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계 자금 중에는 민간기관 돈도 상당부분 늘었지만 중국의 가장 큰 손인 국부펀드의 투자성향을 결코 무시 못한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말 현재 3조30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부펀드들이 운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자리매김한 중국투자공사(CIC)는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해 CIC는 60%에 달하는 놀라운 수익을 거두며 2011년 사상 첫 손실로 겪은 굴욕을 만회했다. 과연 이들은 어디에서 돈을 벌었을까. 자금운용 실태를 보면 CIC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CIC의 구미가 해외로 계속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643조 주무르는 큰손..그중 절반 해외투자
CIC는 규정상 전체 자산 가운데 절반 가량만 해외로 투자할 수 있다. 중국외환관리국(SAFE)도 비슷하며 중국사회보장기금(NSSF)은 20%, 국내 적격 기관투자가(QDII)는 30%수준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현대경제연구소는 이를 감안해 협의의 차이나머니 규모를 5602억달러(626조원)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에 해당하며 외환보유액의 17%에 달한다.
CIC의 자산 규모는 2012년말 현재 5751억달러로 이 중 절반 수준이 2875억달러가 차이나머니로 집계되고 있다. GDP의 2.9%, 외환보유액의 7.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CIC는 2011년부터 CIC인터내셔널이란 계열사를 통해 해외투자를 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정부로부터 약 490억달러의 자본을 받았다. 투자비중은 지역별로 북미지역이 44%, 아시아가 30%, 유럽이 21%로 나타났고, 산업별로는 금융과 에너지, 원자재 분야에 대한 주식이나 채권 투자 비중이 높았다. 특히 투자 규모를 계속 늘려가면서 경영권 획득을 위한 지분투자 형태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설립 초기만해도 CIC는 현금성 자산 위주로 운용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이면서 안정성이 높은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대안투자 비중도 커지고 있다.
◇ 투자 다각화하고 해외주식 늘려..韓투자매력 부각
지난해 투자 내역을 보면 이 같은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직접투자의 경우 영국의 테임스워터와 히드로공항 지분 등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가 두드러지고 미국의 EP에너지와 러시아 광산업체인 폴리어스골드 등에도 지분투자를 했다.
CIC의 해외 포트폴리오의 지난해 순익은 10.6%에 빛났다. 2009~2010년 11.7%의 수익률보다는 못하지만 지난 2011년 마이너스(-)4.3%에서 크게 개선됐다. 또 내부적으로 운용하는 자산보다 대외적으로 위탁운용하는 자산이 압도적(63.8%)으로 많았다.
CIC가 선방한데는 미국의 양적완화 덕분에 미국 주식시장이 랠리를 보인 영향이 컸다. CIC는 지난해 주식투자의 경우 미국 주식이 49.2%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미국 외 선진국 자산이 27.8%, 이머징시장 주식은 23%였다. 업종별로는 금융주가 22.3%로 가장 많았고 IT, 소비재, 필수소비재, 에너지 순이었다. CIC가 보유한 상장주식 비중도 32%로 7%포인트가 증가했으며 채권투자는 21%에서 19.1%로 감소했다. 절대수익 투자도 12.7%로 늘어났다.
가오시칭 CIC 사장은 "지난해 11%에 달하는 수익률을 내면서 국채 등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자산을 다각화하는 것이 더 나았다"며 "많은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CIC와 국내 적격 기관투자가(QDII) 펀드의 향후 투자 방향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채권시장에 차이나머니 유입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 다각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대미 국채투자 비중이 점차 줄고 있고 기타국가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한국은 양호한 대외건전성과 경제 여건을 갖추고 있어 차이나머니에 매력적인 대상이 될 것이란 기대다.
[출처:CIC 연간 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