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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실적 잔치 앞두고…'초과이익 재분배' 논란 확산

  • 2026.06.01(월) 14:18

AI 반도체 호황에 불붙은 '초과이익 공유론'
"반도체는 공공재" 후폭풍…재투자·재분배 공방
"시장경제 원칙 흔들려" vs "원·하청 격차 줄여야"

AI 반도체 호황이 쏘아 올린 '초과이익'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특수로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정규직 근로자뿐 아니라 협력사·비정규직 등과 나눠야 한다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논의가 정부 차원서 제기되면서다.

취지는 원·하청 격차 완화와 상생이다. 그러나 기업 이익의 활용은 투자·배당·연구개발 등을 포함한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논란도 적지 않다. 정부가 이익 배분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처럼 수십조원 규모의 선행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재분배보다 미래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초과이익' 정의부터 막혔다

논란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김 장관은 지난 5월 27일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밖에 없다"며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논의를 제안했다.

김 장관은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은 해당 노사의 헌신적 노력뿐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이 더해진 결과"라며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도체는 이미 공공재가 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문제의식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된 성과 보상 체계에 있다. 협력업체와 하청 근로자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에도 "대기업의 성과를 만드는 데 기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현실적 한계가 제기됐다. 무엇보다 '초과이익'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김 장관은 세금·이자비용·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이익이라고 설명했지만 경제·회계학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성과급이나 배당에만 쓰이지 않는다. 연구개발(R&D)·공장 증설·차세대 기술 투자·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반도체 산업은 수십조원을 선제 투자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호황기에 확보한 현금이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실탄이 되는 구조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장관은 최근 SNS를 통해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낸 이윤을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투자와 혁신이 멈추는 순간 미래 주도권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역시 정부 주도의 배분 논의에 부담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법인세를 납부하고 고용·투자·협력사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익 사용 방식까지 공론화되면 경영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성과를 사회와 나누자는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동반성장위원장 시절 대기업이 목표를 초과해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취지는 상생이었지만 초과이익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비판과 함께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왔다.

김 장관이 언급한 사회연대임금은 유럽, 특히 스웨덴의 연대임금 모델과 맞닿아 있다. 산업별 노조 체계 아래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는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자는 개념이다. 다만 기업별 노조 중심 구조인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익의 사회화, 손실은 사유화?

원·하청 격차 해소라는 정책 목표와 기업의 투자 자율성 사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느냐가 이번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삼성전자도 최근 임금협상 과정서 향후 5년간 협력사 지원 등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상생 확대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정부가 이익 배분의 주체로 나서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 장관의 발언 배경에 스웨덴의 렌-마이드너(Rehn-Meidner) 모델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에 가깝게 가자는 것이 사회연대임금의 본래 취지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정 기업에서 큰 이익이 발생했을 때 그 과실이 원청 정규직에게만 집중되는 구조가 바람직한지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며 "원·하청 격차와 대·중소기업 임금 차이를 완화하자는 논의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논의의 초점이 사회연대임금이 아니라 초과이익 배분으로 옮겨가면서 논란이 커졌다"며 "무엇이 초과이익인지부터 합의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경제 원칙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극화 완화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기업 이익 활용 방식에 관여하는 순간 시장경제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업황·환율·경기 흐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어느 수준부터 '초과이익'이라고 규정할 것인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호황기에 발생한 이익을 사회적 분배 대상으로 삼으려면 불황기에 발생한 손실도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논리적으로 맞다"며 "손실은 기업이 떠안고 이익만 나누자는 방식은 시장 원리와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식 연대임금 모델의 한국 적용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 교수는 "스웨덴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직무급 체계,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토대 위에서 연대임금제가 작동해 왔다"며 "기업별 노조와 호봉제 중심 구조인 한국은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노조가 자신들의 성과급과 임금 인상분을 협력업체 근로자와 나누는 데 선뜻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무리하게 제도화할 경우 상생보다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이익 배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 지원과 근로조건 개선에 나서는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정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자율적 상생을 촉진하는 방향이 시장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국민토론회 등을 통해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공론화하는 방식은 정부가 향후 제도화나 기금 조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상생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접근 방식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49조원, 순이익은 292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영업이익 255조원, 순이익 213조원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당초 1일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관련 긴급토론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추가 의견 수렴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 '초과성과 공유'라는 문제 제기가 원·하청 상생의 계기가 될지,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으로 남을지는 향후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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