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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5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①

  • 2013.09.16(월) 08:42

규제 강화로 투명성 높히고 안전판도 넓어져
위기 예측 힘들고 과도한 자본부담 `또다른 리스크`

위기는 잊고 싶은 상처지만 되새길수록 몸엔 좋다. 그래서 시장은 매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기억을 더듬는다. 벌써 5년째다. 5년전 금융위기는 많은 것을 바꿔놨다. 엄격한 규제와 위험 회피는 시장을 이전보다 단조롭게 만들었다. 해가 지날수록 바뀐 모습은 고착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위기가 바꿔놓지 못한 것도 있다. 오히려 5년이라는 시간동안 컴퓨터를 이용한 거래는 더 활개를 치고 사이버 테러 등도 금융시장을 위협한다. 정부와 민간은 부채를 줄이기 위한 디레버리징(차입축소)에 팔을 걷었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에 그치거나 오히려 더 늘어난 곳도 많다. 리먼 5년 이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짚어봤다.

 

"우리가 그때 행동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없을 것이다." 최근 로버트 벤모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최고경영자(CEO)가 CNBC에 출연해 한 말이다. 그는 2009년 메트라이프 CEO 직을 내려놓고 구제금융을 받은 AIG로 건너와 회생을 이끌었다. 올해초 AIG는2008년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했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규제 강화의 결과였다.

 

◇ 규제 강화로 취약점 보강..유연성도 높아져 

 

위기 뒤에는 느슨한 감독에 대한 성토가 잇따른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규제가 강화되기 마련이다. 리먼 때도 예외는 없었다. 5년전 위기 이후 규제의 고삐만큼은 어느 때보다 바짝 조여졌다. 도드 프랭크안으로 불리는 미국의 금융개혁안이나 바젤Ⅲ 규정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산업 전반적으로 자발적인 노력도 있었다.

 

그렇다면 위기 이후 엄청난 규제 덕분에 금융시장이 안전해졌을까. 일단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개혁 덕분에 과거보다 덜 취약해졌다. 상당수준의 부채가 줄고 불균형했던 경제도 일정부분 균형을 되찾았다. 위기 재발 시 유연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위기의 주범으로 꼽혔던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부채 규모가 낮아졌고 금융상품 간 복잡한 상호 연계성이 갖는 위험도 어느정도 줄였다는 평가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위험에 대비해 쌓아놓는 자본 수준이 위기 이전보다 60% 가량 높은 13%까지 높아졌다. 주택가격도 상당한 조정을 거쳤고 가계 부채도 일정부분 줄었다. 미국 정부 부채 역시 늘긴 했지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한됐다는 평가다.

 

주요 글로벌 은행들의 위험자산 비중(푸른색)과 차입비율(붉은색)(출처:더 뱅커, 영란은행, 더이코노미스트)

 

◇ 자본 강화로 담보부담 커져..또다른 리스크

 

부작용도 있었다. 정책 당국자들은 장외파생상품 감독 등에 주력했고 투명성 강화에 나섰지만 규제가 과도해지면서 시장은 과거보다 활기를 잃었다는 평가다. 또 규제는 뜻하지 않은 결과도 초래했다.

 

미국 청산예탁결제기관(DTCC)이 낸 백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각 규제기관들간의 규제 차이가 커지면서 오히려 금융시장 리스크를 예측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거래 상대방 리스크나 대마불사 우려는 줄었지만 사이버범죄나 신용도 높은 담보물이 부족해지는 등 5년 사이 또다른 문제들이 양산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 역시 금융개혁안으로 새로운 자본 확충이 요구되면서 추가로 필요해진 담보규모가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엄격한 심사로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2016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담보 규모가 9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엄격한 규제가 향후 금융기관들의 담보 부족 등의 또다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 규제에 나섰지만 오히려 대마불사 은행들이 많아졌다는 지적도 많다. 오히려 기존의 은행들이 금융위기 때보다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월가의 전설적인 이코노미스트인 헨리 카우프만은 최근 전 세계 은행들, 특히 미국은행들은 이전보다 훨씬 산업적으로 집약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산업이 결코 모든 리스크를 제거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며 어떤 종류의 시장이든 리스크와 보상이 가장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아주 미미한 문제로도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위기가 확대되거나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앞서 DTCC의 조언처럼 사이버 범죄나 초단타 매매 등이 다음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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