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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로 400억 얻어맞고 `불가능한 기술` 창조했다

  • 2013.06.17(월) 08:34

[벤처열전]
김덕용 케이엠더블유 회장 인터뷰

"2008년 키코(KIKO) 한방에 20년 공든 회사가 무너졌다. 환손실만 400억원. 몇 달째 앞이 캄캄했다. 억울했다. 하지만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별 고민 없이 선뜻 은행이 권한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한 내가 아마추어였다."

김덕용 케이엠더블유 회장의 지난 5년에 대한 회상이다. 13일 경기도 화성시 통탄 본사에서 만난 그는 수많은 말을 이어갔다. 키코에 가입해 400억원의 환손실을 본 일, 대학교재에서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일까지. 벤처 1세대로서 힘들었고, 번듯한 중소기업으로 키운 지금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사업가적 풍모는 잃지 않았다. 그는 키코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예정된 1시간 보다 30분이 더 지나서야 이야기를 멈췄다. 김 회장의 말을 토대로 키코 이후 5년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2007년 거래은행에서 권유한 파생금융상품 키코를 가볍게 생각하고 가입했다. 하지만 그 이듬해 환율이 10% 이상 급등하면서, 환차손이 400억원이 넘었다. 매출 1000억원이 갓 넘던 회사에 불어 닥친 태풍이었다. 1991년 삼성 휴렛팩커드를 나와 직원 한명과 단돈 5000만원으로 일군 회사다. 정신이 아득했고, 몇 달 동안 앞이 보이지 않았다. 환율이 냄비 물 끓듯 했다. 도대체 중소기업이 해외 수출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여기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 닥쳤다. 세계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 케이엠더블유가 만든 LED조명 앞에 선 김덕용 회장 ]


회사를 살릴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였다. 회사를 일으켜 세울 원천기술. 키코로 멍하게 몇 달을 보낸 뒤인 2008년 봄.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주말이면 찾던 골프장을 끊고, 연구실에서 살았다. 새벽 2~3시까지 연구실에서 살며 개발한 기술이 바로 ‘블랙홀필터’(Black Hole Filter)다.

이동통신 기술이 2G-3G-LTE로 발전할수록, 주파수는 부족했다. 이동통신 기지국에 사용되는 무선주파수 필터가 더 작고 가벼워져야 했다. 2010년 꿈의 기술 ‘블랙홀필터’를 개발했다. 무선주파수 필터 속 8개 공진기(주파수의 파동이나 진동을 이끌어내는 장치)를 2개로 줄였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전자공학도들이 보는 대학교재에서도 '이론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던 기술이다. '마이크로웨이브 필터스 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Microwave Filters for Communication Systems)이란 책은 이 기술에 대해 "개발은 가능하지만 양상은 불가능하다"고 썼다. 하지만  2012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회사 매출은 두 배로 뛰었다.

2011년 LED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무선통신하는데서 왜? 주변의 의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통신과 조명. 의외로 잘 맞아 떨어진다. 앞으로 조명은 얼마나 밝게 하느냐 보다, 어떻게 제어할건지가 중요해진다. 조명의 제어, 이곳에 무선통신이 들어간다. 우리 회사가 만든 조명브랜드 ‘기가테라’(Giga Tera)는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선 제법 유명해졌다.


[UAE 고속도로에 LED가로등을 설치하고 있는 케이엠더블유 직원.]

 

최근에 보잉사의 비행기 수리 공장 천장에 기가테라 LED조명을 달았다. 한달전에는 UAE 고속도로 가로등에 LED를 시범 설치했다. 사우디부터 오만까지 이어지는 사막 고속도로다. 세계적인 필립스, 오스람 등의 회사를 제쳤다. 지금은 통신사업의 매출이 가장 크지만, 5년뒤엔 LED조명 사업이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릴 거다.

 

난 벤처 1세대다. 지난 23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그래도 간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케이엠더블유는...

무선통신용 RF(Radio Frequency) 부품 등을 제조하는 통신장비업체다. 1991년 김덕용 대표이사가 창업, 200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최근 북미 지역에 LTE 투자가 확대되면서 소형기지국(RRH) 수요가 큰폭으로 증가했다. LED조명 사업도 진출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매출 2925억원, 영업이익 41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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