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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삼성 자사주 매입설…이 시점에 왜?

  • 2013.08.16(금) 17:45

 

지난 13일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4.7% 급등했다. 소문이 주가에 불을 지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400만주를 매입할 것이란 소문이었다. 삼성 측은 곧 바로 “자사주 매입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1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악화설과 함께 자사주 매입설은 확산됐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직접 나서 두 가지 소문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 자사주 이슈 `미묘한 시점`서 돌출

 

이러한 가운데 한 증권사에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설을 완전히 헛소문으로 취급할수 없다는 분석의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IBK투자증권은 14일자 '루머 오알 낫?'(Rumor or Not)이란 제목의 삼성전자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삼성의 자사주 매입설이 주는 무게감은 과거와 분명 다르다”고 분석했다. 무엇이 다를까?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오는 9월 국회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련된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거 논의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15년 이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의결권 일부가 제한된다. 현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설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프로젝트로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다.”

9월 국회에서 논의될 것은 크게 3가지다. ①신규 순환출자금지 ②금융 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③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 의무화다. 이중 삼성이 신경 쓰는 것은 ②번이다.

 

지난 6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가진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을 현재 15%에서 2014년(10%)부터 2017년(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 각각 7.21%, 1.26% 등 총 8.47% 중 의결권 일부를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되는 것.

 

[삼성그룹 지배구조. 단위 %(자료=IBK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지 알 수 없다”며 “하지만 삼성의 지주사 전환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 다른 기업들의 지주사 전화과정에서 자사주가 지배구조 정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점을 보면 이번 자사주 매입설은 좀 다른 무게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자사주와 지주사 전환. 둘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 기업과 대주주에게 자사주란?

 

자사주는 자기주식(自己株式)과 같은 말이다. 회사가 자기 재산으로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매입해 보관하고 있는 주식을 말한다. 그래서 금고주(金庫株)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회사가 자기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서 회사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가 측면에서 보면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하면, 보통 주가는 오른다. 그래서 회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취득 목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안정’이라고 공시한다. 회사가 자사주를 대량으로 사들이면, 유통 주식수가 줄어들어 주당 순이익이 올라가는 원리다.

 

경영권 방어에도 쓰인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된 회사는 그간 보유했던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또 지주회사 전환시 지배권 강화에도 쓰인다. 지주사 전환이 많은 요즘, 소위 ‘뜨는’ 방식이다. 삼성의 자사주 매입설과 지주사 전환의 연결고리도 여기에 있다.

의결권도 없는 자사주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인적분할’이다. 기업들은 보통 지주사 전환시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 방식을 취한다. 인적분할은 신설법인을 설립해 그 지분을 기존 주주들이 나눠 갖는 방식.(물적분할은 신설법인 지분 100%를 기존회사가 인수하는 방식) 기업분할시 사업뿐 아니라 자본과 부채까지 쪼개어 나누는데, 자사주는 지주회사에 몰아준다. 지주회사가 자사주를 갖고 있으면, 그 만큼 새로 신설되는 사업회사의 지분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사주 매입 소식으로 기존 회사의 주가가 오르면, 최대주주는 기업분할시 이뤄지는 주식교환때 유리해진다. 최대주주는 보유하고 있는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팔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 지분을 받아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 회사의 시가총액이 커질수록 적은 비용으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

2006년말  19.73%에 머물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CJ지분은 2007년 11월 지주사 전환을 통해 43.36%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지주사 전환 전 꾸준히 사들였던 자사주 19.3%가 큰 힘을 발휘했다. SK C&C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가진 ㈜SK지분도 2007년 지주사 전환을 거치면서 12.01%(2006년)에서 27.40%로 증가했다. 2007년 이전 ㈜SK는 자사주 17%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 삼성 지배구조 고민중..자사주 `뜨거운 감자`


자사주가 많은 만큼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강화된다는 얘기다. 시장은 지주사 전환과정인 ①자사주 매입 ②인적분할 ③주식교환을 최대주주의 지분을 확 늘려주는 ‘마법의 공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회사의 돈으로 사는 자사주를 이용해 최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묘수가 될수도, 꼼수가 될수도 있다.

이번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설이 지주회사 전환으로 연결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숨어있는 것이다.

삼성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지주회사 전환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삼성화재, 삼성생명, 제일기획,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자사주 매입이 증가하면서 시장에 지주사 전환설, 합병설 등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번 '소문이 무게감이 다르다'는 애널리스트의 해석은 삼성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짜내고 있을 삼성에게 이번 자사주 매입설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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