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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1위가 사는 법…"영토를 넓혀라"

  • 2013.06.07(금) 16:57

[마켓&피플]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 본부장
수수료 파괴로 업계 황폐화..동남아 자문 나서
미국에 상품 상장·해외상품 국내 판매도 준비중

ETF에 대한 몇가지 오해를 풀다

1등은 외롭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그렇다. 시샘도 많고 1등이 실수를 하면 더 용납이 안된다. 혼자 공을 독차지할까 주시하는 눈초리도 많다.

배 전무 입장에서는 할말이 많은 게 당연하다. 전 세계 ETF 시장을 둘러보면 1위 기업이 압도적인 곳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데 업계독식으로 비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쏠림현상이 강하다고 하지만 한국 운용사만 홀로 독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실 패시브는 1,2,3등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보수를 낮추면서 장벽이 높아지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시작되면서 1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됏다. ETF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수수료 인하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가격을 낮추는 것은 분명 고객입장에서 좋지만 마진이 나지 않으면 결국 기업은 고객에게 더 크게 돌려주지 못했다.

"과거 증권업계도 비슷한 과오를 경험했다는 측면에서 알아야 한다. 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자칫 ETF 시장도 황폐화될 수 있는 문제다. 증권업계는 증권사의 수수료 파괴로 인해 가장 어려운 업계라고 본다. 일정부분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운용업계에도 이런 쓰나미가 밀려들 수 있다."

그는 "대형사는 돈이 안되도 진입이 가능하지만 중소형사들은 돈이 안될 경우 뛰어들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이 ETF 시장 입지를 더 좁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ETF에 대한 또다른 오해가 있다. ETF 가운데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가 많다보니 파생상품으로 비치고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최근 ETF 시장이 크면서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배 전무는 이렇게 풀어갔다. 금융 전문가는 두 가지 자질이 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주어진 규제 안에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규정을 잘 피해야 하는 거다.

"사실 두배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가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너무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거다. 그러나 의외로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펀드에서 손실을 보지 않고 수익이 제법 난다. 왜 그럴까. 훈련이 돼 있는 투자가라는 거다. 일정한 원칙을 정해서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서 박터질 때 우린 해외로 간다

ETF의 미래는 어떨까. 배 전무는 ETF 시장이 커지는 것은 대세라고 확신했다. 사실 국내에서 박터지는 동안 삼성자산운용은 해외를 보느라 바쁘다. 배 전무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ETF를 말 그대로 전도해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미 6년전 태국 ETF 자문을 시작해 마무리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블랙록의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즈(BGI)로부터 자문을 받은 이후 아시아에서 자문은 첫번째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도 ETF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만간 방문할 계획다. 베트남 역시 자문을 원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해주기도, 안해주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 모두 한국처럼 ETF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싶어 하는게 주된 이유다.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삼성자산운용은 새로운 자문인력도 보강했다.

좀더 멀게는 ETF 본토인 미국에서 상품을 상장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절차가 복잡해서 수년째 끌고 있지만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등에서 서로 모시고 가려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미 MSCI 코리아 ETF가 상장돼 있지만 배 전무는 코스피 200선물 ETF가 미국에 상장되는 날을 가까운 미래에 그리고 있다.

해외 ETF도 골라먹을 날 곧 온다

ETF의 장점은 다양한 상품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ETF 종목은 130개를 훌쩍 넘었고 지난해 상장된 종목도 29개에 달한다.

최근 삼성자산운용도 국채 10년 인버스 ETF를 내놨고 합성ETF를 준비 중에 있다. 합성ETF의 경우 운용사와 협력하는 증권사와 은행들이 다양해 구성되는 종목에 따라 상차림이 훨씬 푸짐해질 수 있다. 사실 배 전무는 합성ETF가 잘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운용사가 만들 수 없는 다양한 상품을 접목시킬 수 있지만 그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상품이 비싸지고 세금 부담도 크다고 귀띔했다.

대신 눈여겨 보는 것은 해외 국가나 지역별 ETF다. 홍콩이나 대만 증 각국 증시는 물론 아시아 이머징 마켓이나 글로벌 이머징 등 묶음으로 내놓은 상품은 아직까지 없다.

마지막으로 어떤 ETF를 사야 하느냐고 물었다. 으례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배재규 전무는 ETF에 대해 재정의하면서 답을 갈음했다.

"ETF를 쉽게 정의하면 거래소에 상장된 펀드다. 그렇지만 다른 면에서는 인베스트먼트 툴이나 기구다. 자동차의 차체처럼 내가 투자전략이 있으면 그걸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툴 역할을 ETF가 하는 것이다. 목적지가 있으면 버스든 자동차든 교통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ETF는 전략을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런 전략은 증권사나 프라이빗뱅크(PB)가 짜줘야지 않겠나. 사실 우리도 잘 맞추지 못한다. 대신 수익률이 있는 모든 상품은 ETF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표준화를 통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게 운용사의 역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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