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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종우 "난 봤다. 탐욕에 인간이 미치는 걸"

  • 2013.06.04(화) 10:42

[센터장vs센터장]
"유동성 장세의 끝은 언제나 안좋다"
투자원칙 `쌀때 사서 비쌀 때 팔아라`


지난달 22일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을 만났다. 그의 직업은 2003년 이후 줄곧 리서치 센터장이었다. 별명은 닥터둠. 국내 증시판에 잔치가 벌어지면, 불쑥 나타나 초를 친다고 해서 붙여졌다. 2000년 초 벤처버블과 2008년 리먼사태때 그의 경고는 적중했다. 1989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이후 주식 시장에서 겪을 수 있는 건 다 겪었다는 그다. IMF로 나라가 절단나기 일보직전엔 주가가 어떻게 되는지, 벤처 광풍으로 벌어진 대한민국 최대 투기판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봤다. 24년간 주식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이 센터장은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일이 결국엔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이다. 수습이 8년이 걸렸다는데.
자기 이름을 걸고 글을 쓰기까지 8년이 걸린다. 정형화된 틀의 글을 제외하고, 온전히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는 글을 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입사하면 1년 내내 자료, 데이터를 찾아다닌다. 국회도서관에 가서 자료 보고 일일이 숫자를 적어왔다. 보고서는 원고지로 썼다. 잘못 쓰면 선배가 원고지를 확 찢어버린다. 토요일엔 새벽 2시까지 인쇄소에서 교정봤다. 연구원이 되기 위한 자세를 배웠다. 하지만 그 당시엔 죽어도 하기 싫은 짓이었다.

 

- 꽤 오랜 시간 주식시장에 있었다.
24년간 해보니, 주식시장에서 겪을 수 있는 건 다 겪었다. IMF로 나라가 절단나기 일보직전엔 주식 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그 뒤에 8개월 사이에 250포인트 오르는 거 보면서 사람이 탐욕에 눈이 가리면 얼마나 미칠 수 있는지 봤다. 극단적인 경험이다. 이젠 어지간한 걸 봐도 별로 감흥이 오지 않는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게 된다. 순간 발생하는 일이 새로운 거 같아도, 하늘아래 새로운 일은 없다.

 

9·11테러 났을 때 난리가 났다. 다음날 회의를 하는데, 누구는 대우증권 자본금을 가지고 금을 사야 된다, 누구는 IT주를 사야 된다, 얘기하더라. 듣고 있으니 한심했다. 비행기 4대 터지고, 건물 3개 무너졌다고 세계 경제가 무너지나.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난리가 났지만, 열흘이 지나자 주가는 계속 올랐다. 극단적 경험을 해보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일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 경험이 통하나?
대우경제연구소 사원일 때, 한 임원이 주식시장의 전망에 대해 물어보더라. 이렇게 될 것 같다 얘기했더니, 가타부타 회사 들어온 지 얼마 됐는지 묻더라. 2년됐다고 했더니, 앞으로 주식시장 사이클 두 번 보기 전까지 남 앞에서 절대 주식시장 얘기 하지마라고 하더라. 두 번 사이클이 10년이다. 지금은 일 년 차만 되도 전부다 나름대로 이야기 한다.

 

- 가장 강렬했던 경제적 사건은?
역시 외환위기다. 그때는 세상이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몰랐고, 누구도 그런 걸 겪어보지 못했다. 전망 차제가 불가능했다. 주가가 150포인트 간다는 사람도 있었다. 98년 4분기쯤 이코노미스트들은 무진장 어렵다고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0%라고 했다. 그런데 주가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더라. 러시아 디폴트가 났는데도 내려가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주식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바닥이다. 반대로 최상의 상황에서 주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면 천장이다. 주가가 제일 빠른 신호를 보냈다.

 

 

-1980년대 말에는 시골에서 소 판 돈까지 증시로 흘러 왔다던데.
85년 10월 이전까지 한국 주식시장은 쥐톨만했다. 시총이 20조원이 안됐다. 증권회사 지점은 전당포 수준이었다. 85년 10월부터 오르더니, 140하던 주가가 89년엔 1000을 갔다. 증권주 100배, 은행주 80배, 보험주 120배가 올랐다. 대한민국 최대의 투기판이 벌어졌다. 또 한번의 투기판은 2000년이다. 외환위기가 지나고 일년정도 안 좋다가 98년 10월부터 주가가 올랐다. 24년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코스닥 시장은 탐욕이 눈앞을 가리면서 사리 판단이 안됐다. 증권사가 한 달에 천억씩 이익을 냈다. 코스닥의 PER(주가수익비율)이 200배가 넘었다. 이익이 전혀 안 나는 회사, 언제 이익이 날지도 기약이 없는 회사가 삼성전자, SK텔레콤 주가에 필적할 정도로 올랐다. 사람은 한번 헷가닥하면 집단적 체면에 걸리기 때문에 앞뒤 분간 못한다.

 

-닥터둠, 비관적 경제전망자라 불린다.
99년 중반 280이던 주가지수가 2000년 1월 초에 1050을 갔다. 2000년 말에 주가가 1300을 갈거다는 전망이 나왔다. 성장률이 11%씩 됐다. 끝없이 돈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그런데 지금 보다 한국경제가 좋아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 성장률은 꼭진데, 모멘텀으로 움직이는 한국시장이 이보다 더 좋아질수 있는건 아니었다. 여기서 끝이라고, 대세하락을 얘기했다. 욕을 엄청나게 먹었다. 하지만 그해 말에 주가가 520으로 주저앉았다. 두 번째는 2008년 금융위기가 났을 때다. 2007년 말에 보니, 더 이상 주가가 올라가기 어렵겠더라. 2008년 전망하면서 그 당시 주가가 2000이었는데 1500까지 내려간다고 전망했다. 주변에서 희한한 소리한다고 했다. 그런데 금융위기 나고 나서 890까지 내려갔다.


- 전망은 어떻게 하나.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꾸준히 봐서 감각을 만들어야 되지만, 마지막은 직감이다. 직감이 작동 안할 수 없다. 주식 시장이 어떤 것보다 빠른 신호다. 다른 지표보고 판단하는 거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의 전환점 예측은 직감과 경험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다.

 

-환경은 뭘로 보나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볼 때 어떤 자료를 보는지 물어본다. 다 본다고 얘기한다. 하나의 지표로 판단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가끔 보면 이 지표가 어떻게 되면 이렇게 된다 하는데,  만약 우리 직원이 그런 얘기하면 쓰지 말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모든 지표를 다 놓고 결국 판단은 투자자가 한다.

 

-엔저, 원화강세 등으로 경제 상황이 쉽지않다. 과거 언제때와 비교해되 되나?
아주 특이한건 이렇게 경제 지표하고 주가가 맞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는 점이다. 유럽이 6분기 째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다. 굉장한 경기침체다. 옛날 같으면 주식 시장이 거의 절단 나야 된다. 그런데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보면 1% 성장을 한 적이 거의 없는데, 주가는 지금 2000을 하고 있다. 참 희한한 경우다. 비슷한 점은, 옛날에 유동성 장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아무런 판단을 안했다. 그냥 돈으로 해결했다. 지금이 그렇다. 지금과 굉장히 유사하다. 그런데 여태까지 한 번도 유동성 장세의 끝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진행되는 동안엔 화려하지만 끝이 나면 거의 초토화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번 풀스윙이 이뤄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 상당히 힘들어 질 거다. 금융자산의 버블이 이렇게 생긴 적이 없다. 채권과 주식이 동시에 버블이 만들어진 적이 없다.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거냐. 상당히 쉽지 않은 국면이다.

 

-정권 초기다. 이때 과거 주식은 어떤 흐름을 보였나?
옛날에는 정권초기가 괜찮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YS, DJ, 노무현 정부 때 괜찮았다. 다만 MB 정부 들어서는 처음에 금융위기가 나면서 박살 났다. 지금은 옛날만큼 힘이 나지 않는다. 정권 초라서 주가가 크게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주가가 너무 높고, 경기는 너무 안 좋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로, 관련 주가가 과열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어떤가?
재료로 가는 동안은 괜찮은데. 끝나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 벤처도 녹색성장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에야 엄청난 것처럼 했지만 지금 보면 거의 폐기 단계다. 창조경제도 마찬가지다. 창조경제는 좀 더 불안정하다. 개념이 뭔지 모르겠다. 지금 창조경제가 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장관도 모른다.


-20년 넘게 시장을 보면서 생겨난 투자철학은?
주식은 쌀 때 산다. 지금은 굉장히 비싸다. 지점 설명회가면 꼭 이 얘기를 한다. 개인투자자 가 돈 벌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된다. 이 얘기하면 전부 웃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걸 생각하는 사람은 5%도 안 된다. 60%는 비쌀 때 사서 쌀 때 판다. 그 다음에 원본은 절대 깨먹지 않는다. 원본을 깨먹는 건 죄악이다. 원금이 깨질 거 같으면 투자 안하는 게 낫다.


-후배 애널리스트에게 한마디.
공부를 좀했으면 좋겠다. 나대지 말고. 아는 것도 짧은 거 같고, 고민도 별로 안한다. 펀드 메니저하고 친소관계 맺어볼까, 그게 대부분이다. 자기목숨을 단축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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