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거래소]①"글로벌로 뛴다" 합창하지만

  • 2013.06.18(화) 10:41

차기 거래소 이사장 후보들
"글로벌 경쟁력 중요" 입모아..정책 차별성은 부족

증권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한국거래소(KRX) 차기 이사장 후보 등록이 지난주 마감됐다. 무려 11명의 도전자가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치열할 경쟁률 때문만은 아니다.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갖고 있어 전문성과 혜안을 갖춘 최고의 적임자가 맡아야 한다.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들이라면 도전해 봄직한 자리다.

 

그간 거래소가 정부와 민간 사이의 적절한 소통에 미흡한 모습을 보인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시달린 것도 새로운 거래소 이사장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로 인해 관료 출신과 증권업계 전문가 가운데 누가 더 적임자인지에 대한 논란이 시작부터 분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질을 갖춘 전문가를 원한다. 반면 한동안 거래소가 정부와 적절한 소통을 하지 못한 것을 들어 일부에서는 관료 출신 CEO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후보등록 마감을 앞두고 정계 출신의 한 후보가 유력하게 떠오르다 결국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고, 다른 후보가 몸 담았던 증권사 출신 노조가 자질문제를 들어 거래소 입성을 반대하는 등 후보등록 전부터 점입가경이다. 그만큼 누가 되든 쉽지 않을 자리이기도 하다.


11명의 후보군 가운데 벌써부터 유력후보들이 일찌감치 후보자 명단 앞쪽에 이름을 올리는 모양새다. 외형상으로는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과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등 4파전이다.

이들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3인의 포부와 의지를 들어왔다.(가나다 순)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은 정중히 인터뷰를 거절했다. 후보들은 거래소 입성 의지를 강하게 다지면서도 현재 거래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특히 국제화와 민영화에 따른 경쟁심화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또 최근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후보들의 자질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공정하게 경쟁해 최고의 적임자가 되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이철환 전 원장은 최근 후보등록 마감 직후 유력후보로 급부상했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데다 금융정보분석원장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 출인인 점이나 증권업계 출신 후보들의 경우 일부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도덕성이나 자질 면에서 특별히 반대하는 이가 없는 것도 유리하다. 반면, 다른 두 후보와 달리 증권업계에 직접 발을 담그진 않았다.

이 전 원장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건전한 육성과 발전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화나 지배구조적인 면에서 한참 뒤처진 거래소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이를 꼭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자본시장 측면에서 보면 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국제화시키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며 "또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거래소가 민영화 등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하려면 지배구조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래소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발전을 꾀해야 한다"며 "단순히 평가를 잘 받는데만 치중하면 막힐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거래소 이사장 후보군에 대한 일각의 우려나 오해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면서도 "관료 출신이 좋다,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면 안되며 공정한 절차에 의해 시장 전문가가 적임자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은 가장 최근까지 거론된 다른 후보와 박빙을 이루며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 역시 재정경제부와 조달청을 거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증권 사장을 지냈고 현재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교수직을 맡으며 학계까지 경험했다.


최 전 사장 역시 여러 분야에서 두루 쌓은 경험을 내세웠다. 그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은 물론 학계에서 두루 쌓은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며 "학계에서 교수직에 지원할 때도 공채로 지원했다"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그는 거래소 조직과 현안 등 해결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CEO 역할이니까 경험을 많이 살려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이고 최선을 다해 거래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거래소가 많이 커야하고 세계 거래소들과 경합해야 하는 현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현대증권 노조가 부각시킨 자질 문제 등에 대해서는 "그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원칙주의자인 만큼 실력으로 검증받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 전 사장은 유력후보임에도 불구, 거래소와 증권업계 노조의 반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 전 사장은 현대증권 재직 당시 투자를 결정한 선박펀드와 현대저축은행의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으며 철저히 절차를 따랐다고 강조해왔다.

◇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

앞선 두 후보와 달리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오로지 금융 쪽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업계의 산증인이다. 1970년대 대우증권에 입사해 한진투자증권 사장, 메리츠증권 사장을 지냈고 지난 2004년부터 한국증권업협회장을 연임한 후 금융투자협회 초대회장을 맡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증권분야의 전문성 면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다만 정부과 교감할 수 있는 관료 경험이 없는데다 쉼없이 이어온 업계 경력이 자칫 과욕으로 비칠 수 있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황 전 회장은 "자본시장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다고 자신한다"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신성장 동력을 위한 좋은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의 핵심은 시장 인프라"라며 "훌륭한 회원사와 주주, 투자자, 정부의 의견을 두루 반영해 좋은 서비스 기능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 전 회장 역시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 쪽에서 쌓은 경험을 접목시켜 세계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거래소로 만들고 싶다"며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서 글로벌 거래소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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