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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의장 퍼즐]②옐런이 진짜 '비둘기파'일까

  • 2013.09.17(화) 16:22

정책성향 버냉키와 가장 흡사..인플레·실업 낮추기 위한 부양 주력
주택버블 경고한 유일한 연준 인사..그린스펀에 금리인상 권하기도

"경륜있고 항상 올바른 견해를 보여준 인물. 중앙은행 내에서 두루 존경받고 매끄럽게 버냉키의 후임을 이어나갈 안정된 재능을 갖춘 사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절친한 친구인 마크 거틀러 뉴욕대 교수가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에 대한 표현이다. 시장 전반이 옐런 부의장에 대해 내리는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머스의 용단에 시장이 환호한 이유는 1순위가 된 옐런 부의장이 자타공인 '비둘기파'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머스보다 벤 버냉키로부터 바통을 순조롭게 이어받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통화정책에 대한 그의 관점은 버냉키와 가장 흡사하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부양에 항상 집중해 왔다.

 

옐런은 서머스와도 정반대 성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연준 내 터줏대감인 옐런 부의장은 분명 미국 재무장관까지 지냈지만 연준 사정엔 상대적으로 어두운 서머스와 대조를 이룬다. 서머스와 달리 옐런은 이미 민주당 상원 의원 3분의 1가량의 지지를 받고 있다. 상원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옐런이 흠잡을 데 없는 이력으로 미국의 실업 상황에 집중했을 뿐 아니라 은행 규제당국자로서도 탄탄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고 극찬했다.

 

옐런 의장은 예일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고 연준에서 십수년간 경험을 쌓았다. 2004~2010년 사이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을 이끌고 이후부터 연준 부의장을 역임하며 금융위기와 경제 호시절을 두루 겪어본 몇 안되는 인물이다. 현재는 버냉키에 이은 2인자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험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준이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분명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옐런은 빌 클린턴 정부 시절 2년여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당시 미국의 실업률이 4% 선까지 떨어지자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이었던 진 스펄링과 백악관에서 손을 잡고 춤을 췄다는 일화도 있다.


특히 옐런의 뛰어난 분석과 예측력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2005~2007년 사이 연준 의사록 등을 보면 그가 다른 동료들보다 주택시장 위기를 예측하는데 탁월했음을 보여준다. 연준이 금융위기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그 만큼은 조기에 주택버블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당시 그는 "방 안에 600파운드짜리 '고릴라'가 있다"고 묘사하며 "그게 바로 주택시장"이라고 일갈했다.

 

옐런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고 이 역시 지금까지 적중하고 있다. 최근 1년간 미국의 평균 인플레는 1.8%에 불과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기 전까진 부양을 지속해도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미국의 소비자물가 흐름(출처:WSJ)

 

이밖에도 백악관 밖에서 만큼은 그가 연준의장이 될 것이란 여론이 어느정도 모아지고 있다. 100년만의 첫 여성 연준의장의 탄생으로 연준 내에서도 두터운 유리천장을 깰 만한 시점이란 점도 옐런 부의장을 지명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물론 그에게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은 총재 등은 그의 관점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연준 부의장 인준 시절 옐런이 '인플레이션에 경도된 인물'이라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옐런이 비둘기파로 각인돼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고,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된 시점에서 기존의 온건한 성향을 밀어부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곱씹어 볼 만하다.

 

옐런은 1996년 연준 위원 시절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너무 낮게 유지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1년 서머스가 그의 서적이나 강연에서 연준의 채권매입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 것과 엇비슷한 행보다. 당시 옐런은 경제가 좋아지면서 주식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했고 그린스펀 의장에게 단기금리를 올릴 것을 조언했지만 그린스펀은 이를 거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관점은 옐런 부의장 등 연준이 빠르면 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개시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특히 "시장이 옐런을 비둘기파로 인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서머스의 후보자격 철회로 연준이 더 비둘기파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잘못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누가 되든 새 연준의장의 역할은 기존의 양적완화를 되돌리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흡수하고 금리를 올리는 것이 될 전망이다. 이는 과거에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방법이란 측면에서 일단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출구전략 과정에서 비둘기보다는 매파적인 인상을 강하게 풍길 여지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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