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시대 도래]①그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2013.10.11(금) 11:29

美연준 역사 새로 써..`상냥한 품성` 국보급
뛰어난 분석과 예측력 정평..예일대 스승 토빈처럼 고용 중시

반전 드라마는 없었다. 내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이끌 새로운 수장에는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자넷 옐런이 낙점됐다. 시장으로서는 부담을 한결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옐런 신임 의장 앞에 놓인 과제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불확실성이다. 또 `시장의 희망`대로 옐런이 영원한 비둘파로 남게 될지도 예단하기 힘들다. 한국을 비롯, 전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신임 연준의장의 면모와 미국 통화정책의 향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봤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정책 입안자". 미국 연준 의장 뒤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최근엔 미국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셧 다운(Shut down)' 에 빠지고 부채한도 증액 협상으로 디폴트(채무상환 불능) 우려까지 증폭되자 미국 정부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연준 의장 자리야말로 가장 강력한 직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처럼 거대한 왕좌의 주인으로 결정된 옐런 의장은 미국 연준 역사 100년만에 첫 여성 수장으로서 더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이력이나 능력 상으로도 선임자들에 비해 절대 모자람이 없다. 시장이 안도하는데는 그가 확실한 비둘기파라는 것 외에도 그에 대한 믿음이 상당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상냥한 품성과 성품 '국보급'

 

옐런 의장을 강력히 지지해온 셰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옐런의 의장 선임이 결정되자마자 "미래의 구제금융을 막아주고, 주택시장을 부양하고, 고용을 끌어올려줄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옐런의 열성팬은 브라운 의원뿐만이 아니다.

 

상원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옐런이 흠잡을 데 없는 이력으로 미국의 실업 상황에 집중했을 뿐 아니라 은행 규제당국자로서도 탄탄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며 연준 의장감으로 적극 추천해왔다. 이처럼 민주당 상원 의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면서 향후 인준 절차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많은 동료 경제학자들도 든든한 후원자다. 무려 45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에 옐런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해달라는 서한을 내기도 했다.

 

옐런은 또다른 연준 의장 후보였던 고집 세고 괴팍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대조를 이루며 무난한 성품이 부각됐지만 굳이 비교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상당히 품위있고 보기드물게 상냥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연준서 베테랑..뛰어난 분석과 예측력
 
옐런은 예일대 시절부터 다른 학생들을 월등히 앞서며 두각을 나타냈다. 비즈니스위크는 옐런의 동창생들이 그를 날아가는 화살로 묘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예일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첫 직장은 미국 연준이었다. 남편인 조지 애커로프 교수를 만나면서 잠시 영국으로 건너가 강단에 서기도 하지만 십수년간을 연준에서 발을 담근 터줏대감이다.

 

옐런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이었다. 옐런은 연준이사로 재직하다 2년여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한다. 이 시절 미국의 실업률이 4%선까지 떨어지자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이었던 진 스펄링과 백악관에서 손을 잡고 춤을 췄다는 일화도 있다.

 

옐런은 2004~2010년 사이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을 이끌고 이후부터 연준 부의장을 역임하며 금융위기와 경제 호시절을 두루 겪어본 몇 안되는 인물로 꼽힌다. 현재는 버냉키에 이은 2인자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험이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지만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분명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옐런의 뛰어난 분석과 예측력은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2005~2007년 사이 연준 의사록을 보면 그가 다른 동료들보다 주택시장 위기를 예측하는데 탁월했음을 보여준다. 연준이 금융위기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옐런만큼은 조기에 주택버블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당시 그는 "방 안에 600파운드짜리 '고릴라'가 있다"고 묘사하며 "그게 바로 주택시장"이라고 일갈했다.

 

옐런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고 이 역시 지금까지 적중하고 있다. 최근 1년간 미국의 평균 인플레는 1.8%에 불과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기 전까진 부양을 지속해도 된다는 것이 옐런의 지론이다.

 

◇ 스승은 新케인지언 토빈..큰 정부·고용 중시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전 총재는 버냉키 의장의 하버드대 스승이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하다. 연준 의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자넷 옐런 신임 의장에게도 유명한 스승이 있다. 바로 토빈세로 잘 알려진 제임스 토빈인데 옐런이 연준 의장에 오르면서 그 역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제임스 토빈은 옐런의 현 통화정책 기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빈은 정부 정책을 통해 경기 침체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신 케인지언 학파다. 이런 토빈의 영향으로 옐런 역시 시장의 효율성보다는 정부의 개입을 중시하고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부양과 동시에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만큼 시장에 친화적이지 않을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규제의 고삐를 바짝 조였고 연준이 금융시장 감독자로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이 역시 큰 정부를 중시하는 옐런을 지명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옐런 의장의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대 교수 역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다. 애컬로프는 정보 불균형이 시장 실패로 이어지는 '정보비대칭이론'으로 유명하다. 옐런은 남편과 함께 쓴 논문에서도 중앙은행이 장기실업을 외면해서는 안되며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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