다. 국민투자기금과 산업은행뿐 아니라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를 직접 설득, 5000만달러 차관을 유치했다.

IFC는 "7000만달러는 필요할 것"이라 평가했으나, 그는 "5000만달러면 충분하다"며 공사비 절감 방안을 제시했다. 턴키 계약 대신 구매부터 시공까지 직접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해 총공사비를 4500만달러로 줄였다. 1978년 울산 온산제련소가 완공되며 국내 최초의 대형 비철제련소가 세워졌다.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제련소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사진=고려아연

그는 이후 아연뿐 아니라 연·귀금속·인듐 등 전략광물로 사업을 확장해 '종합 비철금속 회사' 기틀을 닦았다. 당시 상업화되지 않았던 'DRS 공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종전 2단계(산화-환원) 공정을 한 단계로 통합한 용융·환원 기술을 구현했다. 해당 공법은 다양한 원료를 처리하면서 에너지 절감과 공해 방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혁신적 방식으로, 고려아연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 같은 도전정신은 곧 '온산의 기적'으로 불렸다. 고려아연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던 해외 제련소를 제치고 아연·연 생산량 세계 1위에 올랐다.

세대 넘어 이어진 사업보국의 DNA

최 명예회장은 따뜻한 경영자이기도 했다. '기본급 1% 기부' 운동을 직접 제안하며 사내 나눔문화를 정착시켰고, 부인 유중근 여사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그는 "100년 가는 회사가 위대한 회사"라는 말을 자주 남겼다. 이 정신은 현재 아들인 최윤범 회장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2차전지 소재·자원순환·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통해 부친의 사업보국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은 매출 7조6500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고려아연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고인의 빈소에는 정·재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김성태 전 원내대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서범수·강득구 의원 등이 조문했다.

재계에선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 오치훈 대한제강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주요 경제인들도 근조화환을 보내 추모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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