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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킹 달러' 귀환…산업계 복잡한 셈법도 리스타트

  • 2025.10.15(수) 06:50

수출 비중 큰 자동차·조선 '훈풍'…제지업도 의외로 수혜
항공·철강 비용·수요 이중 압박…장기화 땐 체력 시험대

자료=아이클릭아트

3분기 들어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산업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수출 중심 기업들은 환차익 효과에 미소 짓는 반면, 내수·수입 의존 산업은 불어난 원가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강달러는 기업에 따라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합니다. 핵심은 달러가 현금으로 들어오는가 혹은 나가는가입니다. 같은 1달러라도 매출이 달러로 잡히는 기업에겐 이익이지만 비용이 달러로 빠져나가는 기업에겐 부담이 되죠. 여기에 원자재 연동 계약이나 환헤지 비율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체감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수출기업엔 '보너스 통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환율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전날(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5.2원 오른 1431.0원에서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를 기록했는데요.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에 1430원을 다시 돌파했습니다.

보통 환율이 급등하면 물가 상승과 수입 원가 부담이 커져 비상 신호로 여겨지지만 1400원대의 높은 환율은 수출기업에 사실상 숨은 이익 창구라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1억 달러 어치를 수출한다고 가정하면 환율이 1300원일 땐 1300억원을 벌지만 달러·원 환율이 1400원으로 100원 오르면 100억원을 거저로 더 벌게 됩니다. 같은 물량을 팔아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매출이 그만큼 커지는 구조죠.

이 때문에 북미·중동 등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고환율 구간이 길수록 원화 기준 매출이 늘어나고 영업이익률 방어에도 유리합니다. 제품 원가에 포함되는 구리·철강 소재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대부분의 계약이 원자재·환율 변동을 반영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비용 상승분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북미·중동 등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고환율 구간이 길수록 원화 기준 매출이 늘어나고 영업이익률 방어에도 유리합니다. 물론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 부담도 함께 커지지만 대개는 매출 측면에서 발생하는 환차익 효과가 원자재 인플레이션 부담보다 커 결과적으로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조선·기계 '환율 레버리지' 톡톡

자동차 산업은 강달러 국면에서 가장 뚜렷한 수혜를 보는 업종입니다. 대표적인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해외 판매 비중이 80%를 웃돌아 매출의 대부분이 달러로 발생합니다.

차량 한 대가 4만 달러일 때 환율이 100원 오르면 대당 약 40만원의 매출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북미 현지 생산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수출 물량이 여전히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환율 효과가 크게 작용합니다.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HD현대

조선업도 마찬가지입니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의 선박 계약은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맺어지며 대금 지급은 인도 시점에 집중되는 '헤비테일(heavy tail)' 구조를 띱니다. 쉽게 말해 선박을 다 만들어 넘길 때 돈의 대부분을 받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2023년에 1억 달러짜리 선박 계약을 맺었을 당시 환율이 1300원이었는데 인도 시점인 2026년에 1450원으로 오르면 잔금(전체의 약 70%)을 받을 때 원화 기준 가치가 약 105억원가량 불어나는 셈입니다. 이처럼 환율이 오르면 이미 확보한 수주잔고의 원화 환산 금액이 늘어나고 향후 잔금 수령 시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전력·산업기기 산업도 강달러의 영향이 두드러집니다.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중동 등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60~70%에 달합니다. 제품 단가가 달러로 책정되기 때문에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인데요.

특히 두 회사 모두 북미 전력망 교체, 중동 송배전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장기 계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환율 상승이 실적에 직접 반영되는 편입니다. 원자재 가격이 일부 상승하더라도 매출에서 발생하는 환차익 효과가 이를 상쇄해 고환율 국면에서 실적 방어력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사진=한솔제지

제지업계도 의외의 강달러 수혜처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제지산업은 펄프를 달러로 사들이기 때문에 강달러가 불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한솔제지처럼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수출로 올리는 기업은 산업용지와 특수지를 해외에 공급하면서 제품 단가를 달러로 책정해 펄프 등 수입 원가 상승분을 상당 부분 상쇄합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출하량이 늘어나는 시점에 환율이 오르면 매출이 자연스럽게 확대돼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항공·철강은 '원가 폭탄'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반면 항공업계에서는 강달러 현상을 대표적인 악재로 꼽습니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리스(대여)비, 영공 통과료 등의 대금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은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35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같은 조건에서 284억원가량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컨대 매달 약 5000만 달러의 항공기 리스비를 지불한다고 가정하면 환율이 1300원에서 1430원으로 오를 때 원화 기준 부담이 약 650억원에서 715억원으로 늘어납니다. 65억원가량을 더 내야 하는 셈입니다.

또 환율 상승은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켜 해외여행 경비 부담을 키웁니다. 팬데믹 이후 어렵게 회복한 여객 수요 증가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항공사 입장에서는 강달러가 비용과 수요 두 축에서 동시에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철강업계는 고환율 국면에서 원가 부담이 불가피합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은 철광석과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가가 즉각 상승합니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수백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사는 일정 부분 방어가 가능하지만 최근처럼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국내로 밀려드는 상황에선 가격 인상 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율 상승이 원자재는 비싸지고 판가는 묶이는 이중고로 이어지며 고환율 구간이 길어질수록 수익성 압박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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