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설립두고 노사 대립각

  • 2013.06.24(월) 16:10

현대증권 노사, 극단 치닫는 '치킨게임'

24일 서울 여의도에선 현대증권이 주관한 2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첫 번째 자리는 지난달 주주총회 후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윤경은 대표와 출입 기자의 상견례였다. 오전 11시부터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윤 대표는 "헤지펀드로 홍콩, 싱가포르 등 팬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침 9시30분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에서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대증권 노조가 마련한 자리였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헤지펀드를 설립한 것은 황두연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황두연 아이에스엠지코리아 대표이사는 현대증권 노조가 지난해 "현대그룹 사업에 개입해 각종 이권을 챙기고 있는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지목한 인물이다. 헤지펀드 설립을 두고 노사가 극명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24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설 중인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

 

윤 대표 "금융 한류 수출 이끌겠다"
이날 윤경은 대표이사는 "홍콩, 싱가포르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개편하고, 이를 통해 침체에 빠진 국내 사업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K팝 열풍처럼 국내 금융의 한류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K-FI'(Korea Financial Innovation)이란 브랜드도 출원했다. 

 

금융 한류를 위한 현대증권의 첫 행보는 싱가포르에 1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투자하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지난주 금요일(21일) 장마감 이후 "현대증권 싱가포르 자산운용사가 설립한 헤지펀드에 1억 달러를 신규 투자(Seeding)한다"고 공시했다. 퀀트(Quant) 전략 중심의 헤지펀드로 아시아시장 상장주식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윤 대표는 "리스크를 안고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유가증권에 롱숏 개념으로 투자한다"며 "절대 수익형으로, 우량주식을 중심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이 현대그룹 비리에 관련된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노조 "황두연이 헤지펀드 수익 다 가져가"
현대증권 노조는 헤지펀드 투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날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퀀트 전략을 위해 조세피난처에 헤지펀드를 설립했다고 회사 측이 주장하지만, 국내에서도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국내에 헤지펀드를 설립, 운영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무리하게 조세피난처에 헤지펀드를 설립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민 위원장은 "싱가포르 법인을 통한 헤지펀드 설립은 황두연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를 근거할 녹취록도 공개했다. 지난해 현대증권 노조는 황두연을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지목했다.

현대증권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8월13일 황두연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싱가포르 헤지펀드 설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요 내용은 황두연은 당시 부사장이었던 윤경은 대표에게 헤지펀드 설립을 지시했고, 황두연이 헤지펀드를 설립을 주도하고 결과물(수익)은 자신이 가져 간다 내용 등 이다.

앞으로 현대증권 노사는 더욱 강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경은 대표이사는 "노조 측의 정상적인 활동은 존중하지만, 지금까지 제기됐던 문제가 허위사실로 밝혀지면 희생을 각오하더라도 엄정하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노조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윤경은 대표와 황두연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가 실시되야 한다"며 "오늘 금감원에 특별검사 실시를 정식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맞섰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파국에 이르는 '치킨게임'이 현대증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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