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發 금융위기 가능성은

  • 2013.08.26(월) 14:18

위기 진원지로 집중 거론..90년대 개혁 불구 취약성 노출
외환시장 통제 쉽지 않아..장기간 구조개혁으로 흔들릴 수도

지난 17일 인도 뉴델리 총리실. 인도 경제정책 관계자들이 일제히 모여들며 긴박감이 감돌았다. 혹자는 지난 1980~1990년대 금융위기 상황을 떠올렸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고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중앙은행(RBI)은 "과거 위기 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역사가 반복되는 것인가"고 자문했다. 하루 전 인도 금융시장은 초토화됐다. 루피화 가치와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단기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998년 말레이시아 때처럼 인도 역시 자본통제에 나설 것이란 공포감이 급속히 확산됐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외국인이 자국 증시에서 벌어들인 돈을 1년간 빼낼 수 없도록 하고 고정환율제를 채택하는 강력한 자본통제에 나선 바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이머징 위기 진원지로 인도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인도 역시 지난 1991년 외환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고 또다시 아픈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991년 당시와 현재의 인도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인도의 경제 상황을 주목한다. 다른 이머징 국가들과 달리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인도발 금융위기는 생각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 91년 개혁 불구 계속 흔들려..양적완화 축소 직격탄
 
사실 인도발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다. 인도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선진국이나 중국 등과 비교해 가능성을 따지고 들면 상당히 낮은 축으로 치부됐다. 인도 역시 1991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금융개혁에 나섰다. 당시 걸프전쟁 이후 유가가 오르고, 중동파견 노동자들로부터 송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위기로 번졌지만 인도 역시 개혁의 칼을 빼들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인도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재정악화는 물론 경제개혁 지연에 대한 우려로 최근까지 루피화는 꾸준히 약세를 보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 지난 2년간 인도 경제 성과도 실망스럽다. 경제 성장률은 2003~2008년의 절반 수준인 4~5%대까지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도 10%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5월 선거까지 예정되며 불확실성을 더했다.
 
결국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국제 투자자금이 무섭게 빠져나가면서 인도 루피화는 지난 23일 현재 연초대비 17% 가까이 가치가 하락했다.  인도는 지난 2005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적자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 달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기존의 6%에서 5.8%로 하향조정했다. 대외차입 규모는 GDP 대비 21%선으로 양호하지만 단기 차입이 늘어나면서 위험을 키우고 있다. 외환보유액 규모 역시 2007~2008년 수준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
 
◇ 과거와 경제 구조 달라..체질 개선 주장도
 
물론 1991년의 인도 상황과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당시 인도는 고정환율제였지만 현재는 변동환율제를 시행하면서 유연성이 높아졌다. 당시엔 영란은행(BOE)에 금을 주고 돈을 빌려올 정도로 자금부족에 허덕였지만 현재 인도 정부가 지고 있는 외화부채는 거의 없기 때문에 루피화 급락이 즉각적으로 정부의 채무상환 능력에 영향을 줄 정도가 못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이유를 들어 1991년의 외환위기로까지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카우식 바수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인도의 상황이 1991년 채무위기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다"며 "1991년에 비해 경제가 건전해졌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을 검토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엘 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도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들이 1990년대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외환보유액을 통한 완충 기능이 커졌고 정책 능력이나 유연환 환율을 꼽았다.
 
[막대그래프는 위부터 인도의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단기부채(단위: 10억달러), 갈색선은 외환보유액 대비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부채의 합 비중(%)]
 
◇ 환율·자본통제 쉽지 않아..기업환경도 개혁 필요
 
그러나 당시보다 취약해진 부분도 있다. 민간기업들이 외채를 많이 빌리면서 루피화 가치 하락에 따른 고통을 고스란히 받게 될 수 있고 일부는 파산할 가능성도 불거진 것이다. 시장금리가 높아지면 유동성 위축 역시 불가피하며 이는 가뜩이나 대출 금리가 높은 인도 국영은행의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급등 역시 초래되면서 수입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루피화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거래되는 통화이고 거래량 절반 이상이 인도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인도 정부가 루피화의 고삐를 단기간에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로서도 당장 적극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이나 자본통제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 관리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루피화의 적정가치를 최근 급락한 수준인 달러대비 60루피 선이라고 밝혀왔다.
 
대신 지난 19일 면세가 적용되는 평면TV 수입을 금지시켰고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인도 국민들이 사들이는 금의 수입관세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부패사건으로 중단됐던 철광석 수출 금지령도 해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는 단기처방책일 뿐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제조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기업환경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3년새 루피화 가치가 27%나 빠졌지만 글로벌 제조업체가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유겸 LIG증권 연구원도"인도의 문제는 환율 평가 절하에도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지 않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원유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데 환율 평가절하에 의한 외화유입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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