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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답 투자자문업]①고사(枯死) 일보 직전

  • 2013.08.05(월) 08:48

증시 부진에 고전..경쟁심화로 더 심화
업황 가라앉자 `구조적 문제` 수면위로

최근 증권산업의 업황이 지극히 부진한 가운데도 `없어서 못 판`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구재상 자문형 랩. `미스터 펀드`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던 미래에셋운용 출신의 구재상 대표가 만든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의 자문형 랩은 3개 증권사가 유치에 나섰고 1000억원 이상이 팔려나갔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설 자문사이고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과거 미래에셋에서 70조원에 달하는 대형펀드를 운용한 브랜드 밸류가 있다보니 변화의 캐치가 빠를 것 같아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가도 많이 빠진 상태라 시기도 적절했다는 설명이다. 

 

한때 여의도에서 촉망받던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요즘 잠시 일을 놓고 관망 중이다. 지난해 이후 쉽지 않아진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쉬면서 다시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증시 상황이 쉽게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선 사례들은 투자자문사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부 투자자문사에는 돈이 여전히 몰리고 있지만 투자자문 업계 전반에는 냉기가 돈다. 증시 활황과 함께 화려하게 부상했던 투자자문업계는 어느 때보다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은행, 증권 등 너 나 할 것이 업황이 가라앉으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부진일 수 있지만 그 사이 투자자문사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업계 자체적으로 안게 된 고민의 무게도 커졌다.

 

◇ 자문업계 고사 일보직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문사는 지난 3월말 현재 157개사로 2009년 3월말 91사에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연도별로 들여다보면 2010년~2011년 사이에 25개사가 늘어나는 호황을 누렸지만 지난해 말 159사 대비로는 2개사가 감소했다. 1년새 18개사가 새로 생겨났지만 이보다 많은 20개사가 폐업한 것이다. 

 

손익현황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2010년 회계연도에는 8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린 반면 지난해에는 146억원까지 떨어졌다. 자문과 일임계약고를 합친 영업규모 역시 3조원 이상 줄어들면서 20조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실적의 경우 전체 투자자문회사의 70%가 적자상태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2012년말 기준 전체 150개 전업 투자자문회사 중 순손실을 기록한 적자 투자자문사가 105개사에 달한 것이다.

 

한 투자자문업계 관계자는 "요즘 자문사들은 다들 고사 직전이라며 그나마 기관투자가들이 간간이 수혈해주는 걸로 버티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 활황 때 경쟁심화..업황 가라앉아 구조적 문제 노출

 

투자자문업계가 이처럼 고전하는 이유는 주가 하락 여파로 자문계약고가 감소하고 투자일임 성과보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고유재산 운용 수익이 늘어나면서, 2010년에는 수수료 수익이 호황을 이끌었던 것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특히 투자자문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증권투자비율은 2008년 회계연도에 41.97%에서 지난해 57.02%로 증가했는데 이는 그만큼 투자자문사가 공격적으로 자산운용을 했음을 보여준다. 시장 악화 시에 재무건선성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또다른 위험잣대로 볼 수 있는 차입 부채 역시 크게 늘었다.

 

이처럼 수익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문사 난립에 따른 경쟁심화 또한 자문업계를 더욱 위기로 내몰았다.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나와 자문사 설립에 나서는 펀드매니저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자문시장의 수요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자가 그대로 있다보니 당연한 결과"라며 "증시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업계 전반이 다 어려운 게 맞지만 자문업계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문업계와 계약을 맺고 성과가 좋지 않은 것을 경험한 고객들로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자문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가 종종 일어나면서 불신이 쌓였기 때문에 업황히 회복되고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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