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金의 추락..돈은 어디로

  • 2013.06.01(토) 11:42

[혼란한시장 실마리찾기]
금 `절대적 매력` 반감.."믿음 여전하지만 소나기는 피해야"

금융위기의 긴 터널의 끝자락에 놓인 세계 경제가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만만치 않다. 미국 경제에 햇살이 들고 한동안 잠잠했던 글로벌 증시가 꿈틀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금값이 추락하고 엔화 가치가 급락 중이다. 결코 멈출 것 같지 않던 중국도 속도가 차츰 느려지고 있다. 시계가 어두울수록 수면 아래의 발빠른 흐름을 감지해야 한다. 하반기 혼란한 시장을 가늠할 4가지 실마리를 짚어본다. [편집자]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새로운 금본위제를 부활시키자"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금에 기초하지 않은 화폐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화폐전쟁' 저자 쑹훙빙
"금 투자는 어리석다. 대신 인덱스펀드를 사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금은 마치 (빛을 잃어가고 있는) 애플이나 페이스북 주식 같다." 모하마드 엘 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

금 가격은 2000년 들어 역사적인 상승 추세를 이어왔다. 금융위기 속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일제히 주춤했지만 금만큼은 안전자산 수요로 각광받았고 끝없이 오를 것으로 기대됐다. 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연금술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금값은 계속 뛸 것이란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영원한 절대화폐로 각광받던 금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 그 기류가 빨라졌다. 금 수요는 여전하지만 금을 샀던 일부는 분명 금을 팔고 있다. 금뿐만 아니라 원자재 대부분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시적 약세라고 주장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슈퍼사이클 종료 논의까지 맞물려 금이 기로에 섰다는 경고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금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가파르게 오른 금값, 내릴 때도 `화끈`하게

2009년4분기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한 금 가격은 최근 수년새 무섭게 올랐다. 지난해까지 금 가격 전망치는 2000달러대까지 상향됐다. 올 연초만해도 금 가격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점쳐졌다. 예상과 달리 금값은 2011년 1920달러 이후 꾸준히 내렸고 올초 이후 낙폭이 급격해졌다. 30여년간 세계 기축통화로서 위세를 떨쳤던 달러를 밟고 일어섰던 금이 다시 왕좌를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4월 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이틀사이 210달러나 빠지며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금 가격 등락폭이 250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가히 충격적이다. 1분기 금수요도 크게 13%나 감소한 936톤을 기록하며 3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귀금속으로서의 금 수요는 여전했지만 이것이 투자수요 감소분을 상쇄하진 못한 것이다. 이후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은값 약세까지 유발하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자금운용자들의 금 매도 포지션(5월기준)은 7만4432계약으로 2006년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무섭게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에서는 4월 한달간 7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유출됐다. 금 ETF의 부진은 이전에 없던 강력한 금 수요세력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올랐던 속도만큼 빠지는 속도도 급격해질 수 있다.

금 가격은 오랜 기간동안 급등락을 반복했다. 2000년 직전의 상황은 지금과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당시 냉전 종식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이 감소하고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 세계적으로 물가가 안정됐다. 금에 대한 선호도 떨어지면서 금값이 크게 하락했다.  

 


[]



◇ 안전자산 맞아?..슈퍼사이클論도 가세

그동안 금이 각광받았던 배경은 `인플레` 우려였다. 양적완화가 진행될 때마다 금가격은 인플레 헤지 수요로 오르곤 했다. 최근에 이런 `관념`이 달라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재정이 불어나는데도 돈이 실물로 돌지 않으면서 오히려 디플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인플레 헤지 차원에서 금을 사왔던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금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다. 또 ETF를 통한 금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금이 더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슈퍼사이클 종료 논쟁과도 무관치 않다. 1998년 이후 꾸준히 이어져온 원자재 강세가 끝이 났다는 불안감은 지속적으로 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고 그 뒤에 있는 중국의 성장 둔화를 주목한다. 중국은 현재 수출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 전환기를 꾀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금은 보통의 원자재와 동급으로 취급되진 않지만 원자재라는 속성 자체를 무시할 순 없다. 씨티그룹은 올해 봄 '상품 슈퍼사이클은 죽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금값 전망치를 13%나 낮췄다. 중국이 긴축에 나설 경우 철강과 시멘트 등 모든 원자재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011년 현재 중국의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상품수요는 알루미늄과 철광석이 각각 40%, 석탄과 아연은 42%, 납과 구리는 43%에 달한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2020년까지 5.5%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금시대 저물진 않지만.."소나기 피해야"

금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수요도 여전하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의 소비가 꾸준하고 이들의 취향이 당장 바뀔 이유는 없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생산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금 생산 지역인 아프리카는 금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고 채굴 비용은 늘고 있다. 최근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버블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도 결국엔 금을 다시 찾게될 것이란 기대를 높이게 한다.

금값이 크게 빠졌지만 오히려 투기자금이 모여있다 빠져나간 일시적인 영향으로 보는 쪽도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건전한 조정이란 시각이다. 장기적으로 강세 요인이 상존하지만 당장 올해만큼은 추가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급등락이 반복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올해 미국 경제 회복세가 빨라진다면 달러 강세와 함께 금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플레 부담 완화나 주식 강세 모두 금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김석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금의 시대는 결코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만큼은 금에 대한 재평가 구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10여년간 가까이 `장밋빛 환상`에 젖었던 투자들에게 각성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도 "금에 대한 투자 모멘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향후 금값은 대체로 1500달러선에서는 지지가 예상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더 큰 폭의 하락도 경고하고 있다.  최근 도이체방크는 올해 금 가격 전망은 1637달러에서 1533달러로 낮췄다. 2014년과 2015년 가격 역시 각각 1500달러와 1450억달러로 제시했다. HSBC도 1542달러선을 예상했고 골드만삭스와 캐나다왕립은행(RBC)은 1450달러까지 낮춰 잡았다. 키움증권은 1260달러 선을 지지선으로 설정하면서도 이를 하회할 경우 1170달러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양증권은 단기적으로 1350~1550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